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센동
海鮮丼(かいせんどん)。[1]
해산물을 주 재료로 한 일본식 덮밥, 즉 돈부리. 우리나라에도 제육덮밥이나 오징어덮밥과 같이 해산물을 재료로 한 덮밥이 있지만 이런 덮밥은 재료를 조리해서 올리는 반면, 카이센동은 날것으로 올린다. 즉 일본식 회덮밥인 셈. 하지만 초고추장을 사용하고 상추, 양배추와 같은 채소도 많이 넣는 한국식 회덮밥과는 많이 달라서 간장 양념을 사용하고 채소를 거의 넣지 않는다. 넣어봐야 차조기잎(시소) 한 장 정도를 장식으로 넣고 오이, 무순이 조금 올라가기도 하지만 대체로 장식에 가깝다. 대신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해산물을 넉넉하게 올려준다. 올라가는 재료도 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성게, 새우, 연어알을 비롯해서 정말로 다양하다. 일단 참치, 연어, 광어나 참돔 같은 최소 두세 가지 생선의 회가 기본이고 여기에 여러 가지 해산물들이 추가되면서 가격이 쑥쑥 올라간다. 비벼먹지 않는다는 것도 회덮밥과 큰 차이다.
해산물을 주재료로 한 덮밥이라면 카이센동에 속하지만 한두 가지 재료만 쓴 것들은 마구로동(참치), 사케동(연어), 이쿠라동(연어알)과 같이 주 재료 이름을 붙이며 여러 가지 해산물이 들어 있는 것을 주로 카이센동이라고 부른다.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나 고급 여부에 따라서 여러 가지 수식어를 붙인다. 고모쿠(五目)카이센동이라는 것도 메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름인데, 우리가 잘 아는 뜻은 바둑으로 하는 게임인 오목이지만 일본에서는 '여러 가지', '모둠'이라는 뜻으로 음식에 많이 쓰인다. 즉 고모쿠카이센동 = 모둠카이센동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사시미를 사용하는 덮밥인만큼 전통음식으로 여길 수 있지만 2차대전 이후에 나왔다.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한 북일본을 시작으로 해안도시들을 따라서 전국으로 퍼졌다.
밥은 초밥이 아닌 일반 밥을 사용하는 게 보통이지만 초밥을 쓰는 곳도 있다. 초밥을 사용하고 여러 가지 재료를 위에 올려서 덮밥처럼 만든 것을 치라시즈시라고 하는데, 다만 치라시즈시는 해산물만이 아니라 고기, 채소를 비롯해서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밥이 너무 뜨거우면 날것 상태인 해산물에 영향을 미치므로 적당히 따뜻한 온도로 맞춘다. 이 점은 스시도 마찬가지다.
당연한 얘기지만 바닷가에 가까워서 해산물 재료가 풍부한 곳이나 수산시장 인근에서는 맛좋은 카이센동을 만날 수 있고,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해산물, 제철 해산물들이 위주가 되는 것은 당연한 얘기. 회를 사용한 일본 요리라면 흔히 스시를 가장 먼저 생각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카이센동도 무척 좋아하며,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가격 범위도 범위가 넗어서 저렴한 곳이라면 800~900엔에 먹을 만한 카이센동을 주문할 수 있지만 정말 좋은 재료들이 호화롭게 들어가면 2, 3천 엔은 우습게 넘어간다. 정말로 고급 테크트리를 타면 5천 엔도 가뿐히 넘어간다. 추가로 단품 해산물을 토핑으로 주문해서 입맛에 먹게 먹을 수도 있다.
먹을 때에는 회덮밥과는 달리 절대 비벼 먹으면 안 된다.[2] 해산물과 밥을 번갈아가면서 먹으면 된다. 그릇에 와사비가 있다면 조금씩 해산물에 얹고, 간장이 따로 나온다면 회 먹듯이 거기에 찍어 먹으면 된다. 미리 해산물을 간장 양념으로 적셔서 내는 가게도 있는가 하면 간장과 와사비를 따로 주는 가게도 있으며, 이 때에는 간장을 종지에 붓고 와사비를 넣어서 잘 섞은 다음에 해산물 위에 골고루 뿌려주면 된다.
닭고기와 달걀을 사용하는 덮밥인 오야코동의 카이센동 버전도 있는데, 연어회와 연어알을 같이 올린 덮밥이다[3]. 사케(サケ) 오야코동, 또는 홋카이(北海) 오야코동이라고 부르며 연어가 잡히는 홋카이도 쪽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연어만 들어간 것은 사케동(鮭丼), 연어알만 들어간 것은 이쿠라동(いくら丼)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