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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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안에 녹아 있는 여러 가지 성분을 끓는점의 차이를 이용해서 분리하는 것. 액체를 서서히 가열하면 그 안의 특정 성분 A의 끓는점에 도달했을 때 A 성분이 기화해서 날아가고, 기화하는 성분이 많은 열을 빼앗아 가므로 액체의 온도는 올라가는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A가 거의 다 기화되어 액체에서 사라지면 다시 온도가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다시 특정 성분 B의 끓는점에 도달했을 때에는 B 성분이 기화되어 날아가고 액체의 온도는 다시 올라가는 속도가 떨어진다...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면 한 액체에 섞여 있던 여러 성분들을 분리해 낼 수 있다. 액체 안에 녹아 있는 물질들 중에 액체의 끓는점에서는 기화되지 않는 것들도 있으며, 이러한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쓰인다. 대표적인 게 증류수. 다만 한 번의 증류로 100% 순수한 물질을 얻기는 쉽지 않으므로 순도가 아주 높은 성분을 얻으려면 증류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기화되는 물질은 다시 온도를 낮춰서 액화시켜야 하는데, 그래서 증류기는 가열 탱크, 기화되는 성분이 흐르는 통로인 튜브, 그리고 찬물이나 냉매를 사용해서 기화된 성분을 액화시키는 냉각기[1], 냉각된 액체를 받아서 저장하는 탱크로 구성된다.

증류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액체 안의 여러 성분을 각각 분리해서 활용하기 위해, 또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도가 높은 성분을 얻기 위한 것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석유 증류가 있고 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알코올이나 증류수를 위한 증류가 있다.

화학 관련 산업에서는 아주 중요한 기술로, 특히 잘 알려진 대표적인 두 가지 산업은 석유화학과 술 산업.

증류법을 크게 분류하면 단식 증류법과 연속식 증류법이 있다. 단식 증류법은 증류하려는 물질을 탱크에 담고 끓여서 모두 증류시킨 다음 다시 탱크를 채우는 방식으로, 구조가 간단하므로 주로 소규모 증류에 많이 쓰인다. 연속식 증류법은 증류를 하면서 계속해서 증류하려는 물질을 보충해 주는 방식으로, 구조가 복잡하고 덩치가 큰 설비를 필요로 하지만 대량으로, 그리고 이름처럼 연속으로 증류를 하는데 편리하므로 주로 대규모 공장식 증류에 많이 쓰이는 형태다.

인공지능에도 '증류'라는 용어가 쓰인다. 정확히는 지식 증류(knowledge distillation)라고 하는데,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을 사용해서 소규모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을 뜻한다. 또는 이미 많은 학습을 한 인공지능을 사용해서 신규 인공지능을 학습시킴으로써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대규모 모델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며, 잘 알려진 모델들은 이미 엄청난 학습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모델이 이를 쫓아가려면 수많은 학습과 시행착오를 필요로 하는데, 이미 잘 구축된 모델을 활용하면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사람도 이미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선생님으로부터 학생이 배우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선생(teacher)에 해당하는 대형 모델로부터 학생(student)에 해당하는 소형 모델이 '선생'에게 질문을 하고, 그 답으로 학습을 한 다음 다시 질문하는 과정을 되풀이함으로써 학습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증류의 목적이 쓸데 없는 것을 버리고, 원하는 물질을 높은 순도로 얻기 위한 것처럼, 인공지능의 증류도 쓸데 없는 노이즈를 줄이고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높은 순도로 얻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인공지능 모델이 축적한 데이터를 무단으로 증류하는 것으로, 중국의 딥시크가 학습 과정에서 클로드나 챗GPT과 같은 모델에 일반 사용자인 것처럼 접근해서 데이터를 갈취해 갔다는 비판이다. 여기에는 반론도 있는데, 기존의 모델들도 인터넷에 사람들이 쌓아 놓은 각종 지식들을 무단으로 크롤링해서[2] 지식을 축적했으면서 다른 인공지능이 지식 증류를 한 것을 비난할 자격이 있냐는 논거다.

각주

  1. ↑ 기화된 기체가 튜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온도가 떨어져서 저절로 액체가 될 수 있지만, 증류를 계속 하다 보면 튜브도 열이 오르기 때문에 대량으로 증류하려면 냉각기가 필수다.
  2. ↑ 심지어 일부 모델들은 웹사이트의 robots.txt가 크롤링하지 말라고 정책을 설정해 놓은 것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데이터를 긁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