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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높은 [[알코올]] 함량을 가진 액체. 주세법상으로는 [[알코올]] 함량이 85% 이상이어야 한다.
아주 높은 [[알코올]] 함량을 가진 액체. 우리나라의 주세법상으로는 [[알코올]] 함량이 85%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서 얘기하는 [[알코올]]은 [[에탄올]] 한정.


제조 방법과 원료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발효주정과 합성주정으로 나뉜다. 발효주정은 곡물의 [[녹말]]당화시키거나 [[사탕수수]]와 같이 당분이 많은 식물의 즙을 발효시킨 다음 증류해서 만들고, 합성주정은 에틸렌을 원료로 생산한다. 흔히 [[희석식 소주]]를 '화학주'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합성주정은 식용으로는 쓸 수 없게 금지되어 있고 공업용으로만 쓰인다. 또한 발효주정도 엄청 싸기 때문에 굳이 합성주정을 써야 할 메리트도 별로 없다.
제조 방법과 원료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발효]]주정과 합성주정으로 나뉜다. 발효주정은 [[감자]], [[고구마]], [[타피오카]]<ref>카사바의 덩이뿌리에서 뽑아낸 녹말을 뜻하며, 요즘은 주정 원료로 거의 타피오카가 주류다. 카사바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를 비롯한 열대지방에서 많이 나서 압도적으로 가격도 싸고 [[녹말]]의 양이 많기 때문.</ref>를 비롯해서 [[녹말]] 함량이 높은 식물이나 곡물을 당화시키거나 [[사탕수수]]와 같이 애초에 당분이 많은 식물의 즙을 발효시킨 다음 연속식 증류법으로 고농도의 [[알코올]]을 뽑아내서 만드는 반면 합성주정은 [[석유]]에서 나온 에틸렌을 원료로 생산한다. 흔히 [[희석식 소주]]를 '화학주'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합성주정은 식용으로는 쓸 수 없게 금지되어 있고 공업용으로만 쓰인다. 또한 발효주정도 엄청 싸기 때문에 굳이 합성주정을 써야 할 메리트도 별로 없다. 증류가 화학산업에서 널리 쓰이는 공정이지만 그렇다고 [[희석식 소주]]가 화학주라면 증류주인 [[위스키]], [[브랜디]], 전통 방식 [[증류주]]도 모두 화학주라고 불러야 한다. [[희석식 소주]]의 문제점은 싸구려 재료, 그리고 다양한 향과 맛을 낼 수 있는 휘발성 성분까지 일체 제거한 [[에탄올]] 덩어리에 감미료를 타서 맛을 낸 조악한 구성이다. 시중에 다양한 [[소주]] 상품들이 나와 있지만 맛의 차이는 알고 보면 감미료 차이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는 주정의 제조는 여러 회사에서 하고 있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주정의 유통은 대한주정판매주식회사라는 곳에서 독점하고 있었다. 즉 주정 제조 회사가 직접 소비처에 팔지 못한다. 대한주정판매는 공기업은 아니지만 '주정도매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 고시'에 따라 수십 년 간 독점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2015년 7월에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정이라는 이유로 삭제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한주정판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단 대부분 주류 및 주정 제조 회사들이 대한주정판매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앞으로는 판도가 달라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
자세한 주정의 생산과정은 다음과 같다.<ref>[http://www.kalia.or.kr/bbs/board.php?tbl=bbs11&mode=VIEW&num=7&category=&findType=&findWord=&sort1=&sort2=&it_id=&shop_flag=&mobile_flag=&page=1 "주정 제조 및 유통 과정"], 한국주류산업협회, 2018년 8월 23일.</ref>
 
# 원료입고: [[보리]], [[쌀]], [[고구마]], [[타피오카]]와 같이 녹말 함량이 많은 원료를 들여온다.
# 원료분쇄: [[발효]]를 하기에 적당한 크기로 원료를 부순다.
# 증자: 섭씨 90도 이상의 뜨거운 증기를 쐬어 원료를 찐다.
# 당화: [[당화효소]]를 투입하여 원료의 [[녹말]]을 [[포도당]]으로 바꾸어 준다.
# [[발효]]: 당화된 원료에 [[효모]]를 투입하여 당분을 [[알코올]]로 바꾼다. [[알코올]] 도수 10% 가량의 술덧이 만들어진다.
# 여과: [[발효]]가 끝난 술덧의 침전물을 걸러낸다.
# 증류: 술덧을 증류, 정제하여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한 96~97% 정도의 알코올을 만들어낸다.
# 검정: 필요하면 증류수를 타서 [[알코올]] 도수를 95%로 정확히 맞춘다.
# 저장 및 출하: 완성된 주정은 탱크에 보관했다가 주문에 따라 출하한다.
 
한국에서는 주정의 제조는 여러 회사에서 하고 있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주정의 유통은 대한주정판매주식회사라는 곳에서 독점하고 있었다. 즉 주정 제조 회사가 직접 소비처에 팔지 못한다. 대한주정판매는 공기업은 아니지만 '주정도매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 고시'에 따라 수십 년 간 독점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2015년 7월에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정이라는 이유로 삭제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한주정판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분위기다. 대부분 주류 및 주정 제조 회사들이 대한주정판매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ref>주정 제조 회사가 여기 지분을 얼마 가지고 있느냐가 주정 구매량에 영향을 미칠 정도다.</ref>, 독점 규정이 폐지된 지가 한참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유통구조가 달라질 기미는 안 보인다.
 
사실 [[위스키]]나 [[브랜디]], [[보드카]]와 같은 [[증류주]]도 알고 보면 주정을 원료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것들도 증류를 막 마친 것들은 도수가 대단히 높고 [[오드비|무색투명]]하다. 다만 이런 [[증류주]]는 사용하는 원료가 제한되어 있어서 그 원료가 가지고 있는 미세 휘발성 성분이 가진 특유의 향미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술]]을 만들거나, 여기에 [[몰트 위스키]]처럼 [[이탄]]으로 훈연해서 [[피트]]향을 씌우거나 하는 식으로 고유의 향미를 만들어내는 제조 방법을 사용한다. [[증류]] 방법도 단식 증류법을 쓰거나 여러 번 증류를 거듭하는 것과 같은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고, 이렇게 증류한 것을 [[보드카]]처럼 숯으로 걸러내기도 한다. [[위스키]]나 [[브랜디]]처럼 [[오크통]] 숙성을 통해서 미세성분끼리 더욱 복잡한 화학반응을 유도하고 [[오크통]]에서 색깔<ref>[[브랜디]]나 [[위스키]]의 색깔은 [[오크통]] 숙성 과정에서 나온다. [[오드비|증류를 막 마친 원액]]은 너나할 것 없이 무색 투명하다.</ref>과 향, 맛이 배어나오도록 해서 우리가 아는 [[증류주]]들의 독특한 향미를 완성한다. 반면 한국에서 [[소주]]를 만들 때 쓰는 주정은 술만이 아니라 소독용 [[알코올]]을 비롯한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될 있으면 [[알코올]] 이외의 향이 없는 게 좋다. [[소주]]에 알코올 냄새 말고 별 게 없을 수밖에 없다. 물론 외국의 [[증류주]]는 한국의 대한주정판매와 같은 변태적인 유통구조가 아니다. 저렴한 술들은 제조사가 증류소에서 구매해서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모든 주류 회사들이 특정한 주정판매 회사에서 증류원액을 사다 쓰는 희한한 방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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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3일 (금) 23:56 기준 최신판

아주 높은 알코올 함량을 가진 액체. 우리나라의 주세법상으로는 알코올 함량이 85%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서 얘기하는 알코올에탄올 한정.

제조 방법과 원료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발효주정과 합성주정으로 나뉜다. 발효주정은 감자, 고구마, 타피오카[1]를 비롯해서 녹말 함량이 높은 식물이나 곡물을 당화시키거나 사탕수수와 같이 애초에 당분이 많은 식물의 즙을 발효시킨 다음 연속식 증류법으로 고농도의 알코올을 뽑아내서 만드는 반면 합성주정은 석유에서 나온 에틸렌을 원료로 생산한다. 흔히 희석식 소주를 '화학주'라고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합성주정은 식용으로는 쓸 수 없게 금지되어 있고 공업용으로만 쓰인다. 또한 발효주정도 엄청 싸기 때문에 굳이 합성주정을 써야 할 메리트도 별로 없다. 증류가 화학산업에서 널리 쓰이는 공정이지만 그렇다고 희석식 소주가 화학주라면 증류주인 위스키, 브랜디, 전통 방식 증류주도 모두 화학주라고 불러야 한다. 희석식 소주의 문제점은 싸구려 재료, 그리고 다양한 향과 맛을 낼 수 있는 휘발성 성분까지 일체 제거한 에탄올 덩어리에 감미료를 타서 맛을 낸 조악한 구성이다. 시중에 다양한 소주 상품들이 나와 있지만 맛의 차이는 알고 보면 감미료 차이에 불과하다.

자세한 주정의 생산과정은 다음과 같다.[2]

  1. 원료입고: 보리, , 고구마, 타피오카와 같이 녹말 함량이 많은 원료를 들여온다.
  2. 원료분쇄: 발효를 하기에 적당한 크기로 원료를 부순다.
  3. 증자: 섭씨 90도 이상의 뜨거운 증기를 쐬어 원료를 찐다.
  4. 당화: 당화효소를 투입하여 원료의 녹말포도당으로 바꾸어 준다.
  5. 발효: 당화된 원료에 효모를 투입하여 당분을 알코올로 바꾼다. 알코올 도수 10% 가량의 술덧이 만들어진다.
  6. 여과: 발효가 끝난 술덧의 침전물을 걸러낸다.
  7. 증류: 술덧을 증류, 정제하여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한 96~97% 정도의 알코올을 만들어낸다.
  8. 검정: 필요하면 증류수를 타서 알코올 도수를 95%로 정확히 맞춘다.
  9. 저장 및 출하: 완성된 주정은 탱크에 보관했다가 주문에 따라 출하한다.

한국에서는 주정의 제조는 여러 회사에서 하고 있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주정의 유통은 대한주정판매주식회사라는 곳에서 독점하고 있었다. 즉 주정 제조 회사가 직접 소비처에 팔지 못한다. 대한주정판매는 공기업은 아니지만 '주정도매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 고시'에 따라 수십 년 간 독점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2015년 7월에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정이라는 이유로 삭제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한주정판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분위기다. 대부분 주류 및 주정 제조 회사들이 대한주정판매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3], 독점 규정이 폐지된 지가 한참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유통구조가 달라질 기미는 안 보인다.

사실 위스키브랜디, 보드카와 같은 증류주도 알고 보면 주정을 원료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것들도 증류를 막 마친 것들은 도수가 대단히 높고 무색투명하다. 다만 이런 증류주는 사용하는 원료가 제한되어 있어서 그 원료가 가지고 있는 미세 휘발성 성분이 가진 특유의 향미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을 만들거나, 여기에 몰트 위스키처럼 이탄으로 훈연해서 피트향을 씌우거나 하는 식으로 고유의 향미를 만들어내는 제조 방법을 사용한다. 증류 방법도 단식 증류법을 쓰거나 여러 번 증류를 거듭하는 것과 같은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고, 이렇게 증류한 것을 보드카처럼 숯으로 걸러내기도 한다. 위스키브랜디처럼 오크통 숙성을 통해서 미세성분끼리 더욱 복잡한 화학반응을 유도하고 오크통에서 색깔[4]과 향, 맛이 배어나오도록 해서 우리가 아는 증류주들의 독특한 향미를 완성한다. 반면 한국에서 소주를 만들 때 쓰는 주정은 술만이 아니라 소독용 알코올을 비롯한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알코올 이외의 향이 없는 게 좋다. 소주에 알코올 냄새 말고 별 게 없을 수밖에 없다. 물론 외국의 증류주는 한국의 대한주정판매와 같은 변태적인 유통구조가 아니다. 저렴한 술들은 제조사가 증류소에서 구매해서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모든 주류 회사들이 특정한 주정판매 회사에서 증류원액을 사다 쓰는 희한한 방식은 아니다.

각주

  1. 카사바의 덩이뿌리에서 뽑아낸 녹말을 뜻하며, 요즘은 주정 원료로 거의 타피오카가 주류다. 카사바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를 비롯한 열대지방에서 많이 나서 압도적으로 가격도 싸고 녹말의 양이 많기 때문.
  2. "주정 제조 및 유통 과정", 한국주류산업협회, 2018년 8월 23일.
  3. 주정 제조 회사가 여기 지분을 얼마 가지고 있느냐가 주정 구매량에 영향을 미칠 정도다.
  4. 브랜디위스키의 색깔은 오크통 숙성 과정에서 나온다. 증류를 막 마친 원액은 너나할 것 없이 무색 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