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きょうと(京都)。
'교토'라고 하면 교토부와 교토시를 모두 가리키는 말인데, 보통은 별 구별 안하고 교토시와 그 주변까지 묶어서 교토라고 부른다. 오사카와 함께 일본에 두 개 밖에 없는 '부'라는 행정구역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 가본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 중에는 도쿄와 헷갈리는 이들도 은근히 많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 즉 지금의 도쿄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약 1천 년 동안 일본의 수도 구실을 했다. 그 때문에 문화재와 유적이 무척 많이 남아 있다. 우리로 치면 천년고도 경주와 닮은 구석이 많은 곳. 그래서 일본 작품들을 번안할 때에는 교토가 종종 경주로 번안된다.[1] 덕분에 전통 문화도 많이 남아 있는 편이고 도시 여기저기에 절과 신사가 널려 있다. 전통 양식 건물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거리를 다니다 보면 기모노 입은 여자들이 참 많다는 게 눈에 확 들어온다. 다만 대부분 관광객이라는 게 함정.[2]
이러다 보니 교토의 이미지는 뭔가 오래되고 보수적인 느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일본 공산당의 텃밭이다. 교토대학교 역시 학풍도 자유롭고 교수나 학생들 중에도 좌파 성향이 많은 편이다. 빨갱이 학교라고 우익들에게 종종 까이는 건 기본. 하지만 국회 의석수를 보면 최근에는 연립여당이 과반수이고, 야당 중에 공산당 의석 비중이 높은 게 눈에 뜨인다. 또한 옛날 문화재 빨아먹고 사는 고리타분한 관광도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쿄세라, 닌텐도, 니혼덴산(일본전산), 무라타제작소, 오므론[3]를 비롯한 쟁쟁한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 일본 파친코 시장 랭킹 1위인 마루한도 교토에서 창업했다.
교통
교토공항은 따로 없으므로 항공 교통을 이용한다면 오사카 쪽으로 들어온다. 국제선이라면 당연히 간사이공항이고, 국내선이라면 간사이공항이나 고베공항에도 약간 항공편이 있지만 대체로 이타미공항으로 들어오므로 이쪽에서 교토로 넘어오게 된다. 간사이공항에서는 JR 특급 하루카를 타면 환승 없이 교토로 한 번에 갈 수 있다. 이타미공항에서는 철도를 이용하려면 환승을 두 번 해야 하므로 불편하다. 그냥 공항버스 타자.
오사카에서 온다면 십중팔구는 철도를 이용하게 되는데, JR과 사철이 박터지게 경쟁하고 있어서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일단 JR은 가장 비싼 신칸센에서부터 특급열차와 쾌속열차를 비롯한 갖가지 옵션들이 있다. 다만 오사카역에는 신칸센과 특급 하루카가 서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하자. 비싸더라도 편하게 가고 싶다면, 혹은 어차피 철도패스가 있어서 뭘 타도 된다면 카나자와로 가는 [특급 선더버드]]를 타면 되고, 신쾌속이나 쾌속[4]처럼 시간 차이 별로 안 나면서 가격도 싸고 요금도 저렴한 옵션도 많이 있다. 신오사카역에는 교토로 가는 JR 열차는 전부 다 서기 때문이 이쪽 옵션이 더 많다. 유의할 점은 다른 열차는 다 JR니시니혼에서 운영하지만 신칸센은 신오사카-교토 구간이 토카이도 신칸센에 해당되어 JR토카이 관할이다. 즉, JR니시니혼에서 발행하는 철도 패스로는 이 구간의 신칸센을 탈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하자. JR 교토역이 굉장히 크고 아름답다. JR 열차를 타지 않더라도 교토에 갔다면 가볼만한 곳이다. 왠지 교토타워에 올라가는 것보다는 교토역에서 보는 교토타워를 보는 게 더 낫다 싶기도 하다. 일단 공짜라...
사철도 옵션이 풍부한데, 오사카에서 한큐에 갈 수 있는 한큐, 케이한이 모두 오사카에서 교토로 가는 노선을 굴리고 있다. 교토의 주요 관광지 및 가장 번화가인 시조 카와라마치로 갈 생각이라면 JR 교토역보다는 한큐의 교토카와마라치역이 접근성이 우월하다. 게이샤 요정으로 유명한 기온 쪽으로 가려면 케이한을 타는 게 좋긴 한데 JR 및 한큐가 오사카에서는 오사카역(우메다역)을 기점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5] 케이한은 접근성이 좀 떨어지는 요도야바시역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 3개 회사가 노선을 굴리고 있을 정도로 두 도시 사이는 수요가 정말로 넘쳐난다. 킨테츠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나라에서 환승을 해야 하고 어디처럼 ㄱ자로 빙 돌아가는지라 다른 노선들보다 경쟁력이 영 떨어진다. 다만 킨테츠 레일 패스가 있다면 돈 아낄 목적으로 이렇게 갈 수도 있긴 하다. 가는 김에 나라도 한번 둘러보고 갈 수도 있고.
토카이도 신칸센의 모든 등급 열차가 정차하므로 신칸센으로 도쿄, 나고야, 후쿠오카와 같은 대도시들과 철도로 오가기는 편리하다. 단, 토카이도 신칸센의 수요가 넘쳐나서 새로 건설하는 츄오 신칸센은 교토를 통과하지 않고 대신 나라를 통과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후쿠이나 카나자와 쪽으로는 코세이선과 호쿠리쿠 본선을 이어서 특급 선더버드를 비롯한 JR 열차들이 절찬리에 운행되고 있다. 호쿠리쿠 신칸센이 교토까지 들어오면 재래선 폐지나 제3섹터 이관 가능성이 높지만 츠루가-교토 구간의 완공 예정이 2046년이라...
시내 교통은 주로 버스가 맡고 있다. 지하철은 있기는 하지만 노선이 두 개밖에 없고 커버하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다. 특히 주요 관광지들은 대부분 지하철로 가기 힘들고 버스를 타야 한다. 1일 승차권 카드를 500엔에 팔고 있으며 시영버스(市バス) 및 교토버스를 균일 요금 구간 안에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주요 역과 관광안내소, 버스 안에서도 살 수 있다. 단, 시내에 있는 티켓 판매소 같은 곳에서는 450엔에 판매하기도 하니까 여러 명이 다닌다면 잘 알아보자. 처음 버스에 탈 때에는 운전석 옆 요금 정산기계의 카드 넣는 곳에 넣으면 뒷면에 승차 날짜를 찍어 주며, 그 다음부터는 운전사에게 카드의 날짜 찍힌 면만 보여주면 된다. 간사이 스루 패스가 있으면 좀 더 편리해서 교토 내 버스 및 철도 교통을 거의 다 이용할 수 있다. 도시철도가 영 별로인데다가 길은 그닥 넓지 않고, 차는 많으므로 교통체증은 시도 때도 없다. 교토에서는 여유 있게 움직이는 게 좋고 철도를 이용할 수 있으면 그쪽을 이용하는 게 시간 절약 면에서 좋다. 그밖에도 관광으로 유명한 곳인만큼 관광지 할인과 같은 혜택을 제공해 주는 관광 패스들이 여러 가지 있으니 여행 목적에 따라서 잘 선택해 보자.
관광
천 년 동안 일본 수도 구실을 했던 도시인 만큼 문화재와 관광지가 넘쳐난다. 교토의 도로 교통이 개판인데도 지하철을 충분히 못 뚫는 이유가 땅만 팠다 하면 지하수와 유물들이 펑펑 터지기 때문에 지하 공사가 너무나도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밖에
교토 사람들은 오사카 사람들과 성격이 극과 극이라는 인식이 있다. 바로 이웃 동네라고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오사카 사람들은 기질이 우리나라 사람과 비슷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일본인 특유의 돌려 말하는 게 적고 직설적이면서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좀 드센 경향이 있다. 반면 교토 사람들은 돌려말하기의 끝판왕으로 간주된다. 속으로는 불만이 있거나 욕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칭찬하듯 말한다는 얘기. 그래서 교토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으면 설령 기분이 좋아도 어딘가 찜찜하고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 건지 경계하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옆집 이웃이 와서, '어머, 아드님이 피아노를 잘 치시네요!' 하고 칭찬을 했다면 보통의 경우라면 그냥 칭찬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교토 사람이라면?
"피아노 소리가 시끄러운데 좀 작작 치면 안 되겠어요?"
라는 뜻이라고 한다... 실제 방송에서 교토 사람이 확인해 준 바이다.
위 짤은 교토 사람, 오사카 사람, 나라 사람의 성격을 비교한 것으로, '見た目'는 눈에 보이는 겉모습을, '性格'은 말 그대로 성격, 즉 속마음을 뜻한다. 교토 사람들은 겉으로는 상냥하지만 속으로는 꽁하다는 것을, 오사카 사람들은 겉으로는 드세지만 속은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을, 그리고 나라 사람들은 부처처럼 조용하고 감정 기복이 별로 없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흔히 우리들이 일본인들의 성격을 얘기할 때 타테마에(겉마음), 혼네(속마음)이라는 말처럼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식으로 보는데, 일본인들이 교토를 보는 관점이 그와 비슷하다고. 일본 사람이 그냥 커피면 교토 사람들은 티오피야. 오사카와 교토는 이웃하고 있는데도 성격이 정말 극과 극이다.
믈론 교토 사람들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원래 일본은 '和' 즉, 화목함을 중시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인간관계에 금이 가는 것을 피하려는 기질이 있다. 일본인들은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고 빙빙 돌려가면서 말하는 경향이 강한 편인데[7], 일본 안에서도 그게 가장 심한 곳이 교토라고 할 수 있다. 즉 상대방에게 불만이 있다고 해도 그걸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돌려 말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일종의 배려심이 강하다는 게 교토 사람들의 설명혹은 변명이다. 교토 사람들도 젊은 세대는 심하게 돌려 말하는 성향은 좀 덜하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교토 사람들 안에서의 얘기지 여전히 타지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참 차이가 난다.
각주
- ↑ 다만 좀 더 엄밀히는 교토보다는 나라에 더 가깝다. 교토 전에는 수도가 나라였다.
- ↑ 관광지를 중심으로 기모노 대여점이 성업하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입고 돌아다니는 편이지만 일본 국내 관광객이나 교토 사람들도 잘 입고 다닌다. 교토에서는 기모노를 입는다고 해서 뭔가 확 튀어보이지도 않으므로 입고 다니기 편하긴 하다.
- ↑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혈압계로 유명하며 전기전자장치 및 의료기기 쪽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 ↑ 쾌속 등급만 되어도 지정석만 없다 뿐이지 크로스 시트다. 게다가 2×1 배열이라 혼자 가는 사람은 1인 좌석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는 열차가 고급이라서가 아니라 입석 승객이 많아서 통로를 널찍하게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 ↑ 단, JR니시니혼의 공항특급 하루카는 간사이국제공항역에서 텐노지역을 거쳐서, 오사카역은 들르지 않고 신오사카역을 통해 교토로 간다.
- ↑ 기차역이 무슨 관광지인가 싶겠지만 가 보면 크고 아름다운 규모와 쏠쏠한 볼거리가 꽤나 좋다.
- ↑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잘 읽어야 하는데, 이를 '공기를 읽는다(空気を読む)'고 한다. 즉 분위기 파악을 정말 잘 해야 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