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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추출하는 방식. 또는 이러한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 [[드립 커피]]와 함께 가장 널리 쓰이는 [[커피]] 추출 방법이다. [[드립 커피]]는 중력을 이용해서 천천히 |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 또는 이러한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 [[드립 커피]]와 함께 가장 널리 쓰이는 [[커피]] 추출 방법이다. [[드립 커피]]는 중력을 이용해서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데 반해 에스프레소는 강한 압력으로 물을 커피로 통과시켜서 액을 추출해 낸다.<ref>그래서 [[모카 포트]]처럼 아래에서 위로 수증기를 밀어 올려서 추출할 수도 있다.</ref> [[드립 커피]]는 2~4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물에 [[커피]]를 우려내는 것에 가깝다면 에스프레소는 30초 안팎의 짧은 시간 안에 쥐어짜내듯이 추출한다. 일반 커피잔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데미타스<ref>프랑스어 demi-tasse에서 온 말로, 반(demi) 컵(tasse)을 뜻한다.</ref> 잔에 내는 게 정석이다. | ||
1970년대 이후,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에스프레소 중심의 카페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히트를 치면서 카페의 커피 제조 방법이 에스프레소 중심으로 넘어왔다. [[커피]] 문화가 발달한 나라 중에 여전히 [[드립 커피]] 중심의 [[커피]] 문화를 고수하는 곳은 일본 정도고, 일본 역시도 미국의 대형 체인점을 중심으로 에스프레소 중심의 카페가 상당한 비율을 점유했다. 카페의 입장에서 볼 때 에스프레소의 확실한 장점은 속도다. [[드립 커피]]는 한 잔을 내리는데 분 단위로 시간이 걸리지만 에스프레소는 30초 안팎에 불과하다. 그라인딩이나 탬퍼링과 같은 준비시간을 감안한다고 해도 [[드립 커피]] 역시 필터 린싱과 같은 준비에 시간이 더 걸리면 걸렸지 덜 걸리지는 않으므로 카페 입장에서는 같은 인력 대비 소화할 수 있는 손님의 수가 훨씬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드립 커피]]도 스타벅스의 오늘의 커피처럼 배치 브루어로 한꺼번에 [[커피]]를 많이 내려 두면 효율성은 좋아지지만 '갓 내린' 커피의 신선함이 떨어지고 보온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고 맛이 변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또한 에스프레소는 농축액이므로 [[우유]]를 비롯한 다른 재료와 섞어서 다양한 음료를 만들기도 좋다. | |||
==정의== | |||
이탈리아는 국립이탈리아에스프레소연구소(Istituto Nazionale Espresso Italiano)를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의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다음과 같이 에스프레소의 기준을 잡고 있다.<ref>[http://www.espressoitaliano.org/files/File/istituzionale_inei_hq_en.pdf "The Certified Italian Espresso and Cappuccino"], Istituto Nazionale Espresso Italiano.</re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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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은 커피의 양 || 7g ± 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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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에서 빠져나오는 물의 온도 || 88°C ± 2°C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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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 안의 음료 온도 || 67°C ± 3°C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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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입되는 물의 압력 || 9 bar ±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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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출 시간 || 25초 ± 5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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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도 || 45°C > 1.5 mPa 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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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지방 || > 2 mg/ml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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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인]] || < 100 mg/cup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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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 안의 음료 높이 (크레마 포함) || 25ml ± 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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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시 || 예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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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탈리아]]의 저명한 커피 회사인 일리(illy)가 밝히는 정통 에스프레소의 공식(Espresso’s authentic formula)은 다음과 같다. 위의 정의와 엇비슷하다.<ref>[https://www.illy.com/en-us/coffee/coffee-preparation/how-to-make-espresso-coffee "Espresso: a Coffee like no Other"], illy.</ref> | |||
{{Quotation|88°~93°C의 뜨거운 물줄기가 9 기압 또는 그 이상의 압력으로 7 그램의 케이크 모양으로 갈고 다진 커피 층을 통과한다. 잘 되었다면 그 결과는 30 ml을 넘지 않는 순수한 감각적 즐거움의 농축액이다.}} | |||
물론 이들보다는 변수가 훨씬 많다. [[커피]]를 어느 정도로 로스팅할 것인지, 어떻게 블렌딩할 것인지, 어느 정도로 굵기로 갈 것인지에 따라서도 추출 시간이나 압력, 결과물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 |||
그런데 [[커피]]를 마시기만 하지 만드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조금 아는 사람들이라면 '뭐? [[커피]]를 겨우 7 그램만 쓴다고?' 하고 놀랄 수도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에스프레소에 [[우유]]나 물을 타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게 기본인 문화다. 반대로 우리나라나 미국 같은 곳은 에스프레소를 그냥 마시는 사람들은 소수다. 그냥 마시는 위주의 문화라면 농도가 조금 약한 편이 덜 부담스러울 것이고, [[우유]]나 물에 타서 마신다면 그래도 [[커피]]맛이 충분히 날 정도로 농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나 미국은 대체로 원두 양의 2배에서 2.5배 선을 추출하는데, [[이탈리아]]처럼 [[커피]]를 7 그램만 쓰면 추출량은 14 그램에서 17.5 그램 정도로 너무 적다. 원두의 2배 농도로 에스프레소 30 그램을 추출하려면 원두를 15 그램은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
==도구== | |||
추출하는 도구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가정에서는 물을 끓여 수증기의 압력을 이용한 [[모카 포트]]를 사용해서 에스프레소를 내릴 수 있고, 업소에서는 펌프의 힘으로 강한 압력을 만들어내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한다. 과거에는 사람이 긴 레버를 누르는 수동 펌프 방식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머신은 전기 펌프를 사용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격도 점점 내려가서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쓸 수 있는 가격대의 머신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물론 가격에 따라서 성능에는 차이가 여러 가지로 날 수밖에 없는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물탱크의 용량과 펌프의 압력이다. 압력이 높을수록 강하게 [[커피]]를 추출할 수 있으며, 보통은 9 기압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15 기압 스펙을 자랑하는 머신도 있지만 무조건 압력이 세다고 다는 아니다. 압력이 과하면 너무 추출이 빨리 되어버릴 수 있다. 고급 머신들은 바리스타가 원하는 대로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또한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9기압이든 15기압이든 물이 나가면서 압력이 줄어든다든가 하면 불규칙한 결과물이 나와 버린다. 고급형 머신일수록 보일러의 크기도 크고<ref>이건 특히 매장에서 손님들이 많이 몰릴 때에도 일정한 결과물을 추출해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집에서 한두 잔씩 내려 마시는 거라면 그 정도로 클 필요는 없지만.</ref> 압력을 정밀하게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가정용 중에는 여기에 못 미치는 것도 있는데 그러면 [[커피]]를 조금 더 굵게 갈아야 하므로<ref>압력이 낮으면 [[커피]]를 곱게 갈아서 다졌을 때 펌프의 압력으로 물이 [[커피]]를 통과하기가 힘들어져서 추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쓴맛이 심하게 난다.</ref> [[커피]]의 성분들이 충분히 뽑혀 나오지 않는다. 또한 단순히 물을 담아두는 곳이 아닌, 보일러로 물을 끓여서 보관하는 탱크의 용량이 충분한 것이 좋다. 특히 업소용은 계속해서 커피를 뽑아내야 하므로 이 부분이 중요하다. | |||
[[드립 커피]]보다는 [[커피]]를 좀 더 곱게 갈고, 단단하게 다진다. 펌프의 압력으로 짧은 시간 안에 강제로 쥐어짜기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맹탕이 된다. 다만 어느 정도로 곱게 갈 것인지는 추출 도구나 압력에 좌우된다. 압력이 낮은 [[모카 포트]]나 압력이 낮은 가정용 소형 머신으로 추출할 때에는 좀 '덜' 곱게 갈며, 추출 압력이 높은 머신을 사용한다면 더욱 곱게 가는 게 보통이다. 또한 탬퍼로 다질 때에도 압력이 높을수록 더욱 강하게 다져 준다. 압력이 낮은 머신에 압력이 높은 머신처럼 [[커피]]를 갈고 탬핑을 하면 물이 커피를 뚫지 못해서 옆으로 줄줄 새거나 심하면 안에서 물이 터져버릴 수도 있다. 최근에는 탬핑 전에 레벨링 툴로 커피를 고르게 한 다음 탬핑을 하는 경향이다. 확실히 레벨링을 한 쪽이 추출이 더 고르게 잘 된다는 게 바리스타들의 중론이다. | |||
==그밖에== | |||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라고 하면 일단 에스프레소를 뜻한다. [[카페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외국 문물을 잘 모르는 이탈라아인이라면 그게 뭔지 잘 모를 수도 있다. 아침 출근길에 동네 에스프레소 바에 들러서 에스프레소 한 잔 들이키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카페(Caffè)'를 주문하면 에스프레소 한 잔, 물, 그리고 [[설탕]]을 준다. 처음부터 [[설탕]]을 녹여서 마시기도 하고 반쯤 마신 다음 [[설탕]]을 넣기도 하고, 아예 [[설탕]] 없이 마시기도 하고, 마시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아침에 각성 효과를 주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차원으로 마시는 것이라 역시 [[설탕]]을 넣어 먹는 사람들이 많다.<ref>뇌는 다량의 포도당을 에너지로 쓰기 때문에 [[설탕]]이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효과가 있다.</ref> 다 마셨을 때 바닥에 녹지 않은 설탕이 깔려 있을 정도로 [[설탕]]을 퍽퍽 넣는 사람들도 많다. 이탈리아인들은 주로 이렇게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신다. | |||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는 |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는 쇼트 블랙(short black)이라고 부른다. [[카페 룽고]] 또는 [[아메리카노]]에 해당되는 건 [[롱블랙]](long black). 다만, 쇼트블랙은 에스프레소와 차이가 없지만 [[카페 룽고]], [[카페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은 각각 차이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 참조. 또한 최근 들어서는 호주에서도 '쇼트 블랙'보다는 '에스프레소'를 더 많이 쓰는 추세로 가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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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3일 (토) 09:22 기준 최신판
Espresso.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 또는 이러한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 드립 커피와 함께 가장 널리 쓰이는 커피 추출 방법이다. 드립 커피는 중력을 이용해서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데 반해 에스프레소는 강한 압력으로 물을 커피로 통과시켜서 액을 추출해 낸다.[1] 드립 커피는 2~4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물에 커피를 우려내는 것에 가깝다면 에스프레소는 30초 안팎의 짧은 시간 안에 쥐어짜내듯이 추출한다. 일반 커피잔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데미타스[2] 잔에 내는 게 정석이다.
1970년대 이후,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에스프레소 중심의 카페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히트를 치면서 카페의 커피 제조 방법이 에스프레소 중심으로 넘어왔다. 커피 문화가 발달한 나라 중에 여전히 드립 커피 중심의 커피 문화를 고수하는 곳은 일본 정도고, 일본 역시도 미국의 대형 체인점을 중심으로 에스프레소 중심의 카페가 상당한 비율을 점유했다. 카페의 입장에서 볼 때 에스프레소의 확실한 장점은 속도다. 드립 커피는 한 잔을 내리는데 분 단위로 시간이 걸리지만 에스프레소는 30초 안팎에 불과하다. 그라인딩이나 탬퍼링과 같은 준비시간을 감안한다고 해도 드립 커피 역시 필터 린싱과 같은 준비에 시간이 더 걸리면 걸렸지 덜 걸리지는 않으므로 카페 입장에서는 같은 인력 대비 소화할 수 있는 손님의 수가 훨씬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드립 커피도 스타벅스의 오늘의 커피처럼 배치 브루어로 한꺼번에 커피를 많이 내려 두면 효율성은 좋아지지만 '갓 내린' 커피의 신선함이 떨어지고 보온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고 맛이 변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또한 에스프레소는 농축액이므로 우유를 비롯한 다른 재료와 섞어서 다양한 음료를 만들기도 좋다.
정의
이탈리아는 국립이탈리아에스프레소연구소(Istituto Nazionale Espresso Italiano)를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의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다음과 같이 에스프레소의 기준을 잡고 있다.[3]
갈은 커피의 양 | 7g ± 0.5 |
기계에서 빠져나오는 물의 온도 | 88°C ± 2°C |
컵 안의 음료 온도 | 67°C ± 3°C |
주입되는 물의 압력 | 9 bar ± 1 |
추출 시간 | 25초 ± 5초 |
점도 | 45°C > 1.5 mPa s |
총 지방 | > 2 mg/ml |
카페인 | < 100 mg/cup |
컵 안의 음료 높이 (크레마 포함) | 25ml ± 2.5 |
예시 | 예시 |
한편 이탈리아의 저명한 커피 회사인 일리(illy)가 밝히는 정통 에스프레소의 공식(Espresso’s authentic formula)은 다음과 같다. 위의 정의와 엇비슷하다.[4]
88°~93°C의 뜨거운 물줄기가 9 기압 또는 그 이상의 압력으로 7 그램의 케이크 모양으로 갈고 다진 커피 층을 통과한다. 잘 되었다면 그 결과는 30 ml을 넘지 않는 순수한 감각적 즐거움의 농축액이다.
물론 이들보다는 변수가 훨씬 많다. 커피를 어느 정도로 로스팅할 것인지, 어떻게 블렌딩할 것인지, 어느 정도로 굵기로 갈 것인지에 따라서도 추출 시간이나 압력, 결과물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기만 하지 만드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조금 아는 사람들이라면 '뭐? 커피를 겨우 7 그램만 쓴다고?' 하고 놀랄 수도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에스프레소에 우유나 물을 타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게 기본인 문화다. 반대로 우리나라나 미국 같은 곳은 에스프레소를 그냥 마시는 사람들은 소수다. 그냥 마시는 위주의 문화라면 농도가 조금 약한 편이 덜 부담스러울 것이고, 우유나 물에 타서 마신다면 그래도 커피맛이 충분히 날 정도로 농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나 미국은 대체로 원두 양의 2배에서 2.5배 선을 추출하는데, 이탈리아처럼 커피를 7 그램만 쓰면 추출량은 14 그램에서 17.5 그램 정도로 너무 적다. 원두의 2배 농도로 에스프레소 30 그램을 추출하려면 원두를 15 그램은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구
추출하는 도구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가정에서는 물을 끓여 수증기의 압력을 이용한 모카 포트를 사용해서 에스프레소를 내릴 수 있고, 업소에서는 펌프의 힘으로 강한 압력을 만들어내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한다. 과거에는 사람이 긴 레버를 누르는 수동 펌프 방식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머신은 전기 펌프를 사용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격도 점점 내려가서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쓸 수 있는 가격대의 머신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물론 가격에 따라서 성능에는 차이가 여러 가지로 날 수밖에 없는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물탱크의 용량과 펌프의 압력이다. 압력이 높을수록 강하게 커피를 추출할 수 있으며, 보통은 9 기압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15 기압 스펙을 자랑하는 머신도 있지만 무조건 압력이 세다고 다는 아니다. 압력이 과하면 너무 추출이 빨리 되어버릴 수 있다. 고급 머신들은 바리스타가 원하는 대로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또한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9기압이든 15기압이든 물이 나가면서 압력이 줄어든다든가 하면 불규칙한 결과물이 나와 버린다. 고급형 머신일수록 보일러의 크기도 크고[5] 압력을 정밀하게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가정용 중에는 여기에 못 미치는 것도 있는데 그러면 커피를 조금 더 굵게 갈아야 하므로[6] 커피의 성분들이 충분히 뽑혀 나오지 않는다. 또한 단순히 물을 담아두는 곳이 아닌, 보일러로 물을 끓여서 보관하는 탱크의 용량이 충분한 것이 좋다. 특히 업소용은 계속해서 커피를 뽑아내야 하므로 이 부분이 중요하다.
드립 커피보다는 커피를 좀 더 곱게 갈고, 단단하게 다진다. 펌프의 압력으로 짧은 시간 안에 강제로 쥐어짜기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맹탕이 된다. 다만 어느 정도로 곱게 갈 것인지는 추출 도구나 압력에 좌우된다. 압력이 낮은 모카 포트나 압력이 낮은 가정용 소형 머신으로 추출할 때에는 좀 '덜' 곱게 갈며, 추출 압력이 높은 머신을 사용한다면 더욱 곱게 가는 게 보통이다. 또한 탬퍼로 다질 때에도 압력이 높을수록 더욱 강하게 다져 준다. 압력이 낮은 머신에 압력이 높은 머신처럼 커피를 갈고 탬핑을 하면 물이 커피를 뚫지 못해서 옆으로 줄줄 새거나 심하면 안에서 물이 터져버릴 수도 있다. 최근에는 탬핑 전에 레벨링 툴로 커피를 고르게 한 다음 탬핑을 하는 경향이다. 확실히 레벨링을 한 쪽이 추출이 더 고르게 잘 된다는 게 바리스타들의 중론이다.
그밖에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라고 하면 일단 에스프레소를 뜻한다. 카페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외국 문물을 잘 모르는 이탈라아인이라면 그게 뭔지 잘 모를 수도 있다. 아침 출근길에 동네 에스프레소 바에 들러서 에스프레소 한 잔 들이키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카페(Caffè)'를 주문하면 에스프레소 한 잔, 물, 그리고 설탕을 준다. 처음부터 설탕을 녹여서 마시기도 하고 반쯤 마신 다음 설탕을 넣기도 하고, 아예 설탕 없이 마시기도 하고, 마시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아침에 각성 효과를 주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차원으로 마시는 것이라 역시 설탕을 넣어 먹는 사람들이 많다.[7] 다 마셨을 때 바닥에 녹지 않은 설탕이 깔려 있을 정도로 설탕을 퍽퍽 넣는 사람들도 많다. 이탈리아인들은 주로 이렇게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신다.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는 쇼트 블랙(short black)이라고 부른다. 카페 룽고 또는 아메리카노에 해당되는 건 롱블랙(long black). 다만, 쇼트블랙은 에스프레소와 차이가 없지만 카페 룽고, 카페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은 각각 차이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 참조. 또한 최근 들어서는 호주에서도 '쇼트 블랙'보다는 '에스프레소'를 더 많이 쓰는 추세로 가고 있다.
각주
- ↑ 그래서 모카 포트처럼 아래에서 위로 수증기를 밀어 올려서 추출할 수도 있다.
- ↑ 프랑스어 demi-tasse에서 온 말로, 반(demi) 컵(tasse)을 뜻한다.
- ↑ "The Certified Italian Espresso and Cappuccino", Istituto Nazionale Espresso Italiano.
- ↑ "Espresso: a Coffee like no Other", illy.
- ↑ 이건 특히 매장에서 손님들이 많이 몰릴 때에도 일정한 결과물을 추출해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집에서 한두 잔씩 내려 마시는 거라면 그 정도로 클 필요는 없지만.
- ↑ 압력이 낮으면 커피를 곱게 갈아서 다졌을 때 펌프의 압력으로 물이 커피를 통과하기가 힘들어져서 추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쓴맛이 심하게 난다.
- ↑ 뇌는 다량의 포도당을 에너지로 쓰기 때문에 설탕이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