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뜨물
쌀을 씻어낸 물. 쌀 표면의 전분이 일부 빠져 나와서 뿌연 색깔을 띤다. 전분 말고도 표면 쪽에 있던 단백질이나 일부 수용성 비타민도 녹아 나온다. 특히 비타민 B1, B2는 최대 60%까지 씻겨 나온다고.
쌀 씻어낸 물이니까 그냥 버리는 거 아닌가 싶지만 음식 재료로 자주 쓰인다. 된장찌개나 청국장찌개를 끓일 때 그냥 물대신 쌀뜨물을 쓰면 국물이 좀더 걸쭉해지고 고소한 풍미를 더한다. 쌀뜨물에 있는 녹말이 끓으면 풀같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효과. 반면 김치찌개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북엇국에도 쌀뜨물을 쓰면 더 좋다. 하여간 국물을 좀 더 걸쭉하고 고소하게 하면 좋은 요리에는 육수처럼 쓸 수 있다.[1] 이런 용도로 쓸 때에는 첫 번째 씻어낸 쌀뜨물에는 쌀 표면에 붙어 있던 갖가지 불순물이 많으니까 버리고, 두세번 째 씻어낸 것을 쓰자. 또한 냄새 흡착 효과가 있어서 생선 비린내를 잡을 때에도 쌀뜨물이 쓰인다. 손질한 생선을 쌀뜨물에 30분 정도 담가 놓은 다음 조리하면 비린내가 적은 깔끔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김치나 생선을 담아 두었던 밀폐용기의 냄새를 뺄 때에도 쌀뜨물을 채워두면 역시 냄새 흡착 효과가 있다. 우엉이나 죽순을 삶을 때도 쌀뜨물에 삶으면 아린 맛이 빠지고 산화를 막는 효과도 있어서 때깔도 더 하얘진다.
전분이 기름 흡착효과가 있기 때문에 세정 효과가 있어서 옛날에는 얼굴과 몸을 씻기도 했고, 식기를 씻어내는 데에도 쓰였다. 특히 쌀뜨물을 며칠 놓아두어 발효가 일어나서 시큼하게 된 것으로 식기를 닦으면 기름기도 잘 닦이는데, 주방세제 중에도 천연세제 코스프레를 하느라 발효 쌀뜨물을 넣었다는 제품도 있다. 하지만 그 양은 미미한 수준이며 주방세제는 결국 계면활성제가 기본이니까 너무 기대하지는 말자.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발효 쌀뜨물 세제 레시피는 검색해 보면 인터넷에 널려 있다. 창문을 닦을 때도 쌀뜨물을 분무기에 넣고 뿌린 다음 닦아내면 잘 닦인다. 발효시킨 쌀뜨물을 집에서 기르는 화초에 비료로도 쓸 수 있다. 아무튼 가정에서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신문이나 방송의 '생활의 지혜'에 단골로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이른바 EM(Effective Microorganisms)이라는 이름으로 유익균을 쌀뜨물에 발효시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많으며, 심지어 지방정부 차원에서 EM 원액을 보급하고 쌀뜨물에 배양시키는 방법을 안내하는 지역도 있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