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바셋
호주 출신의 바리스타 폴 바셋이 만든 에스프레소 전문점 체인. 한국법인은 매일유업이 투자했다. 그래서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이나 우유를 파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
그런데 사실 이 사람 좀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호주 출신으로 최연소 바리스타 챔피언이라는 걸 밀고 있는데. 첫째로 호주에는 폴 바셋 체인점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호주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그리고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라는 걸 엄청나게 밀고 있는데, 그 이외에는 이렇다 할 경력도 없는 상태이고, 사실 이런 종류의 음식이나 음료 관련 경진대회들이 이래저래 공정성 시비로 말이 많기도 하다.
그래도 분명 실력 있는 바리스타이긴 하겠지만 정작 호주에서는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에서만 열나게 흥하고 있다. 한국에 왔다가 이 광경을 본 호주 사람들이 어안이 방벙할 정도. 반대로 한국에서 폴 바셋 팬이었던 사람이 호주에 여행가서 폴 바셋 카페를 찾았는데 구경도 못하겠더라...는 얘기도 블로그나 SNS에 종종 올라온다.
영어로 된 홈페이지가 있긴 하지만 그냥 포장한 원두만 팔고 있다. 그밖에는 기계 판매 및 관리, 바리스타 교육 정도를 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바리스타 챔피언이니 뭐니 그런 얘기는 그냥 자기 소개에서 간단히 언급되고 끝. 우승 경력이 가짜라거나 실력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이 바닥에서 그게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거짓말은 안 했지만 필요 이상으로 과장된 것은 분명하다.
초기에는 확실히 커피의 질이 좋았다. 스타벅스를 비롯해서 미국 시애틀 쪽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에스프레소 전문점들이 지나치게 로스팅을 세게 한 나머지 에스프레소를 마셔 보면 쓴맛만 디립다 나는 것과 비교해 보면 폴 바셋의 에스프레소는 확실히 커피가 가진 다양한 아로마를 잘 살려서 좋은 피니시를 끌어냈다. 카페 룽고에 추가 샷을 두 개 정도 넣어도 쓰다는 느낌보다는 길고 멋진 피니시가 있었다. 명성이 과장이든 뭐든, 커피맛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닌가. 처음 매장을 개설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에는 아예 로스팅 시설을 갖춰놓고 직접 로스팅해서 커피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체인점이 왕창 늘고 시간이 갈수록 예전만 못하다. 피니시가 주는 감동은 확실히 예전만 못해졌다. 그래도 어중이떠중이 한국의 커피 체인점보다는 여전히 한 수 위이긴 하지만 과거와 같은 감동이 줄어든 건 분명하다. 일단 초기에는 매장에서 바로 로스팅을 했지만 체인점이 늘면서는 포장된 원두를 쓰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사실 꼭 폴 바셋이 아니어도 호주는 커피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말 알아주는 나라다. 특히 멜버른은 동네 카페 아무 데나 가도 한국 커피는 갖다 버리고 싶을 만큼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커피의 천국이다. 아마도 호주, 특히 멜버른 쪽에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상당히 많은 게 이유가 아닐까 싶다. 워낙에 경쟁이 치열하고 사방팔방에 좋은 카페가 많은 만큼, 폴 바셋이 고향인 호주에서는 기를 펴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요즈음은 커피 말고도 아이스크림으로도 인기가 좋다. 상하목장 우유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데 매일유업이 투자했우니 당연한 일. 이 역시 우리나라 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