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간단히 말해서, 없는 것을 미리 팔아버리는 거래를 뜻한다. 주로 증권시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투자기법이지만 외화, 현물을 비롯한 각종 거래도 공매도 방식으로 거래할 수 있다. 영어로는 short selling이라고 한다. 쇼트 포지션의 대표적인 거래 방법.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증권시장 돌아가는 꼴을 보아 하니, A 회사의 주가가 지금은 1천 원인데 석달 쯤 뒤에는 20% 정도 떨어질 듯하다. 이럴 때 공매도 거래로 이득을 볼 수 있다. 나한테는 A 회사 주식이 없지만 '3개월 후에 A사 주식 1만 주를 900원에 팔겠다' 하고 공매도 주문을 낸다. 만약 이 주문을 누군가 투자자가 사면 총 1천만 원에 공매도 계약이 체결된다. 이 주문을 받은 사람은 아마도 나와는 생각이 달라서 A사 주식이 3개월 후에 올라 있거나 떨어져도 900원보다는 비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나는 가지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팔아서 돈이 생겼다.
3개월 후, A사 주식이 예상대로 20% 떨어졌다면 이제 공매도를 매수한 호갱 투자자에게 약속대로 주식을 넘겨줘야 한다. 별 거 없다. 그냥 사서 주면 된다. 공매도를 할 때에는 1천만 원을 받았지만 이제 A사 주식은 8백 원이므로 주식 1만 주를 사는데 8백만 원이면 된다. 결국 2백만 원의 이득을 본다.[1]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예측이 맞아떨어졌을 때고, 반대로 주가가 10% 올랐다면 1천1백만 원을 들여서 주식을 사다가 줘야 하므로 손해를 보게 된다. 즉, 공매도는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보고 내리면 이득을 보는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다.
공매도는 헤지펀드에서 위험 헤지를 위해서 주로 활용한다. 투자시장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될 때 기존의 투자방식으로는 거의 손실 확정이다. 그냥 있는 거 팔고 새로 안 사서 손해나 보지 말자... 이게 베어 장세의 진리일 텐데, 공매도는 하락장세에서도 뭔가 수익을 낼 방법이 없는가, 하는 생각 끝에 나온 것이다. 물론 수익을 내려면 시장과 개별 종목의 미래 움직임에 대한 정확한 예측 능력이 필요하고, 여기에 떨어질 물건을 지금 시세로 사줄 호갱님이 있어야 한다. 이쯤 되면 투자를 가장한 합법적인 도박판에 가깝다.
공매도는 내가 실제 물건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으므로 가진 돈에 비해 대규모 거래를 할 수 있다. 물론 무한정 허용했다가는 투자시장이 개판이 되므로 어느 정도의 보증금, 혹은 증거금을 요구하지만 실제 거래하려고 하는 물건의 액수에 비하면 훨씬 적기 때문에 잘 하면 대박을 칠 수 있고 잘못하면 그냥 파산행 특급열차 타는 거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진 돈은 1억 인데 10억짜리 공매도 거래를 했다가 예측이 틀려서 주식을 사다 주는 데 12억이 든다고 가정해 보자. 가진 돈은 1억 뿐이므로 1억 부족으로 망했어요. 물론 공매도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옵션 거래가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애들은 가라. 이런 건 큰손들이나 하는 거지 아무나 손대는 거 아니다.
이러한 공매도 기법을 사용하는 투자를 가지고 불확실한 장세, 또는 하락 장세에서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안정성 높은 상품이라고 광고할 때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롱쇼트펀드. 하지만 하락장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모델이 있는 것이지, 무조건 이득 내는 거 아니다. 2015년에 국내의 롱쇼트펀드들이 죽 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공매도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정말로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실제 물건을 공급할 날짜만 약속하고 매도하는 완전 공매도가 있고, 실제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법인 포함)에게서 약간의 수수료를 내고 이를 빌린 다음 일정 기간 마음래도 지지고 볶든 팔아치우든 했다가 기한이 되면 다시 사거나 해서 갚는 대차거래가 있다. 우리나라는 완전 공매도는 금지되어 있으므로 대차거래 방식으로만 공매도가 이루어진다. 대차거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 참조.
공매도의 주요한 순기능으로는 어떤 종목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투자가의 의견이 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투자를 할 때 어떤 종목이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사고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은 주식을 파는 것이 기본인데 주식을 팔기 위해서는 일단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종목을 좋게 판단하는 전망에 비해 나쁘게 판단하는 전망은 시장에 반영이 제한적이다. 공매도는 이러한 불균형을 어느정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인다. 지나친 과열에 따른 거품에 어느 정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주식 시장의 유동성을 확장시키는 효과 역시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거론된다.
반면 개인투자자들 중에는 공매도를 만악의 근원처럼 여기는 이들이 많다. 특히 투자한 종목이 공매도 폭탄을 맞아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서 손해를 본 사람들이라면 아주 이를 간다. 그래서 청와대에 공매도 제도 폐지 청원이 올라오는 있도 있고, 주식 관련 기사들의 댓글 보면 공매도 없애라는 말이 단골로 등장한다. 이들의 주요한 논리는 시장을 왜곡시키며,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길이 사실상 막혀 있고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도 아주 안 되는 건 아니고 증권사에서 빌리면 가능하지만 방법이 매우 어려운 데다가 원하는 주식을 빌린다는 보장도 없다. 반면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들은 공매도 한도도 없고 증권사 및 중개회사는 물론이고 한국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에서 대차거래로 주식을 빌려다 쓸 수 있다.
심지어는 증권사에 있는 내 주식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차거래에 동원되는 일도 있다 보니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B 증권사에서 A 주식을 매수해서 가지고 있는데, 이 주식을 공매도하려는 기관투자자에게 B 증권사가 주식을 빌려줬다고 가정해 보자. 나는 주식이 올라야 이득을 보는데 내 주식이 거꾸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데 동원되었다면 얼마나 열불 터지는 일인가.
또한 공매도 세력이 의도적으로 회사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려서 주가를 떨어뜨리는 일종의 주가조작을 시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각주
- ↑ 거래 과정에서 몇 가지 수수료가 있긴 한데, 그 비율이 미미하므로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