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와인
강화도의 특산물 와인. 그럼 강화인간은 강화도 출신 인간이게?
와인에 증류주를 넣어서 알코올 도수와 보존성을 높인 것. 보통 와인을 만들고 난 포도 찌꺼기를 짜낸 액을 증류한 술[1]을 섞는다.
알코올 도수는 대략 20도 안팎. 자연 발효로 만드는 술은 보통 15도를 넘을 수 없는데, 강화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좀 더 높으므로 더 오래 보존할 수 있다. 옛날에는 지금과 비교하면 보존 기술이 떨어졌고 미생물에 대한 지식도 없었기 때문에 와인이 상하기 쉬웠는데, 당시 사람들이 이유는 믈랐지만 증류주를 넣으면 빨리 안 상하고 오래 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유는 물론 알코올이 가진 살균 및 보존 효과가 큰 것.
보존성이 좋은 만큼 오크통 숙성 기간도 길어서, 몇 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는 강화 와인도 10년 이상 숙성한 것이 수두룩하다. 위스키처럼 빈티지 없이 몇 년 숙성인지 표시되어 있는 제품이 많다.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 스페인의 셰리 와인, 이탈리아의 마르살라 와인이 유명하다. 포르투갈은 레드 와인도 화이트 와인도 만들지만 이런 건 별로 유명하지 않고 포트 와인만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마티니를 만들 때 들어가야 하는 최소한 옆에서 이름이라도 속삭여라도 줘야 하는 베르무트도 강화 와인의 일종이다.[2]
강화 와인을 숙성시켰던 오크통, 특히 셰리 오크통은 위스키 숙성용으로 인기가 좋다. 맥켈란을 비롯한 몇몇 몰트 위스키 브랜드가 특히 집착이 강한데, 아예 이 점을 강조해서 제품 이름에 넣는 경우도 있다. 이런 오크통으로 숙성시킨 위스키는 오묘하게 와인향이 살짝 스며들어가 향미가 무척 세련된 느낌을 준다.
마시는 법
강화 와인용 잔은 보통 와인용 잔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브랜디처럼 약간 따뜻하게 마시는 게 좋기 때문에 (사케처럼 뜨겁게 하란 뜻은 절대 아님) 손으로 보울을 잡고 체온으로 온도를 올려서 마시기도 한다. 마치 빨대처럼 긴 유리관이 뽑혀 나와있는 잔도 있다. 진짜 빨대로 활용한다. 잔에 강화 와인을 담고 조금씩 빨아먹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잔을 포트 시퍼(port sipper)라고 한다.
식사 전에 식욕을 돋구는 아페리티프(apéritif)로, 혹은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가볍게 마시는 게 보통이다. 도수가 높지만 보통 약간 달달해서 도수가 높다는 생각이 잘 안 들 정도다. 양조가 완전히 끝나기 전에, 그러니까 효모가 당분을 모두 처묵처묵하기 전에 증류주를 투입해서 알코올 도수를 15도 이상으로 올리면 효모가 죽어버리고 발효가 멈추기 때문이다. 곶감이나 무화과 같은 달콤한 말린 과일맛이 기본이어서 잘 넘어간다. 보통 와인 마시듯이 마셨다가는 금방 꽐라 된다.
보통 좋은 와인은 코르크를 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향미가 살아나는데, 강화 와인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그 속도도 느려서 초고급 강화 와인은 하루 이상 놓아두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와인을 마시려면 며칠 전에 미리 레스토랑에 예약을 해 놓고 하루 이틀 전부터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 물론 그 전에 거액을 처바를 준비부터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