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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창자]]에 돼지피, 다진 [[고기]], [[찹쌀]], 잡곡, 다진 채소, [[당면]]과 같은 재료들로 속을 채우고 쪄낸 것. 쉽게 말해서 한국식 [[소시지]]. [[피]]가 들어가기 때문에 | [[돼지]] [[창자]]에 돼지피, 다진 [[고기]], [[찹쌀]], 잡곡, 다진 채소, [[당면]]과 같은 재료들로 속을 채우고 쪄낸 것. 쉽게 말해서 한국식 [[소시지]]. [[피]]가 들어가기 때문에 호호가 갈리는 편이다. 피의 냄새나 맛을 싫어할 수도 있고, 거무튀튀한 때깔이 싫을 수도 있고, '어떻게 피를!' 싶은 꺼림칙한 생각 때문에 꺼릴 수도 있다.<ref>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잘만 먹다가 돼지피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ref> 그러나 피를 재료로 하는 [[소시지]]는 전 세계에 많이 있다. 아예 [[블러드 소시지]]란 장르가 있을 정도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 곧잘 들어가는 [[블랙 푸딩]]도 [[블러드 소시지]]의 일종이다. 순대보다 피가 더 많이 들어간다. 사실 [[블랙 푸딩]]은 [[스코틀랜드]]에서 온 음식인데, 같은 동네의 [[해기스]]는 그 괴랄함이 순대 따위는 명함도 못 내민다. | ||
값싼 [[당면]] 순대를 많이 먹다 보니 [[분식집]] 음식취급을 받지만 엄연히 전통음식의 하나였고, 옛날에는 잔치 같은 특별한 날에나 해먹는 나름대로 고급 음식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돼지]]를 잡아야 창자를 얻을 수 있으니 잔치 때처럼 돼지 잡을 일이 있어야 만들 수 있는 게 순대였고, 또 속재료를 만들고 창자가 터지지 않도록 하면서 꽉꽉 채워 넣는 일이 여간 손이 많이 가고 고된 일이 아니다. 궁중에서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 음식책 중에는 개고기로 만든다는 기록도 있는 걸 보면 개를 잡았을 때에도 창자로 순대를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보는 [[당면]] 순대는 한국전쟁 이후 60년대에나 나타난 것으로 [[당면]]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남는 당면 부스러기를 처리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고안했다는 설이 있다. 과거에 속재료로 쓰던 찹쌀보다는 훨씬 쌌다. 지금이야 값싼 음식 취급을 받지만 70년대만 해도 [[당면]] 순대조차 주머니 사정에 비하면 비싸서 서민들은 어쩌다 먹을 수 있었다. | |||
순대 껍질이 돼지 창자가 아닌 식용 [[비닐]]이라는 설이 파다하고 지금도 믿는 사람들이 많다. 대창을 사용한 순대는 딱 봐도 케이싱이 두툼하고 생긴 게 딱 창자 같은데 값싼 순대는 겉이 마치 얇은 비닐처럼 보이다 보이니 그런 설이 돈다. 대량생산하는 값싼 [[소시지]]처럼 [[콜라겐]] 케이싱을 쓸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돼지 창자가 싸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래도 정 못 믿겠으면 순대 끄트머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끄트머리에 확실히 창자스러운 덩어리가 있다. 식용 비닐로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거 재현하는 게 더 비싸겠다. 게다가 순대 껍질을 보면 세로로 길게 하얀 줄 같은 게 있는데 이는 창자와 붙어 있는 장간막을 잘라낸 자국이다. 이것까지 식용 비닐로 재현하느니 창자가 더 싸다. 그보다는 오히려 창자 속을 제대로 씻었는지, 씻을 때 이상한 약품 안 썼는지, 그거 걱정하는 게 더 의미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순대는 소창을 사용하고 아바이순대나 제주식 전통순대처럼 크기가 큼직한 녀석들은 대창을 사용해서 껍질이 두껍고, 돼지 누린내도 더 심해서 호불호가 더 갈린다. | |||
요즈음은 [[분식집]]을 중심으로 한 값싼 [[당면]] 순대가 대세지만 [[당면]]이 들어간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옛날에는 [[찹쌀]]을 비롯한 수수, 조와 같은 잡곡, 다진 고기나 [[채소]]가 주로 들어갔다. [[당면]]이 들어간 이유야 앞의 재료보다 당연히 싸니까... 반면 천안의 병천순대나 용인의 백암순대와 같이 [[당면]]이 아니라 찹쌀과 채소 다진 것으로 속을 채운 순대는 꽤 비싼 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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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로 만드는 음식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순댓국]]과 [[순대볶음]]. 하지만 [[순댓국]]은 음식의 맛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 제주도도 순대로 유명한데, 제주어로는 '수애', 또는 '수웨'라고 부른다. 대창을 사용해서 껍질이 두툼하고 굵기가 아주 굵다. 전통 제주순대는 [[메밀]], 보리에 [[선지]]를 섞고 쪽파와 [[마늘]]을 잘게 썰어 넣었는데, 제주는 척박한 환경 때문에 찹쌀은 기르기 어려웠고, 대신 메밀과 보리를 주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제주도 전통순대는 식감이 찰기가 없고 퍽퍽하다. 제주도는 순대를 결혼식 잔칫집이나 상갓집에 대접했고, 제삿상에도 올렸는데, 그래서 사흘에서 일주일 동안 대접하는 음식으로 썼던 관계로 상하기 쉬운 재료는 될 수 있는 대로 피했다는 견해가 있다.<ref>양용진,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71596 "미모의 영화배우 수애도 제주에선 ‘순대’!"], 제주의소리, 2009년 11월 17일.</ref> 요즈음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제주순대는 당면, 채소를 넣어서 좀 더 외지인들 입맛에 맞춘 것으로, 제주도 전통순대와는 거리가 있다. | ||
보통 찜기를 사용해서 낮은 온도에서 쪄낸다. 물에 삶거나 너무 높은 온도로 찌면 안의 내용물이 너무 많이 불어서 창자가 터져버릴 수도 있다. 막 썰어 나온 순대도 먹어 보면 그리 뜨겁지 않다. 순대를 주문하면 [[염통]]이나 [[간]], [[허파]] 같은 [[돼지]] 내장을 썰어서 함께 내온다. 내장의 누린내나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으므로 순대만 달라고 주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흔히 보는 [[당면]] 순대는 영양가 없이 칼로리만 높은 [[정크 푸드]]에 가까우므로 비위만 괜찮으면 내장을 같이 먹는 게 영양 균형으로 볼 때 좋다. | |||
창자를 쓰지 않는 순대도 있는데 오징어순대가 그런 경우. [[오징어]] 몸통의 속을 비우고 [[찹쌀]]과 채소, [[오징어]]를 다져서 속을 꽉 채운 다음 쪄낸다. 썰어서 그냥 내기도 하지만 [[동그랑땡]]처럼 [[달걀물]]을 입혀서 기름에 지져서 내기도 한다. | |||
순대를 찍어먹는 양념으로는 가장 널리 퍼진 게 [[소금]]과 [[고춧가루]], [[후추]]를 섞은 순대 [[소금]]. 이는 수도권에서 주로 먹는 방식이지만 이제는 전국적으로 많이 퍼져 있다. 지역별로 뭐에 찍어 먹는지는 차이가 있는데, 충청도와 강원도는 [[새우젓]]에 주로 찍어 먹으며, 전라도 지역에서는 주로 [[초장]]에 찍어 먹는다. 경상도는 막장, 제주도는 [[간장]]에 주로 찍어 먹는다. [[분식]] [[포장마차]]라면 만능 소스 [[떡볶이]] 국물도 빼놓을 수 없다. | |||
순대를 재료로 만드는 음식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순댓국]]과 [[순대볶음]]. 하지만 [[순댓국]]은 음식의 맛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국물맛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이며 건더기의 기능에만 충실한 존재다. [[감자탕]]과 비슷한 신세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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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2일 (토) 10:03 기준 최신판
돼지 창자에 돼지피, 다진 고기, 찹쌀, 잡곡, 다진 채소, 당면과 같은 재료들로 속을 채우고 쪄낸 것. 쉽게 말해서 한국식 소시지. 피가 들어가기 때문에 호호가 갈리는 편이다. 피의 냄새나 맛을 싫어할 수도 있고, 거무튀튀한 때깔이 싫을 수도 있고, '어떻게 피를!' 싶은 꺼림칙한 생각 때문에 꺼릴 수도 있다.[1] 그러나 피를 재료로 하는 소시지는 전 세계에 많이 있다. 아예 블러드 소시지란 장르가 있을 정도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 곧잘 들어가는 블랙 푸딩도 블러드 소시지의 일종이다. 순대보다 피가 더 많이 들어간다. 사실 블랙 푸딩은 스코틀랜드에서 온 음식인데, 같은 동네의 해기스는 그 괴랄함이 순대 따위는 명함도 못 내민다.
값싼 당면 순대를 많이 먹다 보니 분식집 음식취급을 받지만 엄연히 전통음식의 하나였고, 옛날에는 잔치 같은 특별한 날에나 해먹는 나름대로 고급 음식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돼지를 잡아야 창자를 얻을 수 있으니 잔치 때처럼 돼지 잡을 일이 있어야 만들 수 있는 게 순대였고, 또 속재료를 만들고 창자가 터지지 않도록 하면서 꽉꽉 채워 넣는 일이 여간 손이 많이 가고 고된 일이 아니다. 궁중에서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 음식책 중에는 개고기로 만든다는 기록도 있는 걸 보면 개를 잡았을 때에도 창자로 순대를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보는 당면 순대는 한국전쟁 이후 60년대에나 나타난 것으로 당면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남는 당면 부스러기를 처리할 방법을 궁리하다가 고안했다는 설이 있다. 과거에 속재료로 쓰던 찹쌀보다는 훨씬 쌌다. 지금이야 값싼 음식 취급을 받지만 70년대만 해도 당면 순대조차 주머니 사정에 비하면 비싸서 서민들은 어쩌다 먹을 수 있었다.
순대 껍질이 돼지 창자가 아닌 식용 비닐이라는 설이 파다하고 지금도 믿는 사람들이 많다. 대창을 사용한 순대는 딱 봐도 케이싱이 두툼하고 생긴 게 딱 창자 같은데 값싼 순대는 겉이 마치 얇은 비닐처럼 보이다 보이니 그런 설이 돈다. 대량생산하는 값싼 소시지처럼 콜라겐 케이싱을 쓸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돼지 창자가 싸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그래도 정 못 믿겠으면 순대 끄트머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끄트머리에 확실히 창자스러운 덩어리가 있다. 식용 비닐로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거 재현하는 게 더 비싸겠다. 게다가 순대 껍질을 보면 세로로 길게 하얀 줄 같은 게 있는데 이는 창자와 붙어 있는 장간막을 잘라낸 자국이다. 이것까지 식용 비닐로 재현하느니 창자가 더 싸다. 그보다는 오히려 창자 속을 제대로 씻었는지, 씻을 때 이상한 약품 안 썼는지, 그거 걱정하는 게 더 의미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순대는 소창을 사용하고 아바이순대나 제주식 전통순대처럼 크기가 큼직한 녀석들은 대창을 사용해서 껍질이 두껍고, 돼지 누린내도 더 심해서 호불호가 더 갈린다.
요즈음은 분식집을 중심으로 한 값싼 당면 순대가 대세지만 당면이 들어간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옛날에는 찹쌀을 비롯한 수수, 조와 같은 잡곡, 다진 고기나 채소가 주로 들어갔다. 당면이 들어간 이유야 앞의 재료보다 당연히 싸니까... 반면 천안의 병천순대나 용인의 백암순대와 같이 당면이 아니라 찹쌀과 채소 다진 것으로 속을 채운 순대는 꽤 비싼 편이다.
제주도도 순대로 유명한데, 제주어로는 '수애', 또는 '수웨'라고 부른다. 대창을 사용해서 껍질이 두툼하고 굵기가 아주 굵다. 전통 제주순대는 메밀, 보리에 선지를 섞고 쪽파와 마늘을 잘게 썰어 넣었는데, 제주는 척박한 환경 때문에 찹쌀은 기르기 어려웠고, 대신 메밀과 보리를 주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제주도 전통순대는 식감이 찰기가 없고 퍽퍽하다. 제주도는 순대를 결혼식 잔칫집이나 상갓집에 대접했고, 제삿상에도 올렸는데, 그래서 사흘에서 일주일 동안 대접하는 음식으로 썼던 관계로 상하기 쉬운 재료는 될 수 있는 대로 피했다는 견해가 있다.[2] 요즈음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제주순대는 당면, 채소를 넣어서 좀 더 외지인들 입맛에 맞춘 것으로, 제주도 전통순대와는 거리가 있다.
보통 찜기를 사용해서 낮은 온도에서 쪄낸다. 물에 삶거나 너무 높은 온도로 찌면 안의 내용물이 너무 많이 불어서 창자가 터져버릴 수도 있다. 막 썰어 나온 순대도 먹어 보면 그리 뜨겁지 않다. 순대를 주문하면 염통이나 간, 허파 같은 돼지 내장을 썰어서 함께 내온다. 내장의 누린내나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으므로 순대만 달라고 주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흔히 보는 당면 순대는 영양가 없이 칼로리만 높은 정크 푸드에 가까우므로 비위만 괜찮으면 내장을 같이 먹는 게 영양 균형으로 볼 때 좋다.
창자를 쓰지 않는 순대도 있는데 오징어순대가 그런 경우. 오징어 몸통의 속을 비우고 찹쌀과 채소, 오징어를 다져서 속을 꽉 채운 다음 쪄낸다. 썰어서 그냥 내기도 하지만 동그랑땡처럼 달걀물을 입혀서 기름에 지져서 내기도 한다.
순대를 찍어먹는 양념으로는 가장 널리 퍼진 게 소금과 고춧가루, 후추를 섞은 순대 소금. 이는 수도권에서 주로 먹는 방식이지만 이제는 전국적으로 많이 퍼져 있다. 지역별로 뭐에 찍어 먹는지는 차이가 있는데, 충청도와 강원도는 새우젓에 주로 찍어 먹으며, 전라도 지역에서는 주로 초장에 찍어 먹는다. 경상도는 막장, 제주도는 간장에 주로 찍어 먹는다. 분식 포장마차라면 만능 소스 떡볶이 국물도 빼놓을 수 없다.
순대를 재료로 만드는 음식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순댓국과 순대볶음. 하지만 순댓국은 음식의 맛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국물맛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이며 건더기의 기능에만 충실한 존재다. 감자탕과 비슷한 신세랄까.
각주
- ↑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잘만 먹다가 돼지피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
- ↑ 양용진, "미모의 영화배우 수애도 제주에선 ‘순대’!", 제주의소리, 2009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