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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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foods at market.jpg

水産物.

물(水)에서 나오는(産) 물건(物). 물속에서 식용으로 얻을 수 있는 각종 동식물을 뜻한다. '해산물'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하지만 해(海)는 '바다'를 뜻하므로 수산물이 민물까지 포괄하는 좀 더 큰 개념이다. 넓게 보면 물속에 있으며 먹을 수 있는 모든 생물들이 다 수산물이지만, '해산물' 혹은 줄여서 '해물'이라는 말을 쓸 때에는 대체로 생선 종류를 제외한 다른 동물, 예를 들어 조개류, 오징어, 문어 같은 두족류, 가재, , 새우 같은 갑각류 등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예를 들어 횟집에 가면 회와는 별개로 혹은 세트로 시킬 수 있는 '해물모둠'이 이런 종류의 것들을 여러 가지 낸다.

인류 역사에서 고기와 함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고대부터 인류의 문명은 강을 끼고 발달해 왔는데, 일단 인간은 마실 물이 있어야 살 수 있고, 여기에 대해 물속에서 수산물을 얻을 수 있었다. 육상생물은 오히려 사람을 잡아먹을 수도 있었던 맹수들도 많지만 수생생물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인간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1] 동물인데도 조개류처럼 아예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든 것들도 많다. 또한 아무리 크고 흉폭한 놈이라고 해도 일단 물밖으로 꺼내면 숨을 못 쉬기 때문에 금방 무력화된다. 따라서 수렵채취로 먹을 것을 구하던 시절에는 수산물은 인간에 아주 중요한 먹을거리였대. 고대의 유적 중에 조개를 까먹고 껍질만 쌓아놓은 조개무지(패총)가 종종 발견된다든가, 기원전 3천년 경부터 조개껍질을 화폐처럼 쓸 정도로[2] 수산물은 인류의 생존에 아주 중요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위는 인류가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바뀐다. 땅 위는 관리가 쉽고 기술 발전도 빨랐지만 물속 환경은 인간이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수산물도 양식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농경이나 축산에 비하면 역사가 한참 뒤처진다. 여기에 품종개량을 열심히 해서 산출량을 늘리거나 맛을 좋게 하거나 하는 개조 작업이 열심히 들어간 농산물이나 축산물에 비하면 수산물은 품종 개량도 더디다.

여기에 수생생물들은 물 밖으로 나오면 얼마 못 가서 죽어버리고 죽은 다음에는 부패도 빠르기 때문에 보존도 힘들었다. 물론 가축도 죽고 나면 부패하지만 옛날 농가에서 소나 돼지, 닭을 길렀던 것처럼 집에서 바로 잡아서 먹을 수도 있었고, 대체로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환경에 맞게 근처에 적당한 가축을 기를 수 있었지만 수산물은 물가가 아니면 바로 잡아서 바로 먹는 게 불가능했다. 젓갈, 자반, 훈제와 같은 보존 방법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냉동냉장 기술이 나오고 교통수단 발전으로 운송이 빨라지기 전까지는 내륙지방에서는 수산물 먹는 게 정말 힘들었다.[3]

또한 육상생물은 독이 있는 생물이 드문 편이고, 인류의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인 포유류는 독을 가진 녀석이 거의 없다. 뱀과 같이 몇몇 독을 가진 생물들은 식용으로는 별로 쓰이지 않는다. 반면 수상생물은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악명 높은 복어를 비롯해서 독을 가진 생물이 상당히 많다. 이런 저런 핸디캡들이 있다 보니 수산물은 곡물이나 고기에 비해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현대에 들어서는 각광을 받고 있는데, 단백질의 함량이 높으며 지방도 주로 불포화지방산이라 고기에 비하면 건강식으로 대접 받고 있다. 특히 1960년대 도쿄 올림픽 전후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스시를 필두로 한 일본의 수산물 요리가 서양권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수산물의 인기가 크게 올라갔다. 서양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오징어, 문어, 낙지 같은 두족류는 먹기를 꺼렸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잘만 먹었는데, 이제는 서양에서도 아시아음식의 선호도가 높아져서 두족류를 보는 거부감도 크게 줄어들었다. 다만 모든 유럽이 두족류를 혐오한 건 아니고, 스페인, 그리스를 비롯해서 유럽 남부 국가들은 오징어를 비롯한 두족류를 잘만 먹었다.

모듬해물 .

일본과 한국은 수산물을 날것으로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 이는 아시아권에서도 드문 편으로, 중국일본음식 문화가 수입되기 전까지는 문화가 없었다. 정확히는 송대 이전까지는 를 먹는 문화가 있었지만 이후로는 사라졌다. 서양에서도 수산물을 날로 먹는 문화는 없었는데 딱 하나, 만큼은 로마시대 때부터 날것으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은 을 익혀서 별의 별 요리를 해먹는데 반해 서양에는 을 익혀 먹는 요리가 별로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도 식재료로 먹는 해산물의 종류가 훨씬 다양하다. 식재료 또는 요리를 뜻할 때에는 '수산물'이나 '해산물'보다는 '해물'이라는 말을 주로 쓰는데, 서양은 물론이고 일본에서조차 잘 안 먹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잘만 먹는다. 골뱅이만 해도 일본에서조차 아주 일부 지방에서나 먹는 정도지 우리나라처럼 어디서나 즐겨 먹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내산 골뱅이는 너무 비싸서 통조림용은 주로 아일랜드나 영국에서 수입해 오는데, 여기서도 잡아서 전량 한국에 수출하지 자기들은 안 먹는다.[4]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고래, 새치, 상어와 같은 대형 어류들은 수은을 비롯한 중금속 축적량이 많아서 정부 당국이 많이 먹지 말라고 권고한다. 특히 임산부나 어린이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산부, 가임여성, 수유모는 참치를 포함하여 상어, 황새치와 같은 생선을 주 1회 100g(작은 참치캔 1개, 큰 참치캔 2/3개) 이하로 먹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5] 우리가 고기로 먹는 육상동물인 , 돼지, 같은 것들은 초식 혹은 잡식성이라 먹이사슬에서는 그리 높은 단계가 아니지만 수산물 쪽은 대형 어종도 많이 먹기 때문에 중금속 농축 문제를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각주

  1. 바다가 아니라 강이라면 더더욱 없다. 생각할 수 있는 건 악어인데 서식 환경이 제한되어 있고, 이름에 물고기 어(鰐魚) 자가 들어가긴 하지만 근본은 파충류다. 수영도 잘 하고 잠수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물 속에서는 호흡을 못 한다.
  2. "조개 화폐", 국립중앙박물관.
  3. 내륙이라도 강이 있으면 수산물이 나오긴 하지만 민물고기는 종류도 적고, 크기도 적고, 산출량도 적은 편이라서 바다에 비해 선택의 폭이 협소하다.
  4. 원래 영국이나 아일랜드가 섬나라 치고는 희한하게 수산물 요리가 별로 없다. 생각나는 거라고는 피시 앤드 칩스 정도 뿐이니... 이것도 생선으로 만드는 거지, 그밖에 해산물은 정말로 잘 안 먹는다.
  5. "참치, 이걸 먹어? 말어?", 삼성서울병원 - 식품과 영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