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튼우즈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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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던 1944년, 미국 뉴햄프셔주의 브레튼우드애서 44개국 대표가 모여 개최된 통화금융회의에서 체결된 협정. 이듬해인 1945년 12월에 30개국이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협정이 효력을 발휘하고 브레튼우즈체제가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협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미국 달러기축통화로 하고 금 1온스(31.1g)를 35 미국 달러로 고정하는 금본위제를 채택한다.
  • 각국은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에 대하여 환율을 고정하지만 1% 범위 안에서 이를 조정할 수 있다.
  • 국제통화제도를 관장하고 유동성 부족으로 무역 결제 등에 어려움을 겪을 때 필요한 달러를 공급하는 기구로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을 설립한다.
  • 전후 복구 및 부흥, 후진국개발을 위한 국제부흥개발은행(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 IBRD)을 설립한다.

이후 IBRD세계은행(World Bank, WB)으로 바뀐다.

이로써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경제 및 무역체제가 구축되었다. 브레튼우즈협정을 통하여 영국금융패권이 공식적으로 미국에게 이양된 셈이다.

배경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각국의 통화제도는 금본위제였다. 어떤 나라의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면 반드시 그 가치만큼의 중앙은행에 있어야 하며, 화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은행에 이를 들고 가면 그 액수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으로 바꿔줬다. 이를 금태환성이라고 한다. 이 당시 기축통화 구실을 했던 것은 영국 파운드화였다. 세계대전 이전에야 영국의 경제력은 지금의 미국과 비슷한 정도로 막강한 지위를 누리고 있었으므로 파운드화를 발행하면서 그만큼의 금을 확보하는 것이 별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두 차례 유럽을 휩쓸고 간 세계대전. 전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 유럽 각국은 화폐를 많이 찍어내야 했는데, 그러다 보니 화폐의 가치는 뚝뚝 떨어졌다. 반면 전쟁통에 생산 시설도 망가지고 경제나 무역 활동도 정상으로 굴러가지 못하니 금을 구하기는 더더욱 힘들어졌다. 영국은 태환성을 유지할 을 확보할 수가 없게 된 것.

결국 유럽 국가들은 금본위제를 포기하게 되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나치 독일에게 런던이 8개월 동안 날마다 폭격을 받았던 영국은 경제 기반이 쑥대밭이 되었고, 결국 국제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던 막강한 지위도 완전 쪼그러들었다. 그 자리를 채운 게 미국. 대영제국의 영광을 누리면서 전 세계를 호령했던 영국으로서는 한때 식민지였던 미국이 자신들의 패권을 차지하는 것이 씁쓸한 일이었겠지만 결국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하루 빨리 새로운 질서를 세워서 국제경제의 혼란을 바로잡아야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브레튼우즈체제이고, 이 체제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 브레튼우즈협정이다.

어떤 두 나라가 경제패권을 가지고 다투다 보면 결국 전쟁으로 번지기도 하고, 전쟁에서 승리한 쪽이 패권을 거머쥐게 되는데, 브레튼우즈협정은 이러한 전쟁 없이 경재패권이 이양된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전쟁이라는 요소는 개입해 있었다. 왕년의 짱과 그 짱 옆에 있던 천하의 개쌍놈이 쌈박질하다가 둘 다 중상을 입는 바람에 왕년의 짱한테 힘 좀 보태줬던 옆 동네 짱이 무혈입성한 꼴이다.

붕괴

세계 경제의 패권이 완전히 미국에게 넘어가게된 브레튼우즈체제 출범 이후, 세계 경제는 대호황기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미국대압착기를 거치면서 어마어마한 성장 질주를 이어 나갔다. 그런데 이게 브레튼우즈체제의 명을 재촉하는 원인이 된다. 세계경제가 호황이 되면 무역도 늘어나고 그만큼 미국 달러의 수요도 늘어난다. 미국은 열심히 인쇄기를 돌려서 미국 달러를 찍어내면 되긴 하지만... 공짜로 다른 나라에 줄 수는 없는 거고, 주요한 방법은 무역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물건을 사고 달러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미국이 무역적자가 난다는 뜻이다. 미국 달러의 수요가 늘고, 그에 따라서 미국이 더 많은 달러를 찍어내고, 그러니까 시장에 도는 달러가 늘어나면서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기축통화는 무역적자가 불가피하며[1],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미국에서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찍어내기도 했지만, 이 때의 가장 큰 문제는 금태환성이었다.

브레튼우즈협정에 따르면 미국 달러는 금에 대해 고정되어 있다. 다른 나라의 통화는 미국 달러에 일정 비율로 고정되어 있고 1% 정도의 탄력성밖에 없다. 곧 미국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자기들 통화의 가치도 덩달아 떨어진다. 이러다 보니 하나 둘, 협정을 지키지 않는 나라들이 나타난다. 1970년대에 들어 각국은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의 변동 폭을 확대하게 되고, 이는 고정환율제 붕괴로 이어진다. 국제 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가치는 떨어지는데 금태환성을 유지하려면 35$를 주고 1 온스를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정신 나간 장사꾼이 가치가 뚝 떨어진 미국 달러를 브레튼우즈협정 때의 가치 그대로 쳐서 을 팔겠는가?

더 문제는 미국 달러를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 금태환을 행사하는 것이다. 미국 달러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으니 이대로 달러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금으로 바꾸는 게 낫겠다 싶어서 '달러 줄게 내놓으라'는 요구가 쇄도하게 된 것. 결국 미국이 견디다 못해 1971년 8월 15일에 달러를 금에 묶어 놓은 체제를 포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브레튼우즈 체제는 공식으로는 붕괴한다. 하지만 이 시기까지 입지를 공고히 다져 온 미국 달러는 여전히 국제무역의 기축통화로 그 구실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경제가 세계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해 온 것도 그 이유. 이를 신브레튼우즈 체제라고 부른다.

각주

  1. 그래서 미국 최고의 수출품은 달러화라는 말까지 있다. 미국은 돈을 팔아서 그 대가로 물건을 가져오는 것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