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에서 만든 짬뽕라면. 오뚜기라면의 진짬뽕, 농심의 맛짬뽕, 삼양라면의 갓짬뽕과 같은 프리미엄급 짬뽕라면 붐을 타고 나온 것으로, 편의점에서 사면 2015년 말 기준으로 1,500원이다. 프리미엄 짜장라면인 팔도 짜장면의 자매품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 나왔을 때에는 이름이 팔도 불짬뽕이었는데 왕짬뽕으로 바뀌었다.
스프는 액상스프, 건더기스프, 향미유, 이렇게 세 가지가 제공된다. 조리 방법이 조금 특이한데, 찬물에 액상스프와 건더기스프를 풀고 끓으면 면을 넣어 익힌 뒤, 불을 끄고 향미유를 뿌려 먹는다. 팔도 짜장면은 오히려 다른 짜장라면보다 조리법이 간단한데 이 녀석은 반대로 복잡하다.
진짬뽕은 '진한 해물국물'을 내세우는 데 반해, 팔도 왕짬뽕은 사골국물을 포장지 앞면에 강조한다. 사실 짬뽕이 해물 건더기가 들어가서 그렇지 국물 자체는 돼지뼈나 닭뼈 같은 뼈육수가 기본이다.
팔도 짜장면처럼 이연복 쉐프를 포장지에 내세우고 있고, 뒷면에 보면 이연복 쉐프가 추천하는 조리법이 있다.
- 냄비에 식용유를 살짝 두른 후 다진 파(1/3개), 마늘 슬라이스(3~5개), 다진 청양고추(1/2개~1개)를 넣고 볶는다.
- 삼겹살(30g)을 넣고 더 볶아준다.
- 물과 액상스프, 건더기스프를 넣고 끓인 뒤 국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5분간 조리한 후 향미유를 넣고 먹는다.
그냥 배달시켜 먹자. 그게 더 싸겠다. 정육점 가서 "아저씨, 팔도 왕짬뽕 해먹게 삼겹살 30g만 주세요." 했다간 머리에 칼 꽂힐 수 있으니 주의.
맛은? 강렬한 불맛이 확 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진짬뽕이나 맛짬뽕도 어느 정도 불맛을 쓰고 있지만 팔도 왕짬뽕만은 못하다. 그렇다고 대단한 기술을 썼을 거라고는 속단하지 말자. 불맛 향신료 같은 건 요즘은 쉽게 구할 수 있다. 향미유를 다 넣으면 너무 기름지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듯. 기름 많은 게 싫은 사람들은 향미유의 양을 적당히 조절하자. 맛짬뽕 좀 달달한 느낌인데 반해 팔도 왕짬뽕은 덜 달다. 중국집 짬뽕에는 이쪽이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면을 다 먹고 국물을 보면 건더기 없는 거 빼고는 진짜 중국집 짬뽕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국물 색깔이나 위에 기름 떠 있는 모습까지 비슷하다. 그다지 맵지는 않다. 결국 왕짬뽕의 '불'은 불닭볶음면처럼 엄청 맵다는 뜻이 아니라 불맛이다.
건더기는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팔도 짜장면처럼 면발이 좀 아쉽다. 일반 라면보다는 좀 굵은 면을 쓰고 있지만 별다른 감동이 없다. 미세한 홈까지 내서 국물을 듬뿍 머금을 수 있게 만든 맛짬뽕과 비교한다면 여러 모로 아쉽다. 식감에서도 맛짬뽕 쪽이 원래의 짬뽕을 좀 더 재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맛짬뽕의 면과 팔도 불짬뽕의 국물을 조합하면 무척 중국집스러운 짬뽕이 탄생할 듯하다. 그리고 나면 맛짬뽕의 국물과 팔도 불짬뽕의 면이 남는다.
팔도 짜장면도 그렇고 왕짬뽕도 그렇고 실적에서는 농심과 오뚜기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자체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그리고 광고모델 이연복 쉐프도 더 활용하자고 생각했는지 아예 중화요리 시리즈로 묶어서 팔도 탄탄면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농심이나 오뚜기에 비해 좋지 않은 편. 오뚜기 진짬뽕은 아직 편의점에서 간간이 볼 수 있고 농심 맛짬뽕 역시 건면 버전으로도 나올 정도로 그럭저럭 선방하고 있지만 왕짬뽕은 정말로 관심에서 밀려나 있늘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