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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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ón.

스페인을 대표하는 생햄으로 이탈리아프로슈토와 이 동네에서 쌍벽을 이룬다. 프로슈토와 마찬가지로 돼지 뒷다리를 주 원료로 만들며 뒷다리를 통째로 염장 뒤 그늘에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건조시켜서 발효 풍미를 낸다. 아무리 짧아도 숙성에 반년 이상 걸리며[1] 제대로 만든 건 1년 6개월 이상은 걸린다. 숙성 기간으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프로슈토와 막상막하다. 하몬이라는 뜻은 그냥 ''이라는 뜻이다. 정확히 ''은 원래 돼지 뒷다리를 뜻하는 말이다. 즉 돼지 뒷다리, 혹은 돼지 뒷다리를 가공한 제품이 모두 ''으로 통한다. 같은 뜻으로 쓰이는 영어 ham, 프랑스어 jambon, 스페인어 jamón 사이에는 분명히 연관성이 보인다.

특히 유명한 것은 하몬 이베리코로, 참나무 숲에 돼지를 방목해서 도토리를 먹여가면서 키워서 고기의 색깔이 진하고 선명한 게 특징이다. 이탈리아 프로슈토 중에는 산 다니엘이 도토리를 먹여서 키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는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바로 이쪽 돼지다.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건 하몬, 즉 뒷다리인데 요즈음은 한국에서 다른 부위를 많이 수입해 가 줘서 스페인으로서는 고마운 일. 하지만 공들여서 키운 돼지이기 때문에 빠르게 냉장운송을 했다면 고기 품질이 좋은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웬만한 국내산 돼지고기보다 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가격도 심지어 국내산보다 비싸기까지 해서 가짜 이베리코 흑돼지까지 나도는 판이다.[2] 하몬 세라노 역시 유명하며, 이 두 가지가 하몬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밖에도 스페인 여러 지역에서 하몬을 만든다. 남부 쪽에서는 훈제 처리를 하기도 한다.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에 가보면 돼지 뒷다리를 통으로 생햄을 받침대 위에 떡 하니 올려놓고 주문하면 칼로 조금 두툼하게 저며서 주는데, 그렇게 주는 건 십중팔구 하몬이다. 반면 프로슈토는 육절기로 얇게 저며서 준다. 이렇게 뒷다리를 통째로 한 짝 사려면 많게는 1백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시중에는 미리 칼로 저며 놓은 것도 판다. 얇게 저며서 그리시니에 둘둘 감아 먹는 게 기본인 프로슈토와는 달리 그보다는 짧고 굵게 저며내는 하몬은 감아 먹기는 힘들고 이나 크래커에 올려 먹는 게 기본이다. 그냥 먹기에는 좀 짜다. 멜론과도 잘 어울리는 편인데 멜론이 없다면 비슷한 과라고 할 수 있는 참외와도 궁합이 괜찮다.

냉장도 안 하고 저렇게 밖에다가 방치해 놔도 돼? 싶을 수도 있는데 애초에 프로슈토나 하몬이나 만들어진 이유가 냉장기술이 없던 시절에 고기를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해서다. 즉, 제대로 충분히 기간을 두고 숙성시킨 하몬은 상온에 두어도 상당 기간 동안 별 문제가 없다.

각주

  1. 숙성 기간이 6개월 정도라면 방부제가 들어갔을 확률도 높다.
  2. "(뉴스 깊이읽기) 가짜까지…이베리코 흑돼지 뭐기에?", 경향신문, 2019년 2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