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권
일본의 철도나 버스에서 운임을 계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 세이리켄(せいりけん, 整理券)이라고 부른다. 주로 중소도시 농어촌, 이용객이 적은 한산한 노선에서 사용되지만 후쿠오카처럼 규모가 큰 도시에서도 니시테츠 버스가 정리권 시스템을 쓰고 있다. 거리 또는 구간 비례 요금제를 채택하는 경우에 필요하며 단일 요금제라면 필요 없다. 요즘은 교통카드가 많이 보급되어 있지만 중소도시나 그 아래는 교통카드가 안 통하는 데도 있고[1], 교통카드와 정리권을 함께 사용하는 노선도 많다. 또한 한산한 철도 노선은 승무원 없이 기관사가 요금 정산까지 하는 이른바 원맨(ワンマン) 열차가 많고 무인역도 많은데, 아예 승차권 발매기조차도 없이 승강장 역할만 하는 무인역들이 있는 노선에서는 일단 열차에 타고 나중에 요금을 정산해야 하므로 정리권을 사용한 요금 계산이 주를 이룬다. 전 구간 단일 요금이라면 이런 제도가 필요 없겠지만 일본은 버스든 철도든 일부를 제외하고는 구간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게 원칙이므로[2] 이를 계산하기 위해서 정리권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 버스나 열차를 타면 정리권 발매기가 있다. 정리권을 한 장씩 뽑아간다. 정리권을 안 가지고 있으면 최장 구간 요금을 내야 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 앞쪽에 보면 번호가 잔뜩 쓰인 전광판이 있다. 자신의 정리권에 해당하는 번호 아래에 요금이 표시된다. 이 요금은 구간에 따라서 점차 올라간다.
- 내릴 때가 되면 자신의 정리권 번호에 해당하는 요금을 확인한 후, 운전사에게 정리권을 보여주고 요금과 정리권을 낸 후 내리면 된다.
이런 시스템이기 때문에 정리권을 사용하는 버스는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린다. 우리나라와는 반대라[3] 일본 여행 때 습관대로 앞문으로 타려다가는 운전사에게 제지 당해서 당황하기 쉬운 부분이다. 철도에서는 정리권을 쓸 정도라면 객차가 하나 아니면 둘 뿐인데, 정리권을 사용하는 열차는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관리해야 하므로 기관실 바로 뒤에 있는 문 하나만 열린다. 기관실과 객실을 분리하는 투명 격벽이 있어서 기관사가 이걸 열고 요금 내는 것을 확인한다. 정리권 시스템을 사용하는 열차는 높은 확률로 교통카드 단말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만약 정리권과 교통카드를 함께 쓰는 버스라면 가능성은 두 가지가 있다. 타는 곳에 교통카드 단말기가 있다면 그냥 거기다가 카드를 찍고 내릴 때 출구 쪽 단말기에 찍으면 자동으로 정산해서 요금을 차감해 간다. 하지만 타는 곳에 단말기가 없다면 정리권을 뽑은 다음에 내릴 때 운전사에게 보여주고 요금 계산을 받아 카드를 찍어야 한다.
후쿠오카의 니시테츠 버스도 정리권 시스템을 쓰는데, 전광판에 번호는 있지만 실제로는 쓰이지 않는 번호가 있다. 바로 9번. 6번과 헷갈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4] 8번 정리권 다음에 9번은 건너뛰고 바로 10번이 나온다고 한다. 이게 또 덕후들에게는 유명한 얘기라서 심지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9번 정리권을 테마로 한 티셔츠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회사들은 6번도 9번도 잘만 쓰는 듯. 당장 위에 사진만 봐도 그렇다.
만약 정리권을 사용하는 시스템이라면 미리 잔돈을 준비하는 게 좋다. 우리나라처럼 거스름돈을 내주는 기계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 공간 여유가 있는 열차에는 동전 교환기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것도 없으면 생돈 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