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하바라
あきはばら(秋葉原)。
일본 도쿄도에 있는 지역의 이름으로 일본에 덕질관광 온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다. '아키바(秋葉)'라는 애칭으로도 종종 부른다. 사실 한자를 보면 秋(あき)+葉(ば)+原(はら), 즉 아키바하라가 오히려 더 어울려 보이는데, 옛날에는 '아키하바라', '아키핫파라', '아키하파라', '아키하노하나', '아키바노하라', '아키하가하라', '아키바가하라'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렀다고 한다. 철도역이 생기면서 표지판에 'あきはばら'라고 쓴 이후로 지금처럼 아키하바라로 굳어졌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아키바하라가 맞는 표현인데 역 표지에 아키하바라로 잘못 쓰인 게 굳어졌다는 설도 있으나 아키하바라는 예전부터 쓰던 표현 중 하나였다. 일본식 한자 읽기라는 게 지들 맘대로인 경우가 허다해서...
이곳에 뭔가 유적이나 문화재 같은 관광지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 곳이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이유는 바로 전자상가. 처음에는 서울의 세운상가나 용산전자상가차럼 전자상가로 유명했지만 애니메이션, 피규어, 밀리터리를 필두로 온갖 오덕들을 위한 매장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으면서 이제는 일본 덕후 문화의 본진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당연히 우리나라 덕후들도 원정 필수 코스다. 우리나라도 피규어로 더 유명해진 국제전자상가처럼 비슷한 경우들이 있다.
그래도 전자상가로서 기능도 여전히 거하게 수행하고 있어서 일본의 대형 전자제품 유통체인인 요도바시카메라와 빅카메라, 야마다전기 모두 이곳에 거대한 매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요도바시카메라의 아키바 매장은 웬만한 쇼핑센터 정도는 가볍게 처바를 규모의 크고 아름다운 건물을 혼자 통째로 쓰고 있다.[1] 또한 소프맙도 대형 매장을 여러 개 거느리고 있는데 전자제품은 물론 각종 덕후용 매장도 갖추고 있다. 중고 전자제품 매장도 대규모이기 때문에 발품만 잘 팔면 정말 상태 좋은 중고품을 싼 가격으로 낚을 수 있다. 심지어 중고품도 면세도 된다.[2] 물론 자잘한 중소규모 매장도 도처에 다닥하게 붙어 있고, 일본어 실력과 체력이 받쳐준다면 이런 곳을 뒤지면서 말품을 팔면 대형 매장보다 싼 값에 전자제품을 살 수 있다.
또한 일본 유명 피규어 제조업체인 코토부키야가 자체 대형 매장을 가지고 있고 아키하바라역 옆에는 건담카페도 있다. 그밖에 각종 피규어, 프라모델, 밀리터리를 비롯해서 일본의 온갖 덕후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매장과 서점들이 여기저기에 퍼져 있다. 아키하바라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인 메이드 카페를 광고하는 코스프레 걸들도 물론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돈키호테 매장도 있어서 언제나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한편으로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신칸센은 안 다니지만 일단 도쿄를 돌아다닐 때 가장 많이 타게 될 JR 야마노테선이 지나가며 케이힌토호쿠선, 주오-소부선 역시 아키하바라역에 정차한다. 츠쿠바 익스프레스의 도쿄 쪽 기점이기도 하다. 지하철은 도쿄메트로 히비야선이 지나간다. 그밖에도 인근 역에도 지하철 노선이 더 있어서 교통이 무척 편리한 곳 중 하나다. 일단 아키하바라를 간다면 높은 확률로 JR 아키하바라역에 내리게 되는데, 크게 전기상점가 출구와 쇼와도리 출구 두 곳이 있는데 당연히 전자상가를 가려면 전기상점가 출구로 나가야 하지만 요도바시카메라로 가려면 반대편 쇼와도리 출구로 나가야 한다. 역 안에 안내 광고가 큼직하게 붙어 있다.
AKB48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AKB라는 이름 자체가 '아키바'에서 온 것. AKB48 극장도 있고 카페와 굿즈숍도 있지만 사실 AKB48 덕후들과 원래 이 동네를 주름잡던 덕후들과는 사이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오사카시에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덴덴타운이 있지만 규모 면에서는 아키하바라에 많이 밀린다. 그래도 각종 덕후들을 위해 있을 건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