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주: 두 판 사이의 차이
편집 요약 없음 |
(→마실 때) |
||
(같은 사용자의 중간 판 38개는 보이지 않습니다) | |||
1번째 줄: | 1번째 줄: | ||
[[발효]]를 통해 만든 [[술]]을 [[증류]] 과정을 거쳐서 [[불순물]]< | [[발효]]를 통해 만든 [[술]]을 [[증류]] 과정을 거쳐서 [[불순물]]<del>과 영양성분</del>을 제거하고 [[알코올]] 도수를 높인 [[술]]. 증류에 쓰이는 [[술]]을 흔히 밑술이라고 부른다. 알코올은 끓는 점이 섭씨 78도인 반면 물은 섭씨 100도이므로 술을 끓이면 [[알코올]]이 먼저 기화된다. 처음에는 거의 [[알코올]]만 나오다가 갈수록 [[알코올]]의 농도가 줄어드는데, 술의 액체 성분이 모두 기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보통 부피 기준으로 15~20% 선에서 끊어준다. 알코올의 농도가 엄청나게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얘기. 단지 알코올을 물과 분리하는 것이 증류의 목적은 아니다. [[술]]에는 다양한 향과 맛을 내는 수많은 물질들이 있으며, 이 중에는 물보다 끓는 점이 낮은 휘발성 물질들이 있다. 이들도 함께 증류되면서 여러 가지 독특한 향과 맛을 낸다. 단지 알코올만이 증류된다면 세상에 그렇게도 많은 종류의 증류주가 존재할 이유도 딱히 없을 테니. | ||
자연 상태에서 [[발효]]를 통해서 만드는 [[술]]은 [[알코올]] 도수 14~ | 자연 상태에서 [[발효]]를 통해서 만드는 [[술]]은 [[알코올]] 도수 14~16도 정도가 한계다.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만들던 [[효모]]가 이 정도 도수가 되면 [[알코올]] 독성 때문에 자가가 죽어버린다. <del>알코올은 [[효모]]의 배설물이니 쉽게 말해서 똥통에 빠져서 지가 싼 똥에 똥독으로 죽는 꼴.</del> 그 이상 높은 도수의 [[술]]은 증류주 아니면 증류주를 섞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증류주가 등장한 배경에는 알코올 도수를 높임으로써 보존성을 높이는 의미가 있다. [[알코올]]이 소독제로 쓰이므로 술은 오래 보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맥주]]나 [[와인]]에 들어 있는 정도의 [[알코올]]은 물론 없는 것보다는 보존성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한다. 확실히 밀봉되어 있지 않거나 냉장하지 않으면 의외로 빨리 상한다. 보존 관련 기술이 발달하지 않는 옛날에는 쉽게 술이 상했다. 과학적으로 미생물이나 [[알코올]]의 작용이 밝혀진 것은 현대에 와서지만 먼 옛날부터 증류를 해서 독한 술을 만들면 안 썩고 오래 간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에 증류 기술이 발달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증류주가 처음 나온 곳이 아라비아 쪽이라는 것도 더운 지방에서 술이 쉽게 상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도수를 올리는 것 말고도 해로운 불순물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흔히 증류주가 [[와인]]이나 [[맥주]]보다 숙취가 덜하다고 하는데 증류 과정에서 숙취를 일으키는 퓨젤유를 비롯한 불순물이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이다. | ||
[[증류]] | 반면 많은 성분들이 빠짐으로써 각자의 술이 가진 고유의 개성이 많이 줄어든다. 증류주 하면 흔히 생각하는 [[위스키]]나 [[코냑]] 같은 것들은 은은한 갈색 빛깔이 주요한 특징이 되지만 이것은 [[오크통]] 숙성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물론 어떤 술을 증류했느냐에 따라서 미묘한 향미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는 분명 향이나 맛에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고, 다른 증류주들도 저마다 고유의 향과 맛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증류 전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많이 줄어드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또한 영양 물질 같은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맥주]]나 [[와인]]은 [[알코올]] 말고도 여러 가지 영양 물질이 존재하지만 증류 과정에서 거의 다 제거되고 [[알코올]]과 휘발성 향미 성분만이 남는다고 보면 된다. <del>물론 [[술]] 먹어서 영양 섭취를 한다는 생각이 현명하지는 않다.</del> | ||
[[술]]에 따라서는 딱 한 번 증류하는 것도 있고, 증류한 것을 다시 증류하는 것도 있다. [[보드카]]는 두 번도 모자라서 세 번 네 번씩 증류하기도 한다. 증류를 여러 번 하면 [[알코올]] 도수가 더더욱 높아진다. [[숙취]]를 일으키는 불순물을 더 많이 덜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술]]이 가진 향미가 단순화된다는 단점도 있다. | |||
[[발효주]]에 증류주를 넣어서 [[알코올]] 도수를 올리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화 와인]]. [[와인]]을 만들고 난 포도 찌꺼기를 짜서 증류한 술을 [[와인]]에 첨가해서 알코올 도수를 올린 것으로 보존성은 확실하게 좋다. [[니혼슈]] 중에도 증류주([[주정]])을 넣어서 부족한 알코올을 채워주는 혼죠죠 같은 등급도 있다.<ref>증류주를 타지 않은 [[니혼슈]]에는 '쥰마이'라는 이름이 붙는다.</ref> | |||
==만드는 과정== | |||
먼저 증류할 원주를 만들어야 한다. 원주를 곡물을 주 원료로 하면 [[위스키]]고 과일을 주 원료로 하면 [[브랜디]]다. | |||
원주의 발효가 끝나면 일단 가만히 놔두어 침전물을 걸러낸다. 그냥 침전물까지 다 때려넣고 증류를 해도 되지만 침전물이 바닥에 붙어서 타거나 변성을 일으켜 결과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증류의 효율을 나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침전물은 걸러내는 게 보통이다. | |||
=종류= | 그리고 증류에 들어간다. 어떤 원주로 증류를 하든 그 결과물은 무색투명하고 알코올 도수는 그냥 마시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아주 높다.<ref>원주를 계속 끓이면 수분이 전부 증발되고 증류기를 거쳐서 들어오긴 하지만 이렇게 하면 온갖 휘발성 불순물들까지 함께 들어와서 술이 뿌얘지므로 망한다.</ref> 이 상태의 술을 오드비(eau de vie)라고 한다. 증류를 마친 술은 나무통에 숙성했다가 병입하기도 하고, 오드비 상태에서 바로 병입하기도 한다. 증류를 거쳐서 나오는 술은 보통 [[알코올]] 도수가 굉장히 높아서 많게는 90% 이상에 이른다. 이대로 팔리는 술은 거의 없다. [[알코올]] 냄새만 너무 심하게 나고 마셨을 때 입 속과 식도가 상할 수도 있다. 보통은 물을 타서 마시기에 괜찮은 수준으로 도수를 낮춘다. 이 때 넣는 물도 증류를 거친 것을 사용하는 게 보통인데, 그냥 물을 쓰면 물 속의 미네랄과 증류주 속의 미량 성분이 반응해서 술을 뿌옇게 만들 수 있기 때문. | ||
거의 물을 타지 않은 미친 증류주도 있긴 하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증류주 중에는 [[럼]]의 일종인 바카디 151이 그 예다. 알코올 도수가 무려 75.5도! <ref>151은 US 프루프(US proof)라는 알코올 도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미국에서 주로 쓰인다. % 단위의 두 배다.</ref> | |||
==증류의 단계== | |||
[[증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을 진행 단계별로 분류하면, | |||
* 초류 : 증류 초기 단계에 나오는 약 1% 정도의 술이다. 곧, 끓는점이 낮은 성분들이 모여 있다. [[메탄올]]은 물론이고<ref>[[메탄올]]은 끓는점이 64.7 °C, [[에탄올]]은 78.32°C로 [[메탄올]]이 먼저 기화된다.</ref> [[숙취]]를 일으키는 각종 물질들이 많이 들어 있다. 증류주가 [[숙취]]가 적은 이유는 이 초류를 버리기 때문. 이런 물질이 농축되어 있는 초류를 원액으로 마신다면 아주 위험하다. 당장에 [[메탄올]] 덩어리다. 같은 알코올이라고 해도 [[메탄올]]은 [[에탄올]]과는 달리 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마시면 실명에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버리든지 청소 소독용으로 빨리 써 버리는 게 상책이다. 연속증류를 할 때에는 초류를 좀 많이 분리한 다음에 다시 증류기에 넣기도 한다. | |||
* 본류 : 초류 이후에 나오는 술로 대략 1~20% 구간이다. 주로 [[에탄올]]과 각종 에스테르로 구성되어 있다. 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90%를 넘어가는데, 이 본류가 우리가 마시는 증류주가 되는 부분이다. 물론 그대로는 못 마시므로 시판되는 증류주는 물을 타서 알코올 도수를 맞춰야 한다. | |||
* 후류 : 약 20% 이후에 나오는 것은 [[알코올]]은 거의 없고 물 그리고 끓는점이 높은 불순물들이 많이 있다. 증류가 진행되는 단계에서 후류가 안 들어 오도록 제때 끊지 않으면 후류에 들어 있는 불순물 때문에 술이 뿌옇게 되어 버린다. 한마디로 [[망했어요]]. 증류할 때에는 투명해 보여도 물을 섞었을 때 뿌옇게 변하는 경우도 있는데, 물에 들어 있는 [[미네랄]]이 술 속의 화합물과 반응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을 원치 않으면 후류를 더 일찍 끊어야 하지만 몸에 해롭지는 않다. [[그리스]]의 [[우조]]처럼 물을 타면 뿌얘지는 것을 일부러 특징으로 내세우는 증류주도 있다. | |||
==증류법== | |||
===단식 증류법=== | |||
가장 고전적인 방식의 증류법. 증류기의 가열 탱크에 술을 부은 다음, 그 술에 대한 [[증류]]가 다 끝나면 찌꺼기를 비우고 다시 새 [[술]]을 붓는 방식. 아래에서 설명할 연속식 증류법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떨어진다. 증류를 여러 번 할 수도 있다. 즉, 단식 증류로 받은 것을 또 단식 증류할 수도 있다는 얘기. 그렇게 하면 [[알코올]] 도수는 더 높아지고 양은 더욱 줄어든다. [[위스키]] 또는 [[브랜디]]는 단식 증류법을 쓰거나, 1차 증류는 연속식 증류법, 2차 증류는 단식 증류법을 쓴다. 그냥 연속식으로 해결하는 증류주도 많다. [[한국]]의 전통 증류주는 100% 단식 증류법이다. | |||
===연속식 증류법=== | |||
증류기의 가열 탱크에 계속해서 술이 유입되게 하는 방식이다. 보통 밑술을 예열시킨 다음에 증류기의 가열 탱크로 유입시키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증류]]가 이루어진다. 한 번 증류한 다음에 가열 탱크를 비우고, 다시 밑술을 부어서 가열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예열시킨 술을 유입시켜서 증류하므로 대량생산에 적합하다. 단식 증류법처럼 초류, 본류, 후류를 분리하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석유]]를 [[증류]]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증류기에 여러 단계의 구획을 만들어서 끓는점 별로 따로 받아내서 분리하면 된다. [[보드카]]와 [[한국]]의 [[희석식 소주]]가 연속식 증류법으로 만드는 증류주의 대표격이다.단, 개별 브랜드나 제조 회사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단식 증류법으로도 만들 수 있다. 단식 증류법이 생산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만든 술이 더 비싼 편이다. | |||
==숙성== | |||
증류를 마친 술은 숙성에 들어간다. 우리가 흔히 [[위스키]] 하면 떠올리는 [[오크통]]에서 세월을 보내는 모습이 숙성 과정. 하지만 [[오크통]] 말고 다른 나무로 만든 통<ref>일본에서는 미즈나라라는 나무를 쓰기도 하는데 심지어 [[스카치 위스키]]인 시바스리갈이 이걸 쓰기도 한다.</ref>에서 숙성하거나, 아예 나무통을 사용하지 않고 숙성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백주]]나 한국의 [[소주]]<ref>물론 대량생산하는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증류식 소주]]다.</ref>는 항아리에서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다른 뭔가를 넣지 않았다면 색깔이 무색 투명한 상태를 유지한다. 나무통을 사용할 때에도 통의 재질이나 크기도 여러 가지다. 술 안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성분이 서서히 화학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향과 맛에 변화가 생기며, 나무통을 사용하면 나무의 여러 성분들이 술로 침투해서 우리가 잘 아는 갈색을 띠게 만들고 미묘한 나무의 향기들이 깃들게 된다. 사실 우리가 아는 [[위스키]]나 [[브랜디]]의 향과 맛 중에 많은 부분들이 이 나무통 숙성 과정에서 나온다. | |||
같은 종류의 술이라면 숙성 기간이 긴 것이 비싸다. 기간이 길수록 그만큼 관리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크통]]에 숙성하면 1년에 약 2% 정도의 비율로 술이 조금씩 증발되는, 이른바 [[엔젤스 쉐어]] 현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품 자체의 질이 다르거나<ref>원재료의 질, 밑술을 만들고, 증류하고, 숙성하는 공정이나 기술의 정교함, 희귀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다.</ref> 브랜드의 명성이 다르다면, 즉 높은 평가를 받는 A 제품의 18년보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B 제품의 12년이 더 비싼 일은 아주 흔하다. | |||
==종류== | |||
크게 [[과일]]을 기반으로 한 [[브랜디]]와 [[곡물]]을 기반으로 한 [[위스키]]로 나뉜다. 자세한 것은 각 항목을 참조하자.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럼처럼 어느 분류에 넣기 애매한 것도 있다. 다만 [[브랜디]]와 [[위스키]]는 나무통에서 숙성을 한 것만 뜻하며, 나무통 숙성을 거치지 않는 증류주도 전 세계에 많이 있다. 이런 계통으로 유명한 것들은 러시아의 대표 술인 [[보드카]], 포도로 만든 [[이탈리아]]의 [[그라파]], 쥬니퍼 베리 향을 더한 [[진]]과 같은 것들이 있고, 중국의 갖가지 [[백주]]들, 일본과 한국의 [[소주]]도 역시 나무통 숙성을 거치지 않는 증류주다. | |||
==마실 때== | |||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다. | |||
* 스트레이트 (straight) : 우리나라에서는 아무 것도 넣지 않고 그냥 원래 술 그대로 마시는 것을 뜻하지만 서양에서는 '업'과 같은 의미로 많이 통하며, 아예 둘을 붙여서 스트레이트 업(straight up)이라도 한다. 우리가 얘기하는 스트레이트는 서양에서는 '니트'라고 한다. | |||
* 니트 (neat) :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용어로, 아무 것도 넣지 않고, 차게 하지도 않고 병에서 그대로 잔에 따라 마시는 방법. 즉, 우리나라에서 '스트레이트'라고 하는 것과 같다. | |||
* [[온더록스]] 혹은 [[온더락스]] (on the rocks) : 언더락스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 under rocks가 아니라 on the rocks다. 얼음만 넣어서 차게 마시는 것. 시간이 지나면 얼음이 조금씩 녹으면서 술과 섞인다. | |||
* 업 (up) : 얼음을 넣어서 흔들어 차게 한 다음 얼음은 빼고 마신다. 온더록스는 시간이 지나면 얼음이 녹아 점점 술이 묽어지는 반면, 업은 농도가 변하지 않는 대신 온도는 미지근해진다. | |||
* 트와이스 업(twice up) : 증류주와 같은 양의 물을 타서 마시는 방법. 일본 [[위스키]]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일본에서 [[소주]]에 물을 타서 마시는 [[미즈와리]]와 같은 개념이다. 다만 [[미즈와리]]는 물의 비율이 증류주의 2~3배로 더 높으므로 [[하이볼]]에 가깝다. | |||
* [[하이볼]] (highball) : 증류주의 2~3배 또는 그 이상으로 물 또는 [[탄산수]]를 타서 마시는 방법. 일본에서는 [[탄산수]]를 위주로 크게 발달했다. | |||
* [[칵테일]] (cocktail) : 다른 술 또는 음료를 섞어서 만드는 것. | |||
흔히 스트레이트로 마셔야 증류주의 향과 맛을 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오히려 너무 농축되어 있고 알코올이 강하기 때문에 복잡미묘한 향미가 가려질 수 있다. 술에 따라서는 오히려 물을 타서 희석해서 마시면 강한 알코올에 가려져 있던 이런 향미들이 오히려 더 잘 살아난다. | |||
{{각주}} | |||
[[Category:술]] |
2022년 10월 6일 (목) 16:12 기준 최신판
발효를 통해 만든 술을 증류 과정을 거쳐서 불순물과 영양성분을 제거하고 알코올 도수를 높인 술. 증류에 쓰이는 술을 흔히 밑술이라고 부른다. 알코올은 끓는 점이 섭씨 78도인 반면 물은 섭씨 100도이므로 술을 끓이면 알코올이 먼저 기화된다. 처음에는 거의 알코올만 나오다가 갈수록 알코올의 농도가 줄어드는데, 술의 액체 성분이 모두 기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보통 부피 기준으로 15~20% 선에서 끊어준다. 알코올의 농도가 엄청나게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얘기. 단지 알코올을 물과 분리하는 것이 증류의 목적은 아니다. 술에는 다양한 향과 맛을 내는 수많은 물질들이 있으며, 이 중에는 물보다 끓는 점이 낮은 휘발성 물질들이 있다. 이들도 함께 증류되면서 여러 가지 독특한 향과 맛을 낸다. 단지 알코올만이 증류된다면 세상에 그렇게도 많은 종류의 증류주가 존재할 이유도 딱히 없을 테니.
자연 상태에서 발효를 통해서 만드는 술은 알코올 도수 14~16도 정도가 한계다.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만들던 효모가 이 정도 도수가 되면 알코올 독성 때문에 자가가 죽어버린다. 알코올은 효모의 배설물이니 쉽게 말해서 똥통에 빠져서 지가 싼 똥에 똥독으로 죽는 꼴. 그 이상 높은 도수의 술은 증류주 아니면 증류주를 섞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증류주가 등장한 배경에는 알코올 도수를 높임으로써 보존성을 높이는 의미가 있다. 알코올이 소독제로 쓰이므로 술은 오래 보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맥주나 와인에 들어 있는 정도의 알코올은 물론 없는 것보다는 보존성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한다. 확실히 밀봉되어 있지 않거나 냉장하지 않으면 의외로 빨리 상한다. 보존 관련 기술이 발달하지 않는 옛날에는 쉽게 술이 상했다. 과학적으로 미생물이나 알코올의 작용이 밝혀진 것은 현대에 와서지만 먼 옛날부터 증류를 해서 독한 술을 만들면 안 썩고 오래 간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에 증류 기술이 발달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증류주가 처음 나온 곳이 아라비아 쪽이라는 것도 더운 지방에서 술이 쉽게 상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도수를 올리는 것 말고도 해로운 불순물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흔히 증류주가 와인이나 맥주보다 숙취가 덜하다고 하는데 증류 과정에서 숙취를 일으키는 퓨젤유를 비롯한 불순물이 대부분 제거되기 때문이다.
반면 많은 성분들이 빠짐으로써 각자의 술이 가진 고유의 개성이 많이 줄어든다. 증류주 하면 흔히 생각하는 위스키나 코냑 같은 것들은 은은한 갈색 빛깔이 주요한 특징이 되지만 이것은 오크통 숙성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물론 어떤 술을 증류했느냐에 따라서 미묘한 향미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는 분명 향이나 맛에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고, 다른 증류주들도 저마다 고유의 향과 맛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증류 전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많이 줄어드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또한 영양 물질 같은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맥주나 와인은 알코올 말고도 여러 가지 영양 물질이 존재하지만 증류 과정에서 거의 다 제거되고 알코올과 휘발성 향미 성분만이 남는다고 보면 된다. 물론 술 먹어서 영양 섭취를 한다는 생각이 현명하지는 않다.
술에 따라서는 딱 한 번 증류하는 것도 있고, 증류한 것을 다시 증류하는 것도 있다. 보드카는 두 번도 모자라서 세 번 네 번씩 증류하기도 한다. 증류를 여러 번 하면 알코올 도수가 더더욱 높아진다. 숙취를 일으키는 불순물을 더 많이 덜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술이 가진 향미가 단순화된다는 단점도 있다.
발효주에 증류주를 넣어서 알코올 도수를 올리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화 와인. 와인을 만들고 난 포도 찌꺼기를 짜서 증류한 술을 와인에 첨가해서 알코올 도수를 올린 것으로 보존성은 확실하게 좋다. 니혼슈 중에도 증류주(주정)을 넣어서 부족한 알코올을 채워주는 혼죠죠 같은 등급도 있다.[1]
만드는 과정
먼저 증류할 원주를 만들어야 한다. 원주를 곡물을 주 원료로 하면 위스키고 과일을 주 원료로 하면 브랜디다.
원주의 발효가 끝나면 일단 가만히 놔두어 침전물을 걸러낸다. 그냥 침전물까지 다 때려넣고 증류를 해도 되지만 침전물이 바닥에 붙어서 타거나 변성을 일으켜 결과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증류의 효율을 나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침전물은 걸러내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증류에 들어간다. 어떤 원주로 증류를 하든 그 결과물은 무색투명하고 알코올 도수는 그냥 마시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아주 높다.[2] 이 상태의 술을 오드비(eau de vie)라고 한다. 증류를 마친 술은 나무통에 숙성했다가 병입하기도 하고, 오드비 상태에서 바로 병입하기도 한다. 증류를 거쳐서 나오는 술은 보통 알코올 도수가 굉장히 높아서 많게는 90% 이상에 이른다. 이대로 팔리는 술은 거의 없다. 알코올 냄새만 너무 심하게 나고 마셨을 때 입 속과 식도가 상할 수도 있다. 보통은 물을 타서 마시기에 괜찮은 수준으로 도수를 낮춘다. 이 때 넣는 물도 증류를 거친 것을 사용하는 게 보통인데, 그냥 물을 쓰면 물 속의 미네랄과 증류주 속의 미량 성분이 반응해서 술을 뿌옇게 만들 수 있기 때문. 거의 물을 타지 않은 미친 증류주도 있긴 하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증류주 중에는 럼의 일종인 바카디 151이 그 예다. 알코올 도수가 무려 75.5도! [3]
증류의 단계
증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을 진행 단계별로 분류하면,
- 초류 : 증류 초기 단계에 나오는 약 1% 정도의 술이다. 곧, 끓는점이 낮은 성분들이 모여 있다. 메탄올은 물론이고[4] 숙취를 일으키는 각종 물질들이 많이 들어 있다. 증류주가 숙취가 적은 이유는 이 초류를 버리기 때문. 이런 물질이 농축되어 있는 초류를 원액으로 마신다면 아주 위험하다. 당장에 메탄올 덩어리다. 같은 알코올이라고 해도 메탄올은 에탄올과는 달리 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마시면 실명에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버리든지 청소 소독용으로 빨리 써 버리는 게 상책이다. 연속증류를 할 때에는 초류를 좀 많이 분리한 다음에 다시 증류기에 넣기도 한다.
- 본류 : 초류 이후에 나오는 술로 대략 1~20% 구간이다. 주로 에탄올과 각종 에스테르로 구성되어 있다. 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90%를 넘어가는데, 이 본류가 우리가 마시는 증류주가 되는 부분이다. 물론 그대로는 못 마시므로 시판되는 증류주는 물을 타서 알코올 도수를 맞춰야 한다.
- 후류 : 약 20% 이후에 나오는 것은 알코올은 거의 없고 물 그리고 끓는점이 높은 불순물들이 많이 있다. 증류가 진행되는 단계에서 후류가 안 들어 오도록 제때 끊지 않으면 후류에 들어 있는 불순물 때문에 술이 뿌옇게 되어 버린다. 한마디로 망했어요. 증류할 때에는 투명해 보여도 물을 섞었을 때 뿌옇게 변하는 경우도 있는데, 물에 들어 있는 미네랄이 술 속의 화합물과 반응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을 원치 않으면 후류를 더 일찍 끊어야 하지만 몸에 해롭지는 않다. 그리스의 우조처럼 물을 타면 뿌얘지는 것을 일부러 특징으로 내세우는 증류주도 있다.
증류법
단식 증류법
가장 고전적인 방식의 증류법. 증류기의 가열 탱크에 술을 부은 다음, 그 술에 대한 증류가 다 끝나면 찌꺼기를 비우고 다시 새 술을 붓는 방식. 아래에서 설명할 연속식 증류법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떨어진다. 증류를 여러 번 할 수도 있다. 즉, 단식 증류로 받은 것을 또 단식 증류할 수도 있다는 얘기. 그렇게 하면 알코올 도수는 더 높아지고 양은 더욱 줄어든다. 위스키 또는 브랜디는 단식 증류법을 쓰거나, 1차 증류는 연속식 증류법, 2차 증류는 단식 증류법을 쓴다. 그냥 연속식으로 해결하는 증류주도 많다. 한국의 전통 증류주는 100% 단식 증류법이다.
연속식 증류법
증류기의 가열 탱크에 계속해서 술이 유입되게 하는 방식이다. 보통 밑술을 예열시킨 다음에 증류기의 가열 탱크로 유입시키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증류가 이루어진다. 한 번 증류한 다음에 가열 탱크를 비우고, 다시 밑술을 부어서 가열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예열시킨 술을 유입시켜서 증류하므로 대량생산에 적합하다. 단식 증류법처럼 초류, 본류, 후류를 분리하기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석유를 증류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증류기에 여러 단계의 구획을 만들어서 끓는점 별로 따로 받아내서 분리하면 된다. 보드카와 한국의 희석식 소주가 연속식 증류법으로 만드는 증류주의 대표격이다.단, 개별 브랜드나 제조 회사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단식 증류법으로도 만들 수 있다. 단식 증류법이 생산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만든 술이 더 비싼 편이다.
숙성
증류를 마친 술은 숙성에 들어간다. 우리가 흔히 위스키 하면 떠올리는 오크통에서 세월을 보내는 모습이 숙성 과정. 하지만 오크통 말고 다른 나무로 만든 통[5]에서 숙성하거나, 아예 나무통을 사용하지 않고 숙성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백주나 한국의 소주[6]는 항아리에서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다른 뭔가를 넣지 않았다면 색깔이 무색 투명한 상태를 유지한다. 나무통을 사용할 때에도 통의 재질이나 크기도 여러 가지다. 술 안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성분이 서서히 화학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향과 맛에 변화가 생기며, 나무통을 사용하면 나무의 여러 성분들이 술로 침투해서 우리가 잘 아는 갈색을 띠게 만들고 미묘한 나무의 향기들이 깃들게 된다. 사실 우리가 아는 위스키나 브랜디의 향과 맛 중에 많은 부분들이 이 나무통 숙성 과정에서 나온다.
같은 종류의 술이라면 숙성 기간이 긴 것이 비싸다. 기간이 길수록 그만큼 관리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크통에 숙성하면 1년에 약 2% 정도의 비율로 술이 조금씩 증발되는, 이른바 엔젤스 쉐어 현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품 자체의 질이 다르거나[7] 브랜드의 명성이 다르다면, 즉 높은 평가를 받는 A 제품의 18년보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B 제품의 12년이 더 비싼 일은 아주 흔하다.
종류
크게 과일을 기반으로 한 브랜디와 곡물을 기반으로 한 위스키로 나뉜다. 자세한 것은 각 항목을 참조하자.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럼처럼 어느 분류에 넣기 애매한 것도 있다. 다만 브랜디와 위스키는 나무통에서 숙성을 한 것만 뜻하며, 나무통 숙성을 거치지 않는 증류주도 전 세계에 많이 있다. 이런 계통으로 유명한 것들은 러시아의 대표 술인 보드카, 포도로 만든 이탈리아의 그라파, 쥬니퍼 베리 향을 더한 진과 같은 것들이 있고, 중국의 갖가지 백주들, 일본과 한국의 소주도 역시 나무통 숙성을 거치지 않는 증류주다.
마실 때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다.
- 스트레이트 (straight) : 우리나라에서는 아무 것도 넣지 않고 그냥 원래 술 그대로 마시는 것을 뜻하지만 서양에서는 '업'과 같은 의미로 많이 통하며, 아예 둘을 붙여서 스트레이트 업(straight up)이라도 한다. 우리가 얘기하는 스트레이트는 서양에서는 '니트'라고 한다.
- 니트 (neat) :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용어로, 아무 것도 넣지 않고, 차게 하지도 않고 병에서 그대로 잔에 따라 마시는 방법. 즉, 우리나라에서 '스트레이트'라고 하는 것과 같다.
- 온더록스 혹은 온더락스 (on the rocks) : 언더락스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데 under rocks가 아니라 on the rocks다. 얼음만 넣어서 차게 마시는 것. 시간이 지나면 얼음이 조금씩 녹으면서 술과 섞인다.
- 업 (up) : 얼음을 넣어서 흔들어 차게 한 다음 얼음은 빼고 마신다. 온더록스는 시간이 지나면 얼음이 녹아 점점 술이 묽어지는 반면, 업은 농도가 변하지 않는 대신 온도는 미지근해진다.
- 트와이스 업(twice up) : 증류주와 같은 양의 물을 타서 마시는 방법. 일본 위스키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일본에서 소주에 물을 타서 마시는 미즈와리와 같은 개념이다. 다만 미즈와리는 물의 비율이 증류주의 2~3배로 더 높으므로 하이볼에 가깝다.
- 하이볼 (highball) : 증류주의 2~3배 또는 그 이상으로 물 또는 탄산수를 타서 마시는 방법. 일본에서는 탄산수를 위주로 크게 발달했다.
- 칵테일 (cocktail) : 다른 술 또는 음료를 섞어서 만드는 것.
흔히 스트레이트로 마셔야 증류주의 향과 맛을 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오히려 너무 농축되어 있고 알코올이 강하기 때문에 복잡미묘한 향미가 가려질 수 있다. 술에 따라서는 오히려 물을 타서 희석해서 마시면 강한 알코올에 가려져 있던 이런 향미들이 오히려 더 잘 살아난다.
각주
- ↑ 증류주를 타지 않은 니혼슈에는 '쥰마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 ↑ 원주를 계속 끓이면 수분이 전부 증발되고 증류기를 거쳐서 들어오긴 하지만 이렇게 하면 온갖 휘발성 불순물들까지 함께 들어와서 술이 뿌얘지므로 망한다.
- ↑ 151은 US 프루프(US proof)라는 알코올 도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미국에서 주로 쓰인다. % 단위의 두 배다.
- ↑ 메탄올은 끓는점이 64.7 °C, 에탄올은 78.32°C로 메탄올이 먼저 기화된다.
- ↑ 일본에서는 미즈나라라는 나무를 쓰기도 하는데 심지어 스카치 위스키인 시바스리갈이 이걸 쓰기도 한다.
- ↑ 물론 대량생산하는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증류식 소주다.
- ↑ 원재료의 질, 밑술을 만들고, 증류하고, 숙성하는 공정이나 기술의 정교함, 희귀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