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brid financial instrument.
금융상품의 일종으로, 관점에 따라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볼 수 있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어떤 관점에서 보면 주식이지만 어떤 관점에서 보면 채권인 식이다. 이렇게 관점에 따라서 같은 금융상품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을 혼성불일치(hybrid mismatch)라고 하는데, 이를 이용해서 조세회피 수법으로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신종자본증권은 어떤 나라의 세법에서는 채권으로 간주하지만 또 어떤 나라에서는 주식으로 간주한다. 각 상품의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 참조. 이를 이용해서 조세회피가 가능하다. A라는 글로벌 기업이 S국가와 T 국가에 각각 B와 C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A 기업은 해외에서 발생한 매출을 C로 몰아주고, C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이 증권을 B가 매입한 다음, 정기적으로 이자를 받는다. 문제는 B 자회사가 있는 S 국가에서는 신종자본증권을 주식으로 간주하는 반면, T 국가에서는 이를 채권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과 같이 조세회피가 가능하다.
- B 자회사가 C 자회사로부터 받은 이자는 S 국가의 세법상으로는 배당소득이 된다. 신종자본증권이 주식이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에서는 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또는 일반적인 소득세보다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하므로 세금이 대폭 깎인다.
- C 자회사가 B 자회사에게 지급한 이자는 T 국가의 세법상으로는 채권에 대한 이자가 된다. 따라서 소득 공제가 가능하다. 물론 신종자본증권도 부채로 잡힌다. 이를 이용해서 세금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이렇게 S와 T 국가 양쪽으로부터 상당한 세금을 절약할 수 있으므로 정직하게 해외 매출을 A 기업이 가졌을 때보다 세금이 훨씬 줄어든다. 위의 예를 가지고 계산해 보자. A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100억 원이라고 가정하고, A, B, C 회사가 있는 세 개의 나라 모두 법인세율이 20%라고 가정하자. 정상적으로 A 기업이 소득을 가지고 들어오면 20억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런데 A 기업은 이렇게 하지 않고 C 자회사의 소득으로 잡았다. 그런데 B 자회사는 C 자회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500억 원어치를 가지고 있다. 이 증권은 이율이 연 15%다.
그러면 C 자회사는 이자로 500억×0.15=75억을 B 자회사에게 준다. B 자회사가 있는 T 국가에서는 이를 부채 이자로 보기 때문에 소득에서 공제한다. 즉 25억에 대한 세금 5억 원만 내면 된다. 한편 B 자회사가 있는 S 국가는 C로부터 받은 75억을 배당소득으로 간주하여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100억 원에 대한 세금은 2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줄었다. 정상적으로 내야 할 세금의 4분의 1만 내는 것이다. 혼성금융상품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기업들은 더욱 악착 같이 세금을 줄여서, 한 해에 수천 억 원을 벌고도 세금은 겨우 몇 억 내고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