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회
차가운 국물에 회와 여러 가지 채소와 과일 채썬 것을 말아서 먹는 음식. 보통은 매콤한 맛이 나는 양념, 그 중에서도 주로 초고추장을 묽게 풀어서 먹는다. 국물의 주재료로 사이다를 쓰는 곳이 꽤 많다. 단맛도 필요하고 사이다의 탄산가스가 시원한 느낌을 더해주기 때문. 특히 강원도 위쪽 동네들이 이런 방식으로 국물을 많이 넣고 달달하게 만든다. 여기에 당근, 상추, 양배추, 김가루와 같은 채소들을 채썰어서 넣는다.
동해안 위쪽, 즉 속초나 강릉 같은 강원도 쪽은 국물을 넣어서 나오는 게 보통이지만 동해안 남쪽, 즉 포항이나 부산 같은 곳은 국물을 따로 주고 입맛에 따라 부어서 먹도록 하는 게 보통이다. 회와 채소를 매콤한 양념에 비벼서 (혹은 말아서) 먹는다는 점에서는 무침회와 비슷하지만 무침회는 국물이 없거나 자박자박한 데 반해 물회는 국물이 흥건해서 냉면 수준이다. 국물을 따로 주는 곳이라면 처음에는 무침회처럼 국물 없이 먹다가 국물을 부어서 물회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다만 둘 사이에는 양념이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들어가는 채소도 물회는 양배추가 들어가지만 무침회에는 무가 들어간다.
그냥 먹기도 하지만 배불리 먹으려면 국수나 차가운 밥을 말아서 먹기도 한다. 강릉이나 속초를 비롯한 동해안 위쪽에서는 흔한 방식이며 해장용으로도 많이 먹는다. 결론은 사이다에 밥 말아먹는 셈이 되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매운 양념이 들어가므로 밥 말아먹을 만하다. 회와 초고추장 양념을 주 재료로 사용하는 국수인 회국수도 제주도 쪽은 국물을 흥건하게 해서 물회에 국수를 마는 식으로 만든다.
이것저것 값싼 잡어를 넣어서 만드는 곳이 많다. 양념이 어느 정도 냄새를 잡아주므로 비양심적인 곳에서는 남은 회, 또는 안 팔려서 시들시들한 녀석을 잡은 회를 넣을 수도 있다. 물론 잘 하는 곳은 믿고 먹을 만하다. 아예 어종을 골라서 물회를 만들어 주는 집도 있는데 아무래도 잡어보다는 비싸다. 동해안 위쪽으로는 주로 오징어나 물가자미가 인기기 많다.
동해안 쪽을 따라서 많이 발달했다. 위로는 속초에서 아래로는 부산까지 동해안 전역에 걸쳐서 물회를 먹을 수 있다. 북쪽으로 갈수록 덜 맵고 남쪽으로 갈수록 매워지는 편. 사실 다른 음식들도 북쪽으로 갈수록 덜 맵고 그에 비해 달고 밍밍한 맛이 좀 더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영덕이 막회와 물회로 유명하다. 막회는 회 위에 걸쭉한 초고추장 양념을 뿌려서 먹는 거라면 물회는 국물에 말아 먹는 듯한 회다. 영덕은 여름에는 물회와 막회, 겨울에는 과메기로 이모작을 하는 셈. 서해안은 무침회 쪽으로 발달했지만 독자적인 메뉴보다는 세꼬시에 종속된 경향이 강하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