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제
식재료에 연기를 쐬어 익히거나, 향이나 맛을 입혀주는 요리 방법. 또는 그렇게 만든 음식. 연기를 쐬는 것 자체는 '훈연'이라는 말도 쓰인다.
훈제는 인류 역사에서 아주 오래된 조리법이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나무로 불을 피우고 음식을 익혀 먹었을 것인데, 모닥불에서 나오는 연기를 쐰 음식에서 독특한 맛과 향이 나는 것도 발견하고, 보존성도 좋아지는 것도 발견하면서 훈제법을 자연스레 터득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훈제법이 별로 발전하지 않았는데, 부엌의 구조를 보면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긴 하지만 연기는 방 아래를 지나서 위쪽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온돌 구조이기 때문에 부엌에서 연기를 활용할 수 없다.
나무를 태운 연기를 쐬면 목초액 성분이 재료 속에 스며듦으로써 살균 효과가 있고, 훈연 과정에서 수분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므로 보존성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초기에는 주로 보존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훈제를 사용했지만 냉장 냉동 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훈제를 통한 독특한 맛과 향, 질감을 즐기려는 목적이 주를 이룬다.
훈제는 크게 냉훈과 온훈, 열훈, 습훈, 액훈으로 나뉜다. 냉훈은 섭씨 20~30도 정도의 낮은 온도로 훈연하는 것으로, 음식을 익히는 효과는 거의 없다. 주로 연기의 향과 맛을 입히기 위한 것으로 훈제연어가 대표적으로 냉훈법을 사용한다. 습훈은 훈제 공간 안에 물을 두어서 습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훈연 과정에서 식재료로부터 과도하게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훈제 식품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햄일 것이다. 프로슈토나 하몽 같은 생햄을 제외하면 훈연법이 널리 쓰였다. 시중에 나와 있는 햄 제품을 보면 '스모크햄'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햄은 훈제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만, 시중 제품 중에는 제대로 훈제해서 만든 것은 보기 드물고, 그냥 스모크향을 첨가한 것들이 많다.
연어도 시중 제품 중에 훈제연어가 많이 나와 있다. 연어는 회로도 먹을 수 있고 익혀서도 먹지만 훈제를 하면 스모크향이 연어와 잘 어울리는 편이다.
마음만 먹으면 집에서도 훈제를 즐길 수 있다. 깊이가 있는 큰 냄비나 프라이팬에 알루미늄 포일을 깔고 그 위에 훈제용으로 나와 있는 오크칩을 적당히 깐 다음, 그 위에 적당한 간격이 만들어지도록 석쇠를 올려놓고 재료를 올려놓는다. 뚜껑을 덮고 밑에서 가열을 하면 집에서도 훈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차도 훈제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홍차인 정산소종은 찻잎에 백송 연기를 쐬어서 특유의 향을 낸다. 알코올 없는 몰트 위스키라고 할 정도.[1]
위스키, 특히 몰트 위스키도 훈제와 관련이 있다. 원료인 맥아를 지표에서 가까운 곳에 드러나 있는 석탄인 이탄으로 훈연시키기 때문. 특히 훈연을 강하게 하는 아일리 위스키와 같은 것들은 스모키향이 강하다 못해 크레졸 냄새에 가까운 강렬한 향을 내기 때문에 호불호가 엇갈린다. 반대로 아예 맥아를 훈연처리하지 않는 위스키도 있다. 이런 것들은 스모키한 향이 덜하고 부드러운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