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수
국수를 삶은 물. 고기를 삶은 물을 육수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보통 국수를 삶고 남은 면수는 버리지만 은근히 써먹는 곳들이 있다. 일단 냉면[1]이나 막국수, 소바 전문점에서는 재료를 제대로 쓰는 곳이라면 면수를 주는 곳이 많다. 국수 삶은 물을 왜? 싶을 수도 있지만 마셔 보면 구수한 맛이 숭늉을 연상하게 한다. 메밀을 비롯한 잡곡으로 만든 국수가 맛있는 집이라면 면수도 맛있을 확률이 높고, 좀 아는 사람들은 가게에서 알아서 안 줘도 면수를 달라고 주문한다. 물론 면수는 공짜다. 강원도 영동 쪽에서는 막국수 면수에 간장을 조금 타서 마시기도 한다.
그냥 밀가루 국수의 면수는 좀 별로고, 메밀이나 통곡물, 잡곡 같은 재료를 쓰는 국수의 면수가 구수하고 맛있다. 기계로 냉면이나 막국수를 가게에서 직접 뽑아내는 가게라면 물이 끓는 솥 위에 면 뽑는 기계를 설치해서 뽑혀 나오는 국수가 바로 물로 다이빙하는 구조다. 따라서 가게 문 열고 초기에는 면수 맛이 싱거운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국수를 웬만큼 삶아내면 면수가 진하고 맛있어진다. 물론 물을 계속 끓이기도 하고 면수도 제공하느라 중간 중간에 솥에 물을 보충하긴 하지만 정말 그 가게 면수 맛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가게 문 열고 시간이 지났을 때가 좋다. 일본의 소바 전문점도 면수를 제공한다.
파스타 쪽에서도 면수를 활용한다. 소스의 농도를 조절할 때 면수를 쓰기 때문. 스파게티를 비롯한 파스타는 국수를 삶은 다음 헹구거나 씻어내지 않고 전분기가 있는대로 그대로 쓰는데, 소스의 농도를 조절할 때에도 맹물보다는 파스타에서 흘러나온 전분기가 들어 있는 면수를 사용한다. 다만 파스타를 삶을 때는 보통 소금을 넣기 때문에 양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면수는 그냥 마시거나 요리에 쓰는 것 말고도 다른 쪽으로도 쓸 수 있다. 면수 속의 전분 성분이 쌀뜨물을 세제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설거지나 몸을 씻을 때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별의 별 활용법이 다 나와서 마치 만능물약처럼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걸러 듣자.
다만 최근 들어서는 중금속 논란이 일고 있다. 국수 안에 들어 있는 중금속 성분이 국수를 삶을 때 물로 빠져 나오기 때문. 2019년에 발표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2]에 따르면 국수는 끓는 물에 5분간 삶으면 카드뮴 85.7%, 알루미늄 71.7%를 제거할 수 있으며, 당면은 10분 이상 삶아야 납 69.2%, 알루미늄 64.6%를 제거할 수 있다고. 이 제거된 중금속은 어디로 갈까? 물론 면수로 녹아나오는 것. 식약처에서는 국수를 삶을 때 물을 충분히 많이 넣어서 삶고 면수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고 버릴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물론 국수에 들어 있는 중금속은 미량이기 때문에 면수를 즐긴다고 해서 건강에 당장 문제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지만[3], 중금속은 될 수 있는 대로 적게 또는 안 먹는 게 좋은 건 당연한 이치다. 중금속은 미량이지만 계속 먹을 경우에는 체내에 축적될 우려도 있고, 우리 생활 환경이 온갖 금속과 플라스틱과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으니 덜 먹을 수 있는 건 덜 먹는 게 상책인 건 분명하다. 그럼 라면은 대체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