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메사바
しめさば(締鯖).
등푸른 생선을 소금과 식초에 절인 것. 청어나 삼치로도 만들 수 있지만 특히 고등어를 많이 쓴다. 우리말로는 고등어초절임 쯤 되겠다. 동째로 식초에 다이빙 시키는 것은 아니고 가운데를 갈라서 빼와 내장을 손질한 다음 식초와 설탕, 소금을 주 재료로 한 액에 며칠 동안 푹 담근다.
원래 고등어는 물 밖으로 나오면 빨리 죽어버리는 데다가 아주 신선하지 않으면 비린내가 팍팍 나서 회로 먹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보존성도 높이고 비린내도 잡는 방법오로 발전한 것이 시메사바.
절이고 나면 반투명했던 살이 약간 불투명해지고 조금 단단해지기 때문에 절이기 전에는 큰 뼈만 골라내고, 절인 다음 회를 뜨기 전에 핀셋으로 자잘한 가시를 뽑아낸다.
고등어가 은근히 비린내가 많이 나는데, 식초에 절임으로써 비린내를 싹 잡아버리는 한편, 익히지 않았는데도 살짝 익힌 듯한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단백질을 식초에 노출시키면 색깔이 변하면서 굳는 현상이 생기는데, 먼 옛날 사람들은 약간 하얗게 굳는 살을 보고 불로 익히는 것과 비슷하게 보았을 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의 카르파쵸와 비견할 만하다.
보통은 익혀 먹지 않고 사시미로 먹고 생선초밥의 재료로도 쓰인다. 사케와 가장 잘 어울리지만 맥주나 소주와도 잘 어울리는, 입맛에만 맞다면 정말로 군침돌게 만드는 안주다. 그러나 그저그런 술집에서는 냉동된 시메사바를 내놓는다. 모노마트와 같은 일본 식재료 매장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물론 맛은 별로다. 일단 살의 질감이 퍽퍽하고 비린내도 충분히 못 잡은지라... 정말 제대로 하는 곳은 직접 담근다. 이런 곳은 고등어의 상태에 신경을 많이 써서 고등어가 통통하고 기름이 올랐을 때에만 시메사바를 만들려고 한다. 제대로 만든 시메사바를 먹어 보면 회보다는 단단하지만 퍽퍽한 맛이 없고 매끄러운 기름기까지 느껴진다.
갈은 생강을 조금 떼어 올리고 간장 또는 와사비 간장을 살짝 찍어먹는 게 정석이다. 간장은 안 찍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서일본 쪽은 그냥 먹는 쪽을, 동일본 쪽은 간장이나 생강 간장을 선호한다.
서일본 쪽에서는 키즈시(きずし, 生寿司)라고 부른다. 생선초밥이 아닌, 그냥 생선만인데도 스시(寿司)라는 이름이 들어간다. 키즈시는 청어로 만드는 것인데, 그냥 서일본 쪽은 퉁쳐서 키즈시, 동일본 쪽은 시메사바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