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두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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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ouillette.

익히지 않은 앙두예트.
Andouillette et frites.jpg

접시에 감자튀김만 한가득이고 앙두예트는 구석탱이에...

맛있는 앙두예트(andouillette) 시식

프랑스식 곱창 소시지인 앙두예트(andouillette) 중에서도 특히 트루아산 앙두예트가 유명하다. 이곳의 앙두예트는 돼지 곱과 양파 및 각종 향신료를 가득 채워 먹음직한 것으로 유명하다. ‘검증된 앙두예트 애호가들의 친선 협회’라는 뜻을 지닌 앙두예트 협회 Association Amicale des Amateurs d’Andouillettes Authentiques는 맛있는 앙두예트를 만드는 점포에 협회의 머릿글자를 딴 AAAAA 라벨을 부여한다. 최고 앙두예트 라벨을 받은 레스토랑에서 오리지널 앙두예트의 맛을 즐겨보자!

프랑스 관광청 웹사이트


프랑스소시지의 일종. 샤블리, 리옹 일대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요리로 알려져 있으며, 샹파뉴 지방 쪽 앙두예트도 유명하다.[1] 돼지를 이용해서 만들며 다른 소시지처럼 내용물을 돼지 창자에 꽉꽉 채운 다음, 삶거나 구워서 익혀 먹는다. 이 정도 되면 그냥 소시지와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게다가 아주 두툼해서 거의 순대 굵기 수준이라 먹음직스러워 보이다. 문제는 내용물이다. 여기에 채우는 게 그냥 고기가 아니라 돼지 창자라는 게 가장 큰 차이. 창자 안에 창자를 가득 채워 넣은 소시지다. 돼지 말고 내장도 섞어서 쓰기도 하고 토마토나 향신료, 곡물이 조금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사실 소나 돼지 내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먹기 때문에 뭐 그렇게 이상한 음식은 아니겠네, 싶을 수 있는데...

Andouillette inside.jpg

진짜 문제는 창자를 우리나라처럼 박박 씻지 않는다는 것. 종종 곱창을 비롯한 창자를 세탁용 세제나 공업용 세제로 씻는다고 말이 많은데, 물론 잘못된 행태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똥냄새 빼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력한 세제를 쓰지 않으면 밀가루와 소주를 부어서 사람이 죽도록 박박 닦아서 냄새를 제거해야 하는데 그 노력을 안 들이려고 세탁용이나 공업용 세제를 쓰는 것. 그런데 앙두예트에 들어가는 창자는 깨끗이 씻기는 했지만 냄새를 제거할 정도로 박박 씻지는 않았기 때문에 냄새가 장난 아니다.

게다가 여기에 들어가는 창자는 소가 아니라 돼지 창자다. 일단 돼지보다 냄새가 많이 나는 게 기본인 데다가, 소는 보통 소장 부분을 곱창으로 많이 먹지만 돼지는 소장은 두께가 얇아서 소시지의 외피에 쓰이고 앙두예트의 속에 들어가는 것은 대장을 사용한다. 즉 진짜 똥이 만들어지는 부위를 쓰는 것이다. 이 주위는 아무리 세척을 해도 냄새를 다 뺄 수가 없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걸로 볶음이나 탕을 할 때에는 고춧가루들깨가루에 깻잎후추까지 강한 향신료를 박박 때려 넣어가면서 요리를 한다.

그러니 앙두예트에서는 정말 똥냄새가 난다. 왠지 다음날까지도 뱃속에서 똥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은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를 넣기도 하지만 그걸로도 답이 안 나온다. 그나마 AAAAA(Association Amicale des Amateurs d'Andouillette Authentique, 검증된 앙두예트 애호가들의 친선협회) 등급에 속하는 것은[2] 좀 더 똥내를 잡아서 냄새가 덜하지만 그런 질 좋은 앙두예트조차도 신선하지 않은 수입산 냉동재료로 만든 싸구려 순댓국에서 나는 꼬랑내가 강렬하게 난다. 이런 순댓국에 익숙해져 있다면 그럭저럭 먹을 수는 있다. 즐겁지는 않지만. 굳이 앙두예트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적어도 냄새 잡겠다고 공업용 세제나 휘발유 같은 이상한 건 안 쓴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곱창집들이 절대로 유해한 물질을 쓰지 않았다고 장담하다가 단속에서 세제니 양잿물이니 하는 성분이 나오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닌지라.

프랑스음식 중에 돼지 내장을 쓰는 것들이 은근히 많은데 이 녀석도 그 중에 하나고 그 중에서도 냄새가 심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비위가 약하고 익숙치 않은 사람은 한 입 먹었다가 그대로 토하는 일도 심심치 않다. 음식 문화가 발달하고 미식으로 유명한 프랑스라지만 그만큼 경악스러운 별의 별 걸 다 먹는다는 뜻도 된다. 대체로 다른 나라들도 그랬겠지만 옛날에는 맛 좋은 살코기는 부자들 차지고 서민들은 냄새나고 맛 없는 싸구려 부위와 내장들을 주로 소비하게 되는데, 나름 이런 허접한 재료를 가지고 조금이라도 맛있게 먹어 보자고 앙두예트처럼 별의 별 요리법이 나오게 마련이다.

프랑스인들 안에서도 호불호가 장난 아니게 갈리는 음식으로, 잘 먹는 사람들도 많지만 '저걸 누가 먹어? 멍청한 관광객들이나 먹지' 하고 쳐다도 안 보는 사람도 많다. 관광객들이 종종 낚이는데, 메뉴에는 친절한 설명 없이 그냥 소시지의 일종인 것처럼 되어 있거냐 그냥 프랑스어로 Andouillette라고 쓰여 있으니까 맛있을 것 같아서, 혹은 호기심에 시켰다가 제대로 낚이고 후회하는 일이 종종 있다. 해외에서도 여행 관련 사이트에 '절대 먹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종종 거론된다.[3] 검색해 보면 온갖 끔찍한 단어들로 그 냄새와 맛을 표현하는 웹문서들이 넘쳐난다. 프랑스의 공연 코미디 중에도 제목이 "J'ai commandé andouillette"(나 앙두예트 주문했어)인 작품이 있는 것처럼 개그 소재로 쓰이는 걸 보면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도 꽤 악명이 자자한 건 분명하다.

다만 신선한 걸 바로 구워서 먹으면 꽤 먹을만 하다. 숯불 바베큐를 하면 숯불향도 입혀지고 해서 똥내가 꽤 누그러들어서 시장 순댓국 잘 먹는 사람이라면 힘들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순대순댓국도 사람별로 편차가 있어서 누린내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너무 깔끔한 순댓국은 영 밋밋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돈코츠라멘도 현지인들이 찾는 집들은 관광객들은 먹기도 힘들 정도로 누린내가 장난 아니다. 그러니 앙두예트의 똥냄새도 결국은 익숙해진 사람들은 잘 먹으며, 오히려 너무 깔끔하면 밋밋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입맛이란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고 사람에 따라 정말 제각각인 법이다. 이렇게 얘기는 하지만 굳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호기심이 충만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피하도록 하자. 굳이 호불호가 극단으로 갈리는 음식에 도전해서 고생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심지어는 이를 정치에 빗댄 유명한 말도 있다.

La politique, c'est comme l'andouillette, ça doit sentir un peu la merde, mais pas trop.
정치는 앙두예트와도 같아서 똥냄새가 좀 날지는 몰라도 너무 심한 건 아니다.

에두아르 앙리오 (프랑스 제3공화국 총리)


우리나라의 많은 웹사이트에서는 이 말을 앞에만 뚝 잘라서 "정치는 앙두이예트처럼 똥냄새가 난다."고만 하고 있다. 이렇게 뒤를 잘라놓은 말만 보면 한마디로 정치는 부정부패 투성이의 똥이라는 얘기지만 잘라놓은 부분을 붙여서 보면, 정치는 부정부패 때문에 똥내가 날지는 몰라도 상종을 못할 정도는 아니니 혐오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뒤는 잘라버리고 앞부분만 인용해서 마치 정치 혐오를 상징하는 말처럼 써먹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앙리오 총리에게 앙두예트란 똥냄새가 나지만 너무 심한 것은 아닌, 즉 먹을 만한 음식이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비위도 좋네.

이름이 비슷한 앙두예(Andouille)라는 것도 있다. 돼지 창자 안에 돼지 곱창과 위 부위를 넣어서 만든 것으로 앙두예트와 비슷하다. 사실 앙두예트가 '작은 앙두예'라는 뜻인데, 그 강력한 향은 오히려 '큰 앙두예'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런데 미국에도 '크리올'[4]이 많이 살았던 루이지애나를 중심으로 발달한, 철자는 같고 이름만 영어식으로 읽은 '앵두이'라는 게 있으며, 이쪽은 내장이 아닌 그냥 돼지고기를 원료로 했기 때문에 우리가 잘 아는 소시지에 가깝다.

각주

  1. 프랑스 관광청에서는 샹파뉴에 갔다면 먹어봐야 할 대표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고 나면 다시는 안 가겠지...
  2. 이 등급을 사용하는 레스토랑이라면 메뉴에 쓰여 있다.
  3. "Andouillette: One of the things you must never try eating in France(앙두예트 : 프랑스에서 절대 먹으려고 해서는 안 되는 음식 중 하나)", Stuff.co.nz, 9 June 2017
  4. 유럽에서 아메리카를 한참 식민지로 들어 먹던 시절에 유럽 이민자와 비유럽계, 특히 식민지 원주민 사이 혼혈로 태어난 사람들을 뜻하는 말. 미국에서는 주로 프랑스계 또는 스페인계 이민자와 원주민 혹은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의 혼혈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