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파게티
일요일은 오뚜기카레냐 짜파게티냐, 이것이 문제로다.
농심이 만드는 짜장라면이자 우리나라 짜장라면의 대표격인 제품. 이름은 물론 짜장+스파게티다. 삼양라면은 스파게티 대신 마카로니를 갖다 붙인 짜짜로니를 내놓았으나 격차는 넘사벽이다. 일단 마카로니는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면인데 짜짜로니 면은 그게 아니잖아.
이 제품은 물론이고 짜장라면의 맛은 중국집 짜장면과는 좀 거리가 있는 맛이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독특한 풍미가 있는지라 아예 한 가지 장르로 자리 잡았다. 국물이 별로 없는 라면인데도 기어이 여기다가 밥을 비벼먹기까지 한다. 짜파게티가 처음 나온 짜장라면은 아니지만[1] 삼양라면의 짜짜로니를 비롯한 경쟁제품과 인지도나 판매량 격차는 엄청나다.
일반 라면보다 굵은 면발을 사용했다는 특징, 그리고 스프를 넣고 비비기만 하면 된다는 편리함 때문에 스프를 넣고 불 위에서 볶도록 하는 다른 짜장라면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면 위에 스프를 뿌렸을 때 분말스프가 물을 먹고 덩어리져 뭉치는 문제가 있었는데 과립형으로 바꾸어 좀 더 쉽게 비빌 수 있도록 문제를 개선한 것도 장점이 되었다. 스프는 춘장으로 만든 과립스프, 건더기스프, 그리고 유성스프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유성스프에 올리브유를 첨가하면서 올리브 짜파게티로 리뉴얼했다. 하지만 속지 말자, 유성스프에 찔끔 들은 거고, 그나마 칼로리 생각하면 유성스프 안 넣는 게 좋다. 안그래도 면발 자체가 유탕면이라서 기름덩어리구먼. 칼로리 생각 안 하고 기름지고 고소하게 먹겠다면야 넣는 것은 자유다.[2]
사발면으로도 나와 있다. 다른 라면은 끓는물을 붓고 면을 익힌 후 시간이 지나면 상당량을 따라내도록 되어 있는데, 짜파게티는 그런 거 없이 그냥 비비도록 되어 있어서 해먹기가 간편하니 이것도 나름대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매품으로 매운맛을 보강한 사천 짜파게티가 있다. 일단 봉지를 열어 보면 유성스프가 빨갛다. 하지만 과립스프도 맵기 때문에 유성스프 안 넣는다고 안 매워지는 건 아니다. 매운 게 포인트라 사천 짜파게티만큼은 유성스프 투입이 필수. 그냥 짜파게티보다는 가격이 약간 비싼데, 단지 고춧가루 넣었다고 가격을 올린 것은 아니다. 건더기가 좀더 많이 들어 있어서 건더기 봉지를 들어보면 무게감이 느껴진다. 먹어 보면 상당히 맵다. 심지어 냄새까지 고춧가루의 매운 냄새가 확 풍긴다. 그렇다고 어마어마하게 매운 것까지는 아니고,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을 때 고춧가루 넣어 먹는 것과 비슷한 수준. 아마도 그런 식으로 짜장면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을 노리고 만든 듯하다. 판매량은 그냥 짜파게티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나오고 있고, 고정 팬도 있는지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쟁사는 짜장을 액상스프로 내거나 하는 식으로 나름대로 차별화를 꾀하면서 여러 번 도전장을 냈으나 짜파게티의 아성에는 역부족. 1984년에 출시된 이래로 수십년째 짜파게티의 아성은 공고하고 앞으로도 공고할 것 같긴 한데...
2015년 들어서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더 굵고 넓적한 면발에 중국집 짜장면에 좀 더 가까운 맛을 내는 짜왕을 내놓으면서 히트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이 경쟁자가 같은 농심에서 나왔다는 것. 짜파게티 입장에서 보면 자칫 팀킬이 될 수도. 괜찮아 짜왕이 더 비싸니까 더 많이 남아. 하지만 결국 1~2년 정도의 열풍에 그치고 여전히 짜장라면의 대명사는 짜파게티가 그대로 집권하고 있다. 진짜장과 진짬뽕으로 농심을 위협할 정도까지 판매고를 올렸던 오뚜기라면도 열풍이 꺼지자 짜파게티급 짜장라면인 오뚜기 짜장면을 내놓았다.
신라면과 안성탕면이 거의 꽉 잡고 있는 분식집 라면 시장에서 국물 없는 라면으로 거의 유일하게 몇몇 분식집 메뉴에 들어 있는 게 짜파게티. 그냥 짜파게티만 조리해서 팔기보다는 고추가루나 치즈를 넣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변형을 줘서 파는 곳이 많다. 신촌의 <신계치라면>이 짜파게티+계란+치즈=짜계치로 유명하다. 가게 이름은 신라면+계란+치즈=신계치에서 나온 건데, 신계치와 짜게치가 이 가게의 양대산맥일 정도로 짜파게티가 인기가 많다.
농심 쿡탕 브랜드로 짜파게티맛 국물 라볶이도 나와 있다. 짜파게티 말고 오징어짬뽕맛도 있는데, 인터넷 시식 후기들을 보면 반응이 썩 안 좋다. 내용물은 사리면, 떡, 스프, 어묵으로 되어 있는데 특히 떡에 대한 반응이 별로다. 떡과 소스가 따로 노는 듯하다든가 별로 쫄깃하지 않다든가 하는 반응들이 많다. 그냥 짜파게티에 떡볶이떡 넣어서 먹는 게 낫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