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말이
달걀 요리의 하나. 프라이팬에 달걀물을 얇게 펼친 다음 위가 완전히 익기 전에 돌돌 말아낸다. 위가 살짝 덜 익어야 달걀물이 일종의 접착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이게 은근히 어려운 게, 너무 일찍 말면 쉽게 찢어지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큼직한 달걀지단을 얻게 된다. 백종원이 마리텔에서 제대로 망신당한 요리가 바로 이것.
롤처럼 동그랗게 말지 않고 양쪽이 둥근 직사각형 모양이 되게 만드는 게 보통이다. 아예 달걀말이용 프라이팬까지 있을 정도인데, 일본식 달걀말이에 최적화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큼직한 프라이팬에 달걀물을 붓고 크게 말아내는 데 반해, 일본은 작고 네모난 프라이팬에 달걀물을 조금 붓고 말고, 또 조금 붓고 말고 하는 식으로 만든다.
음식점 반찬으로 나오면 이상하리만치 후다닥 없어지는 인기순위 1위. 백반집은 보통 메인이 나오기 전에 반찬부터 깔아주는데 만약 반찬에 달걀말이가 있다면 십중팔구 메인 나오기 전에 한 번 더 달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집에서는 일부러 더럽게 맛없게 만드는 것 같다. 도시락 반찬으로도 가장 인기 있다. 달걀말이는 차게 식어도 맛있기 때문에 식당에서 잔뜩 해 놓고 반찬이나 도시락 반찬으로도 좋다.
일본에서는 타마고야키(たまごやき, 卵焼き)라고 부른다. 가쓰오부시 국물과 설탕, 청주, 미림을 달걀물과 함께 풀어서 약간 달달하고 감칠맛을 더한 스타일인데 반해 한국은 소금간만 하는 게 보통이다. 달걀물을 체로 거르는 것도 일본식 달걀말이의 포인트. 타마고야키 특유의 질감은 반드시 체로 한번 곱게 걸러내야 얻을 수 있다. 달걀물이라는 게 아무리 잘 풀어도 조금씩은 덩어리가 져 있게 되는데, 체로 거르면 자잘한 덩어리들까지 완전히 풀어진다. 정말 잘 만든 달걀말이는 달걀물 혹은 국물이 살짝 배어나오면서 부드럽고 폭신한 느낌을 준다. 조금만 늦으면 그런 거 없고 마른 느낌이다. 미세한 기포를 충분히 만들어서 마치 카스텔라 같은 느낌이 나게 만드는 달걀말이도 있다. 사실 카스텔라가 밀가루보다 오히려 더 많은 양의 설탕과 달걀을 왕창 때려넣어서 폭신한 느낌을 만드는 거라 비슷한 점이 있다. 니기리스시 재료로도 쓰인다. 해산물이 아닌 것으로는 가장 널리 쓰이는 초밥 재료로, 모둠초밥을 주문하면 달걀말이 초밥이 꼭 낄 정도다.
달걀물에 다른 재료를 섞거나 말기 전에 다른 재료를 올려놓는 식으로 여러 버전을 만들 수 있다. 파, 양파 채썰거나 다진 것은 것은 기본. 마른김을 올려서 말기도 하고 치즈, 날치알, 명란을 비롯한 재료들이 자주 쓰인다.
을지로골뱅이집에 가면 골뱅이무침과 함께 큼직한 달걀말이를 같이 내준다. 매운 골뱅이무침의 얼얼한 맛을 누그러뜨려 주는 효과가 있다 보니 자꾸 집어먹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도 채썰은 대파가 들어간다.
크기 경쟁도 벌어져 달걀 한판을 홀라당 쓰는 한판 달걀말이까지 등장했다.
딱히 뭘 찍어 먹지 않아도 되지만 케첩에 찍어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달걀말이에 케첩이나 마요네즈를 뿌리고 한국의 어설픈 이자카야에서는 그 위에 가쓰오부시까지 듬뿍 뿌려서 내기도 한다. 달걀판 오코노미야키. 이런 걸 먹다 보면 대체 내가 뭘 먹는지 정체성을 의심할 정도. 잘 하는 곳은 그냥 심플하게 딱 달걀말이로 승부한다. 타마고야키는 의외로 와사비와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