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다 치즈
Cheddar cheese.
치즈의 일종으로 영국의 서머셋 지역에서 기원했으며 영국 치즈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에 있는 체다 협곡(Cheddar Gorge)에서 따온 이름으로, 그냥 '체다'라고도 부른다. 체다 협곡에는 여기 저기 작은 토굴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 안의 온도와 습도가 체다 치즈 숙성에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 냉장 기술 같은 게 없었던 옛날에는 서늘하고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토굴이 발효 음식에 아주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1] 물성은 경성에서 반경성 수준인데, 경성이라고 해서 딱딱한 느낌보다는 부스러지기 쉬운 성질이다. 숙성을 오래 할수록 더욱 그렇다. 색깔은 약간 어두운 흰색이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미국식 '체다 치즈'인 슬라이스 치즈는 노란색을 띠는데, 이는 안나토색소와 같은 식용색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응유효소를 넣어서 우유를 응고시킨 다음, 유청은 버리고 남은 커드를 작은 정육면체 모양으로 잘라 그 안에 아직 남아 있는 유청이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 뜨거운 물을 넣어서 익히면서 유청도 제거한다. 물을 버리고 나면 유청이 대부분 제거되어 좀 더 단단해진 커드 조각들이 남는데, 이를 모아서 큰 덩어리로 굳어지게 한다. 이 다음 공정이 '체다링(cheddaring)'이라는 체다 치즈 특유의 공법으로, 커드 덩어리를 쌓고 뒤집으면서 위에 있는 덩어리의 무게로 아래를 눌러 유청과 물기가 빠지도록 한다. 먼저 덩어리 하나 위에 하나를 얹은 다음, 10~15분 후에 이를 뒤집고 다시 두 개를 쌓아서 네 덩어리를 만든 다음 역시 10~15분 간격으로 여러 차례 뒤집으면서 각 덩어리가 고르게 눌리도록 해 준다. 이 과정을 통해 커드 덩어리가 더욱 단단해진다. 그러면 다시 덩어리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소금을 넣고 나서 숙성에 들어간다. 전통 방식 체다는 적게는 3개월에서 많게는 2년 정도까지 숙성한다. 물론 오래 숙성할수록 비싸고 향미도 더욱 깊어진다. 푸른곰팡이가 들어가서 푸른색 얼룩무늬가 있는 것도 있다.
원산지인 영국에서는 물론 가장 인기 있는 치즈로 영국 전체 치즈 소비량의 절반 약간 넘는 정도를 체다 치즈 혼자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피자에 아낌 없이 때려넣는 모차렐라 다음으로 많이 소비하는 치즈지만, 진짜 영국 치즈와는 거리가 있는 싸구려 치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치즈도 노란색의 네모난 슬라이스 치즈로, 햄버거나 샌드위치에도 많이 들어가고 라면, 부대찌개에 넣어 먹기도 한다.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마트에 가면 노란색의 벽돌만한 체다 치즈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치즈 중에서는 무게 대비 굉장히 가격이 싸다. 이 녀석들이 종종 '체다'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다 보니 체다 치즈가 좀 억울하게 싸구려 취급을 받는데, 이런 치즈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게 아니라 일종의 가공치즈다.
슬라이스 치즈를 보면 연성 치즈에 가까운 부드러운 스타일로 탄력이 있는데, 장기 숙성한 정통 체다 치즈는 반경성으로 잘 부스러질 정도로 물성이 다르다. 또한 숙성 기간이 길어지면 젖산칼슘이 결정화되어 입자감까지 느낄 수 있다.
맛 역시도 슬라이스 치즈는 약간의 발효향이 있는 느끼한 맛이라면 전통 체다 치즈는 쌉싸름한 맛이 있어서 덜 느끼하다. 다만 전통 방식으로 장기숙성한 체다 치즈라고 해도 그뤼에르, 파르미치아노 레치아노나 그라나 파다노 같은 다른 경성치즈와 비교하면 저렴하긴 하다. 그렇지만 제대로 만든 체다 치즈는 절대 싸구려 치즈가 아니며 고급진 맥주나 와인과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