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야키
お好み焼き.
일본식 부침개. 밀가루와 가쓰오부시를 옅에 우려낸 물로 만든 반죽과 고기나 해산물, 채소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재료로 철판에 지져서 만든다. 다 부쳐진 오코노미야키 위에 야키소바 소스와 비슷한 오코노미야키 소스를 바르고 파래가루를 뿌리는 게 대체로 공통이다. 오사카와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대중 음식으로, 오사카에서는 타코야키, 야키소바와 함께 가장 잘 알려진 음식이며 히로시마에서는 그야말로 인지도 원톱이다.
오코노미야키라는 말은 お(높임말)+好み(취향, 기호)+焼き(구이)로 되어 있으며, 즉 취향대로 먹을 수 있는 구이 요리라는 뜻이 된다.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은 보통 반죽과 함께 부치는 재료 또는 토핑하는 재료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고, 반죽과 재료를 섞고 부치는 과정을 손님이 직접 하도록 되어 있는 곳들도 있다. 물론 익숙치 않다면 직원에게 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주방에 있는 철판에서 부친 다음 손님 테이블에 있는 철판에서는 마무리만 하고 따뜻하게 데운 상태로 먹을 수 있게 하는 가게도 많다.
종류
야키소바, 타코야키, 쿠시카츠와 함께 오사카를 대표하는 대중 음식이지만 히로시마를 대표하는 대중 음식이기도 하다. 크게 오사카와 히로시마 스타일로 나뉜다. 같은 오코노미야키라고 해도 오사카식과 히로시마식은 재료나 조리 방법에 차이가 상당한만큼 둘은 맛의 차이가 많으며 아예 다른 음식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양쪽이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고 자존심도 꽤나 강하다. 오사카 사람들한테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 어쩌고 하면, "그게 뭔 오코노미야키야? 히로시마야키(広島焼き)지." 하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며, 또 히로시마에 가서 오사카식 오코노미야키 이야기를 하면 반죽에 다 때려놓고 대충 부치는 거라고 평가절하한다.
전국구급 인지도로는 오사카식이 훨씬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간사이와 히로시마 지역을 제외한 외지에서는 오코노미야키라고 하면 오사카식을 뜻하며, 히로시마식은 히로시마야키(広島焼き)라고 구분해서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단, 히로시마에 가서 히로시마야키라고 했다가는 주위 사람들에게서 레이저 광선 나오는 꼴을 볼 수도 있다.
오사카식
간사이(関西)식이라고도 한다. 오사카 쪽은 마제야키(混ぜ焼き), 즉 재료를 잘게 썰어서 반죽에 넣고 섞은 다음에 부쳐내는 방식이 주다. 히로시마식보다는 조리 방법이 간단한 편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오코노미야키 소스와 함께 마요네즈를 빙빙 돌려가면서 넉넉히 뿌려주며, 파래가루와 가쓰오부시를 얹어 마무리한다. 특히 마요네즈 때문에 느끼한 걸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영 좋지 않다. 느끼한 게 싫으면 마요네즈는 빼달라고 하자.
테이블에 철판이 설치되어 있어서 직접 테이블에서 부쳐 먹거나, 주방에 있는 철판에서 다 만든 오코노미야키를 테이블에서 마무리해 주고 데워먹을 수 있도록 한다. 오사카 쪽은 후자가 대세인데 오히려 외지에 있는 오코노미야키 가게들이 손님들이 직접 부치도록 떠넘기는 하는 가게들이 많다. 익숙치 않으면 직원한테 도와달라면 도와준다. 작은 주걱 두 개를 주며 이것으로 조금씩 잘라서 앞접시에 담아 먹는다.
오사카에서는 타코야키나 오코노미야키와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도 많다. 전국적으로는 오코노미야키를 밥반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20% 정도인데 오사카에서는 절반에 가까울 정도라고. 아예 오코노미야키와 밥, 국을 세트로 한 오코노미야키정식을 파는 가게들도 많다. 외지인들에게는 꽤 낯선 모양으로, 고독한 미식가 시즌 5 제1화에서 이노가시라 고로#고로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말도 안 된다고 손사레를 치는 모습이 나온다.
히로시마식
히로시마 스타일은 노세야키(乗せ焼き), 즉 반죽을 철판에 먼저 부친 다음 다른 재료를 얹는 방식으로 부쳐낸다. 면이 들어가는 것도 특징인데 많은 가게에서는 소바(중화면)와 우동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 먼저 밀가루 반죽을 크레페처럼 철판에 둥글고 얇게 부친 다음 양념을 뿌린다.
- 그 위에 양배추와 숙주나물을 듬뿍 올려주고 텐카츠를 얹는다.
- 돼지고기, 베이컨 같은 토핑 재료를 올린다.
- 그 상태에서 한번 뒤집는다. 반죽과 재료를 섞은 게 아니라서 엉망이 안 되게 뒤집는 게 쉽지가 않다.
- 한편에서 면을 따로 볶는다.
- 면을 적당히 둥글게 정리한 다음 그 위에 부쳐놓은 것을 올린다.
- 한편에서 달걀을 깬 다음, 노른자를 터뜨려서 조금 휘저어 얇고 둥글게 부친다.
- 면과 반죽을 한꺼번에 들어 달걀 위에 올린다.
- 위에 소스를 바르고 파래가루를 뿌린다. 굴이나 새우처럼 큰 토핑은 따로 볶아서 위에 올린다.
조리 방법이 복잡한만큼 테이블에서 직접 부칠 수도 있는 오사카식과는 달리 이쪽은 테이블에 철판을 놓지 않는다. 카운터에 앉았다면 철판에 줄지 접시에 줄지 물어보는데, 철판에 달라고 하면 오사카처럼 작은 주걱을 하나만 주고 젓가락과 주걱을 이용해서 잘라먹도록 하지만 접시에 주면 주걱을 주지 않고 젓가락만으로 먹는다. 면이 듬뿍 들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볶음국수를 먹는 것과 비슷하다. 오코노미야키 하나만 먹어도 양이 넉넉하기 때문에 밥반찬으로도 많이 먹는 오사카에 비해 히로시마는 밥과 함께 먹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마요네즈를 기본으로 뿌리지 않고 가쓰오부시도 올리지 않는다. 마요네즈는 달라고 하면 주기도 하고 테이블에 비치해 놓은 곳도 있다.
오사카에서도 오코노미야키는 인기가 많지만 히로시마에서는 정말 정말 인기가 많다. 오코노미야키 가게는 동네마다 정말 널려 있으며 거의 히로시마 사람들의 소울푸드 수준. 히로시마의 번화가인 신텐치(新天地)에 가면 오코노미무라(お好み村)라는 곳이 있다. 건물 중 2층부터 4층까지 3개 층을 오코노미야키 가게로만 채워놓은 곳으로 정말로 무라(村, 마을)라는 이름이 어울릴만 하다. 각 층마다 8~10개 정도 가게가 몰려 있다.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우리 정서는 좀 이상하게도 테마파크라고 나오는데, 실제로 닛케이신문이 2004년 4월에 '가족들과 갈 푸드 테마 파크' 투표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유명하다.
아무튼 히로시마에서는 오사카 뺨칠 정도로 오코노미야키 가게들의 경쟁이 치열한만큼 어딜 가도 준수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가게마다 디테일에 차이들이 상당하다. 어떤 가게는 생면을 쓰는 걸 강점으로 내세우기도 하고, 가게마다 양배추와 숙주나물 비율에 차이가 있기도 하고, 양념에 차이가 있기도 하고, 토핑도 가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기도 하다. 위에서 이야기한 오코노미야키무라만 가 봐도 유심히 보면 가게마다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오사카식과 히로시마식을 파전과 비교해 보면 오사카식은 파를 썰어 반죽에 섞어 부치는 보통 파전, 히로시마식은 반죽과 파를 아래에 깔고 토핑을 얹어 부치는 동래파전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밖에
면을 넣는 방식이 꼭 히로시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베 쪽에서 생겨난 모단야키도 면을 넣는다는 점에서 히로시마풍과 비슷한데 면을 올리기 전에는 가게에 따라 마제야키 혹은 노세야키로 부쳐낸다. 이쪽 얘기에 따르면 히로시마풍의 차이점은 첫째 중화면을 주로 쓴다는 것과, 둘째 숙주나물이 들어간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히로시마식도 중화면과 다를 게 없는 야키소바용 면을 쓰고 숙주나물도 넣는 가게도 많으므로 확실한 차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오사카처럼 위에 마요네즈와 오코노미 소스를 듬뿍 ,처발처발 바르지 않는다. 전반적으로는 히로시마풍에 가깝다.
와카야마현에 가면 세치야키라는 게 있다. 야키소바를 볶다가 날달걀을 넣고 마구 휘저은 다음 모양을 잡아서 오코노미야키처럼 내는데, 이름은 와카야마 지방 쪽 사투리로 '엉망으로 하다, 괴롭히다'라는 뜻을 가진 せちがう에서 나왔다. 1960년경 오코노미야키 가게인 <야마시타>를 찾은 어떤 손님이 '야키소바에 달걀을 넣고 せちがう, 즉 마구 휘저어 달라'고 주문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철판구이 요리 계열이기 때문에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에서는 보통 야키소바나 야키우동, 텟판야키를 하는 곳이 많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지방 쪽에는 몬자야키가 있다. 간사이는 오코노미야키, 간토는 몬자야키라고 흔히 이야기하는데, 재료도 상당히 비슷하다. 하지만 비주얼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다른데, 몬자야키는 그 비주얼이 오코노미야키에 비해 실로 괴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