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비키
ひびき(響).
일본 산토리의 위스키. 블렌디드 위스키 중 산토리의 최고급 브랜드다.
'히비키'는 한자로는 響(울릴 향)으로 '교향곡'이라는 단어에 들어가는 '향'이다. 자기들 말로는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 제4악장을 이미지로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한다. 한 번쯤은 이 곡을 들어보면서 마셔보자. 야마자키증류소와 하쿠슈증류소에서 나온 30종 이상의 몰트 위스키와 여러 가지 그레인 위스키를 블렌딩해서 만드는 만큼, 그 하모니를 중시한다는 뜻으로 붙은 이름이 교향곡을 뜻하는 響. 오케스트라 역시 수많은 악기와 연주자들이 하모니를 이루어야 하는 만큼 제목은 잘 잡은 셈이다. 響을 써 놓은 라벨의 캘리그래피가 무척 인상적이다. 일본의 서예가인 오기노 탄세츠(荻野丹雪)의 작품. 또한 영어로 'Japanese Harmony'라는 말이 쓰여 있다. 병의 모양은 원통형이지만 각이 많이 져 있다. 전반적으로 무척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외관을 지니고 있다.
DR[2]에서부터 12년, 17년, 21년, 30년까지 있다. 보통은 싼 것부터 나오고 그보다 오래 숙성된 게 차례 차례 나올 것 같은데 히비키는 1989년에 17년산부터 먼저 나왔다. 산토리 창립 90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것으로, 이후로 라인업이 형성되었다. 가격이 장난 아니게 비싸서 가장 저렴한 DR이 어지간한 스카치 위스키 12년산도 울고 갈 가격이다. 21년부터는 소매 가격이 백만 원이 넘어간다. 인터넷 한정판으로는 2016년 11월에 35년도 나온 적이 있다. 일본의 유명 도자기 산지 두 곳에 각각 한 가지씩의 도자기 병을 주문해서 각 150병만을 내놓았는데, 세금을 제외한 가격이 무려 70만 엔(원이 아니다!) ... 도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하기에 그런지 궁금하면 산토리의 안내 페이지를 가보자. 정말 병 하나만큼은 끝내준다. 한편 DR과 12년, 17년은 아시아 쪽 면세점에 꽤 많이 깔려 있었고 국내 면세점에도 있었지만... 2017년 들어서는 점점 안 보이고 있다. 2016년부터 일본에도 물건 구하기가 힘들어진 야마자키 위스키보다는 구하기 쉬운 편. 하지만 21년부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레어급이다. 17년도 씨가 마르는 판이라 산토리에서 결국 2018년 6월 말에 하쿠슈 12년과 함께 히비키 17년도 당분간 생산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언제 재개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 산토리 측에서는 시설투자 확대를 통해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지만 돈을 넣는다고 당장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생산량이 늘어나도 숙성기간을 감안하면 당분간 품귀현상은 이어질 분위기다. 2023년 기준으로 하쿠슈 12년은 라인업에 남아 있으나 히비키 17년은 라인업에서 빠진 것으로 보아 아예 단종시킨 모양이다.
히비키 17년 생산을 중단하면서 그 대안으로 2018년 하반기에 히비키 블렌더스 초이스(Blender's Choice) 제품을 내놓았다. 숙성 년수 표시도 없는 주제에 가격이 히비키 17년과 비슷하다. 그런데 맛을 본 사람들의 평가는 상당히 좋다. 히비키 17년이 아쉽지 않을 정도이며 이쪽이 더 좋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 실제로는 히비키 17년에 들어가던 원액이 상당 부분 들어간다고 한다. 특징은 숙성과 블렌딩을 마친 위스키를 와인 양조에 썼던 오크통에 다시 한 번 숙성해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다른 히비키에 비해서 과일향이 더욱 풍부하게 난다.
그밖에 면세점 쪽으로 주로 공급되는 마스터즈 초이스(Master's Choice)라는 것도 있다. 야마자키증류소의 셰리 캐스크 숙성 원액을 사용해서 일반 히비키보다 좀더 과일향이 풍부하고 고급진 단맛이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 녀석도 면세점 가격이 일반 DR 히비키의 두 배 정도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남자 주인공인 밥 해리스(빌 머리)는 위스키 광고를 찍기 위해 일본에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 광고에 나오는 위스키가 히비키 17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