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리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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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즌 필에서 넘어옴)

Shareholder rights plan.

정식 경제용어로는 '주주권리계획'이지만 오히려 포이즌 필(poison pill)이라는 비유 섞인 용어가 더 널리 쓰이는 편이다.

포이즌 필이란 특정 주주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노리고 공개매수를 추진할 때 기존 소유주가 소유권을 방어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수단을 뜻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은 신주인수선택권 계획인데, 그밖에도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미리 정관에 포이즌 필을 위한 방법을 명시하고,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이사회 결의에 따라서 포이즌 필이 발동되는 방식으로 실행에 옮긴다. 일정한 조건이란 보통 어느 한 주주의 지분이 늘어나서 일정 비율 이상을 넘어서는 경우인 것이 보통이다.

일종의 소유권 및 경영권 방어 기법으로, 차등의결권과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신주인수선택권 계획

신주인수선택권 계획(preferred stock plan)은 일정한 조건에서 회사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고, 기존 주주가 이 주식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A라는 회사가 있고 발행된 주식의 총 수가 10만 주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주주 B가 회사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여서 5만 1천 주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지분이 51%가 되어 의결권을 차지하게 되고 인수합병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된다.[1]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A 회사는 정관에 어느 한 주주의 지분이 30% 이상으로 늘어나면 신주인수선택권 계획이 발동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서 A 회사는 1만 주를 새로 발행하기로 하고, 주주 B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가 이를 싼 값에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 B의 지분은 51,000/100,000=51%에서 51,000/110,000=46.4%로 줄어들어서 단독 결정권을 가질 수 없게 된다. B가 다시 51%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5,100주를 더 확보해야 하므로 인수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이와 같이 회사의 인수 합병을 노리는 주주의 지분을 희석시키고 인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높임으로써 인수합병을 저지하려는 방법이 신주인수선택권 계획이다.

황금낙하산

Golden parachute.

임직원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비자발적으로 퇴임할 경우 평상시의 수준을 뛰어넘는 퇴직금이나 스톡옵션, 혹은 그밖에 다른 형태로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 받도록 하는 제도. 자세한 내용은 황금낙하산 항목 참조.

그밖의 방법

그밖에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포이즌 필로 간주된다.

  • 일부러 거액의 대출을 받음으로써 회사의 재무 구조를 고의로 악화시켜서 회사 인수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방법.
  • 주식 교환 방법으로 작은 회사를 인수해서 회사의 주식 규모를 늘려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주주의 지분을 희석시키는 방법.
  • 신주인수선택권 계획에 더해서 이렇게 발행되는 신주의 1주당 의결권을 다른 주식보다 더 많이 줌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법. 즉 차등의결권까지 추가된 방법이다.

진짜 골때리는 방법도 있는데, 만약 인수가 이루어지면 회사를 개박살나게 만드는 자폭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황금 낙하산의 확장판으로, 인수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직원들이 스톡옵션 행사 권리가 무조건 주식 보유로 확정되도록 해 버린다면 실제 인수가 이루어졌을 때 즉시 직원들에게 주식이 지급된다. 그러면 주식을 처분해 버리고 회사를 떠나버리려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이는 핵심 인력의 이탈로 이어진다. 인수한 회사 쪽에서 봤을 때에는 돈 들여서 회사를 인수해 보니 주식은 똥값이 되고 사무실이 텅텅 비어 있더라... 또는 회사가 인수되면 기존에 팔린 제품을 두 배 가격으로 환불해 주도록 소비자 약관에 명시한다던가 하는 방법까지도 있다.

아무튼 너 죽고 나 죽자 전법이다. 회사가 망했으면 망했지 너한테는 못 줘!

왜 포이즌 필인가?

포이즌 필은 독약을 뜻하는데, 스파이들이 적에게 잡혔을 때 고문 당하면서 불거나 끔찍한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먹고 죽어 버리는 자살용 알약(혹은 앰플)을 뜻한다. 왜 이런 무시무시한 말이 붙었냐 하면, 일종의 자해행위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포이즌 필은 먹으면 죽지는 않아도 상당한 내상을 입히고 독을 퍼뜨린다. 그리고 회사를 인수하려는 상대방에게 외치는 것이다. "이래도 날 잡아먹을 거냐!" 즉 스스로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소유권을 지키는 대가로 자신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는 것이 포이즌 필이며, 실제로 그러한 장치가 작동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이런 장치가 있어서 우리를 인수해 봐야 손해만 볼 거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겁을 주는 게 목적이다. 동물이나 식물 중에는 독을 품은 것들이 있는데, 뱀과 같은 일부 동물들은 이를 사냥감을 공격하기 위해 써먹지만 일부 동물, 그리고 식물은 누군가가 자신을 잡아먹었을 때 독을 먹게 된다. 즉 먹은 놈이나 먹힌 놈이나 함께 죽는 건데, 그럼으로써 상대방이 '앗, 저놈은 독이 있어. 먹지 말아야 해.' 하고 인식하면 방어 효과가 생긴다.

미국에서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 열풍이 불던 1980년대에 이에 대한 대항을 목적으로 포이즌 필이 유행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단 일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발언권이 적은 소액 주주들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끼치는 데다가, 자해행위를 해서까지 소유권을 지키는 것보다는 인수합병을 통해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대주주들도 늘어났기 때문.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포이즌 필을 금지하거나 상당히 제한된 조건에서만 쓸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각주

  1. 다만, 인수 합병 자체를 통과시키려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가진 주식 가운데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