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프라이
달걀을 프라이팬에 지져서 익힌 요리라기엔 너무 초라하지 않나.
달걀로 만들 수 있는 요리로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바로 달걀 프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달걀 프라이에는 소금과 기름이 필요한데, 재료 가짓수로 따지면 물과 달걀, 소금만 있으면 되는 삶은 달걀도 비슷하게 간단한 요리겠지만 물끓이는 시간과 익히는 시간도 있고, 노른자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려면 계속 달걀을 굴려줘야 하니 의외로 번거롭기도 하다. 프라이팬 달구는 시간이 훨씬 빠르고 익히는 시간도 빠르니 신속성이라는 면에서는 달걀 프라이의 승리.
달걀 프라이니까 영어로는 egg fry일 것 같지만 반대로 fried egg가 되어야 한다. fry라는 말 때문에 달걀 튀김인가?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영어에서 기름을 사용해서 지지거나. 볶거나 하는 게 다 fry다. 튀김은 정확히는 deep fry라고 한다.
반숙 프라이 예쁘게 만들기
달걀 프라이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리는 건 흰자 위에 노른자가 동그랗고 이쁘장하게 제 모습을 유지한 반숙 상태의 프라이다. 영어로는 sunny side up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렇게 만드는 게 의외로 힘들다. 가장 문제는 흰자. 위쪽 특히 노른자 근방이 잘 안 익는다. 다 된 줄 알고 먹으려 하면 안 익은 흰자가 콧물처럼 주욱 숟가락이나 포크에서 늘어진다. 이런 상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날달걀도 먹는데 이 정도를 못먹으랴 싶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오래 익히면 위쪽 흰자도 결국 익지만 그랬다간 프라이팬과 닿는 쪽은 홀라당 타버린다. 자, 그럼 어떻게 흰자도 잘 익은 반숙을 만들까?
뚜껑 덮기
프라이팬 뚜껑, 없으면 큰 냄비뚜껑으로 프라이 위를 덮는다. 뚜껑으로 덮은 곳은 열이 빠져나가지 않으므로 공기의 온도도 확 올라가고 그 열로 위쪽의 흰자가 익는다. 주의할 것은 너무 오래 덮으면 노른자까지 홀라당 익어버린다는 것. 1분 이하면 충분하다.
약한 불로 오래 익히기
약한 불로 천천히 오래 익히면 아래쪽이 별로 안 타면서도 흰자도 익는다. 문제는 그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그리고 아래쪽이 타지는 않더라도 너무 익어서 흰자의 단백질이 질기게 엉겨붙는다. 이러면 흰자가 잘 안 잘리거나 지저분하게 잘린다.
흰자 깨기
노른자 주휘의 흰자는 유난히 두껍고 뭉쳐 있는데 포크나 숟가락, 고무 주걱으로 톡톡 깨주면 뭉쳐 있던 흰자가 풀리면서 좀 더 잘 익는다. 사방팔장으로 죽주 흘러나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한식에서
달걀 프라이가 자주 등장하는 곳은 비빔밥. 우리가 흔히 아는 비밥밥이나 돌솓비빔밥은 물론이고 입맛 없고 요리하기 귀찮을 때 밥에 달걀 프라이, 간장과 참기름, 버터 혹은 마가린을 넣고 비벼버리는 간장비빔밥까지, 달걀 프라이는 거의 감초처럼 낀다.
중국집 볶음밥에도 달걀 프라이가 자주 등장한다. 원래는 달걀을 풀어서 프라이팬에 살짝 지진 다음에 밥을 넣고 볶아서 풀어버리는 식인데, 이렇게 하고서도 달걀 프라이를 얹어주는 곳도 있다. 김치 볶음밥이라면 달걀을 풀어서 볶지 않고 거의 100% 달걀 프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