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국 및 일본에서 많이 마시는 증류주. 곡물을 주 원료로 하므로 위스키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오크통 숙성은 안 하는 게 보통이라... 프랑스에서 보기에는 오드비.
한국의 소주
원래 증류주는 아라비아 쪽에서 개발된 것인데, 고려 말기 원나라가 우리나라를 지배했을 때 들어 왔다. 칭기즈칸이 중동을 정복하면서 이쪽의 문화가 몽골로 건너왔고, 이게 우리나라까지 전해진 것. 안동에서 소주가 발달한 것도 일본 침략을 위한 원나라의 전진기지가 안동에 있었고 원나라 군사가 오랜 기간 주둔했기 때문.
증류식 소주
한국의 전통 방식 제조법은 쌀이나 잡곡으로 술을 빚어서 도기로 만든 소주고리에 단식 증류하는 것이다. 안동소주를 비롯한 전통 소주가 이런 방식이다. 그런데 아래에 설명할 희석식 소주가 싼값으로 대량생산 되고, 박정희 정권 때 전통주를 거의 말살하다시피 하면서 한국에서는 소주라면 으레 희석식 소주를 뜻하게 되었고 증류식 소주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최근 들어서는 사람의 입맛이 다양화되고, 고급화를 원하는 욕구도 있는 데다가 일본 소주가 일식집이나 일식 주점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늘려나가면서 한국에서도 증류식 소주의 수요가 늘고 있다. 이런 수요를 잘 잡은 사례가 화요. 특이하게도 도자기 제조를 주로 하는 광주요에서 만들고 있다. 전통주 방식이 아닌 현대적인 증류식 소주의 기법을 쓰고 있고, 탄맛이 나지 않는 감압증류법[1]이라든가 오크통 숙성과 같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희석식 소주를 제조하는 회사들도 증류식 소주를 내놓고 있다. 롯데주류의 대장부,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나 참나무통맑은이슬이 그와 같은 예.
희석식 소주
시중에서 살 수 있는 값싼 소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주는 희석식 소주라고 부른다. 일부에서는 화학적 합성품이니 화학주니 하지만 이는 잘못된 얘기다. 희석식 소주도 천연 원료를 발효시켜서 증류법으로 만든다. 보통은 녹말이 많고 값이 싼 고구마, [[감자], 타피오카 같은 것들을 주 재료로 한 다음 연속식 증류법으로 대량 생산한다. 증류된 원액은 알코올 도수가 95% 이상이어야 하며 이를 주정이라고 한다. 희석식 소주라고 부르는 이유는 소주 회사에서 이 주정을 사다가 물을 타고 감미료를 넣어서 소주를 만들기 때문이다. 물타기의 달인들. 사실 시판되는 증류주는 대부분 물을 탄다. 위스키나 브랜디와 같은 대다수 증류주들은 알코올 도수가 40~50% 안팎인데, 증류 원액은 이보다는 높은 50~70% 안팎이므로 병입 전에 물을 섞어서 알코올 도수를 맞춘다. 하지만 희석식 소주처럼 95%의 주정에 물을 몇 배나 잔뜩 타서 30%, 25%, 20% 이하로 떨어뜨려 병입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들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주를 만드는 회사와 주정을 만드는 회사가 분리되어 있다. 물론 같은 그룹의 계열사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거나 회사로는 분리되어 있다. 사실 어느 회사의 소주나 주정은 거의 비슷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창해주정에서 만든 주정이라고 보해에서 마음대로 사다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주정은 정부의 '주정도매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 고시'에 따라 일단 대한주정판매로 공급되어야 하고 대한주정판매에서 소주 회사애 독점 공급하는 식이다. 진로에서 "기왕이면 우리 거 주세요!" 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튼 법으로는 주정회사가 직접 주정을 못 팔게 되어 있다. 다만 2015년 7월에 이 고시가 개정되어 대한주정판매의 독점을 보장하는 규정이 삭제되었지만 아직까지는 여기서 여전히 독점 공급하고 있는 분위기다.
주정에 어떤 물을 얼마나 탈지, 어떤 감미료를 얼마나 넣을지가 희석식 소주의 맛을 좌우한다. 전 세계의 대다수 증류주는 에탄올과 함께 증류된 미량의 휘발성 성분들이 독특한 향미를 내지만 주정은 이런 게 거의 없는, 95% 이상의 순수한 에탄올에 가깝다. 최대한 다른 건 제거하고 에탄올만 남기는 게 중요하므로 증류 공정도 최대한 그쪽으로 맞추어진다. 주정의 에탄올 농도를 95% 이상으로 하기 어려운 것도 그 이상으로 가면 아주 특수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물과 에탄올을 분리해서 증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술은 재료에 따라서 향과 맛에 두드러지거나 미묘한 차이가 있다. 증류식 소주라면 쌀이냐, 보리냐, 고구마냐에 따라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주정을 만들 때에는 향과 맛은 고려되지 않으며 가장 싸게 가장 많은 에탄올을 만들 수 있는 식용 재료이면 된다. 따라서 주정 회사가 달라도 그에 따른 맛 차이는 거의 없고 오히려 희석식 소주는 주정에 타는 물과 감미료에서 오는 차이가 대부분이다. 일부 회사에서는 쌀이나 보리 같은 곡물을 증류한 소주를 첨가한다든가 그래봤자 0.1%도 안 넣고 라벨에 자랑은 더럽게 한다. 하는 식으로 나름대로 맛에 차별화를 주려고도 한다. 또한 과즙이나 과일향을 넣은 소주들도 나오고 있지만 대다수는 한때의 유행에 그치는 수준이다.
일본의 소주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소주라면 당연히 증류식 소주를 생각한다. 일본은 고구마, 쌀, 보리 같은 원료를 써서 술을 빚은 다음 증류해서 만든다. 드물게 호밀도 사용한다. 보통은 주재료를 라벨에 표시한다. 증류식 소주인만큼 한국의 전통 소주, 혹은 러시아의 보드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는 희석식 소주 같은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한국의 희석식 소주가 들어와서 팔리고 있긴 한데, 한국만큼 싸지는 않다.
일본의 소주는 주로 재료를 가지고 나누게 되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재료는 쌀, 보리, 고구마다. 그에 따라 쌀소주(米焼酎, 코메죠츄), 보리소주(麦焼酎, 무기쇼츄), 고구마소주(芋焼酎, 이모죠츄)[2]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가격은 고구마소주가 가장 싼 편이긴 하지만 제품이 워낙 천차만별이라...
우리나라의 이자카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쌀소주 비잔클리어 같은 일본 소주를 마셔 보면 불맛이 난다. 즉 숙성을 별로 안 했다는 뜻. 우리나라 희석식 소주와 같은 단맛도 거의 없다. 즉 감미료를 안 넣었다는 뜻. 희석식 소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거부감이 느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소주에 물이나 얼음을 넣어서 먹는다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보통 미즈와리나 온더락스로 마시는 일본 소주가 더더욱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소주라기보다는 보드카 정도로 생각하고 그냥 마시기 보다는 물이나 탄산수, 토닉워터, 얼음 같은 것을 넣어서 마시는 게 좋다.
주재료에 따라서 향미에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 예를 들어 쌀소주는 아주 중립적인 맛인 반면, 고구마소주는 미묘하게 허브향 같은 산뜻한 향미를 가지고 있어서 호불호가 꽤 있다. 일부는 나무통 숙성을 거쳐서 위스키와 같은 느낌을 약간 준다.
일본 주세법으로는 갑류소주와 을류소주로 나뉜다. 갑류소주는 연속식 증류법을 사용한 소주로 알코올도수가 36% 미만이어야 한다. 몇 번을 증류해도 상관 없다. 이쪽은 한국의 소주와 가까우며, 실제로 한국에서 제조되어 일본에서 판매되는 쿄게츠(鏡月)[3]가 이쪽으로 분류된다. 가장 판매량이 많은 소주는 갑류 소주는 타카라(寶)로, 편의점이나 술 자판기에서 싸구려 캔 하이볼로도 종종 볼 수 있다. 반면 을류소주는 단식 증류법을 사용하고 40% 이상이어야 한다. 딱 한 번만 증류해야 한다. 단식 증류법이 더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을류소주가 양조 및 증류 규정이 더욱 까다롭기 때문에 당연히 을류소주 쪽이 더 비싸다. 우리가 아는 일본 소주는 거의 이쪽으로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