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네페리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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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nis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3월 14일 (토) 17:08 판

로마네콩티 + 돔페리뇽. 부르고뉴 피노 누와 와인 중 가장 비싼, 그리고 전 세계 와인 중 가장 비싼 놈 중 하나인 로마네콩티에 프리미엄 샴페인의 대표격인 돔페리뇽을 섞어서 마신다. 그런데 둘 사이의 가격 차이는 로마네콩티 >>>>>>>>>>> 돔페리뇽이다. 로마네콩티는 우리나라라면 못 해도 400만원으로 시작해서 정맓 좋은 빈티지라면 한 병에 1천만 원이 넘어갈 수도 있다. 반면 돔페리뇽은 20~30만 원 정도에 구할 수 있다. 좀 더 비싼 돔페리뇽 로제를 쓰면 40~50만원 선. 이보다 비싼 샴페인은 널리고 널렸다. 어쨌거나 이간 소매 가격이고 이걸 유흥업소에서 마셨다고 한다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일본 거품경제의 상징 가운데 하나다. 80년대에 거품경제가 절정에 달했을 때 룸살롱에서 로마네페리뇽 마시는 게 유행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중산층 직장인들조차도 룸살롱에서 처마셨을 정도로 당시의 부동산 거품은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거품이 터지고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혹독한 침체의 나날을 보냈다.

우리나라도 돈 있는 사람들이 돈지랄 차원에서 발렌타인 30년 같은 비싼 위스키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는 일들이 있다. 문제는 맥주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안 쓴다는 거... 찾아 보면 맥주도 어이없이 비싼 것들이 있지만 대체로 이런 거 하는 사람들이 맥주에 대해 깊이 있게 알 리는 없으므로 위스키는 값비싼 거 쓰면서 맥주는 그냥 카스에 타 마신다. 내가 말오줌이랑 섞이려고 30년 동안 오크통 속에 갇혀 있었는지 자괴감 들고 괴로워. 그러나 발렌타인 30년이 비싼 위스키이긴 하지만 로마네콩티에 비하면 반의 반도 안 되는 가격이므로 돈지랄에는 한참 모자란다. 그보다는 강남 클럽의 아르망 드 브리냑 돈지랄이 훨씬 세다.

그러면 맛은?

그냥 이건 돈지랄에 불과하다. 정말 로마네콩티로서는 엄청난 모욕이다. 피노 누와크고 아름다운 보울의 와인잔에 조금 담아서 은은하면서도 육감적인 향기를 느끼면서 천천히 마시는 게 진리다. 로마네콩티처럼 초초초특급 와인이라면 딱 한 잔 가지고 반나절쯤 천천히 변화를 음미해 가는 것만으로도 황송할 따름일 텐데. 여기다가 스파클링 와인을 섞는다? 일단 좁고 긴 샴페인 잔을 써야 할 것이고, 온도도 로마네콩티에게는 차가울 것이다. 특유의 우아한 향수 같은 부르고뉴 피노 누와의 극한에 샴페인 특유의 곡물, 견과류 향이 뒤섞인다면? 제대로 뭘 음미하고 느끼는 게 아니라 그냥 룸살롱[1] 언니들한테 돈지랄 하면서 맥주 마시듯 쭉쭉 마셨을 거다.

그런데 샴페인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블랑 드 블랑이 아닌 한은 샴페인에도 피노 누와가 들어가고, 돔페리뇽에도 피노 누와가 들어가니까 둘이 아주 관계가 없지는 않다. 약간만 넣는다면 로제 샴페인 비스무리하게 될 듯.

각주

  1. 일본이라면 카바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