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리버 공국
Principality of Hutt River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있는 마이크로네이션. 그 큰 대륙에서 호주의 유일한 라이벌 국가다. 영국에 시랜드 공국이 있다면 호주에는 허트리버 공국이 있다! '영토'의 크기는 대략 홍콩하고 비슷하다고 공국 공식 웹사이트가 밝히고 있다.
호주 정부에서는 국가로 공식 인정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줄곧 보여왔고, 물론 어느 나라도 정식으로 허트리버 공국을 국가로 인정하거나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북한도! 하지만 시랜드 공국하고는 외교 관계가 있을지도 몰라.
거의 허울 뿐이겠지만 내각도 있다. 군주(Sovereign)를 정점으로 수상(Prime Minister)이 경제개발 및 우정 장관을 겸직하고 있으며, 외무부, 재무부, 교육부, 문화부 장관이 있다. 심지어 자체 통화인 허트리버 공국 달러도 있다. 환율은 호주 달러와 1:1 가치로 연동되어 있다.
구글 맵스에서도 검색이 되는 몇 안 되는 마이크로네이션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국가가 아니라 관광명소로 검색된다.
배경
허트리버 공국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1970년 초 레너드 캐슬리와 서호주 지방정부 사이의 충돌로 거슬러 올라간다. 캐슬리는 4천 헥타르에 이르는 밀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수확철이 다가올 때 서호주 정부에서 난데 없이 각 농장에게 제한된 양의 밀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밀 생산 쿼터를 내질러버린다. 밀 생산이 과잉이 되다 보니 가격 폭락으로 고민이었던 서호주 정부가 쿼터제를 발동한 것. 문제는 그 쿼터가 수확철이 다 돼서야 나왔으니 이미 길러놓은 밀을 대체 어쩌라고? 캐슬리에게 허용된 쿼터는 겨우 99 헥타르에 해당하는 양이니까 전체 생산량의 겨우 2.5%에 불과했다. 나머지 97.5%는 나보고 다 처먹으라고? 캐슬리는 서호주 정부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정부의 대답은 '쿼터를 바꿀 생각이 없다'였다.
변호사 출신이었던 캐슬리와 동료들은 이렇게 되면 법을 최대한 파들어 보자, 하고 열공을 한 끝에 분리 독립을 해 버리자! 하고 결론을 냈고, 1970년 4월 21일 캐슬리는 스스로를 레너드 1세(Leonard I) 공으로 선언하고 호주로부터 독립한다고 선언했다. 웬 또라이짓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호주가 영연방 소속이기 때문에 영국 법의 영향을 상당 부분 받고 있었고 이 허점을 파고든 것. 서호주 지방정부는 영연방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당시 호주 총독은 "그러면 헌법 위반인데?" 해 버렸다.
처음에는 왕국으로 선포했지만 갑자기 공국으로 낮추고, 레너드 캐슬리 스스로도 지위를 왕에서 공작으로 낮추고 영국 여왕을 섬기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로는 바로 영국 반역법 때문. 이 법에 딱 걸려서 호주 정부가 허트리버 공국을 인정하지 않으면 졸지에 반역 집단으로 몰리는 꼴이 된다. 이 때문에 형식적으로 호주 정부가 독립을 인정한 것으로 서술하는 곳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무리 저런 법이 있다고 한들, 만약 호주 정부가 허트리버 공국을 쓸었다고 해서 영국이 호주를 반역자라고 선언할까? 다만 캐슬리는 호주법에 따르면 호주 연방정부가 자신의 독립 선언에 대해 2년 안에 답을 해야 한다고 해석했고, 이 시기가 지나서까지 답이 없었으므로 1972년 4월에 독립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간주했다. 호주 연방정부가 일부러 답을 안 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호주 연방정부는 명확하게 허트리버 공국 독립을 인정한 적이 없고 허트리버 공국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도 않다.
현황
정부는 절대 독립을 공식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래저래 꼬인 문제도 있고 해서 일종의 '방치' 상태로 두고 있다. 한편으로 보면 귀엽기도 하다. 호주 전체 경제나 안보에 별 도움 되는 데도 아니고. 어차피 사람도 없고 그냥 농사나 짓던 데가 나름대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관광객들도 찾는 곳이 되다 보니, 호주에 위협을 줄 존재고 아니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는 듯. 다만 이곳 주민은 호주 정부가 제공하는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이는 호주 정부가 독립을 인정해서가 아니다. 자칭 공국 시민들이 호주 시민임을 거부하고 세금도 안 내고 뻗팅기고 있으니 연금, 교육, 의료 지원과 같은 모든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또한 투표권도 없는 상태다. 물론 허트리버 공국 자체가 그런 걸 원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자체 학교도 차려 놓고 있다. 아무래도 공작님께서 직접 선생님까지 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세금 같은 의무는 부과하고 있어서 호주 국세청(ATO)하고는 계속 으르렁거리고 있다. 2017년에는 서호주 대법원에서 미납한 세금 270만 호주 달러를 내라는 판결이 떨어지기도 했다.[1] 물론 레너드 1세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호주 시민이 아니므로 세금도 낼 필요가 없다."고 계속해서 뻗대는 중.
2016년에 레너드 1세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편지를 받았다. 정확히는 여왕의 요청으로 버킹엄궁 선임서신담당관이 보낸 편지인데, "허트리버공국의 건국 46주년을 축하"하는 여왕의 뜻을 전달한다고 적혀 있다. 2015년에 엘리자베스 2세의 90세 생일에 레너드 1세가 보낸 축하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그 편지에 관한 감사 인사도 담겨 있다. 이렇게 보면 영국이 허트리버공국을 인정하는 건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국 역시 허트리버공국을 국가로 승인한 적도 없으며 공국이 발행한 여권이나 화폐 같은 건 절대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어떤 면으로 봐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공국에서는 당연히 관광객은 대환영. 상당한 수입줄일 수밖에 없다. 이 기괴한 '나라'가 어디인지 궁금해서 가 보는 사람들도 많고, 이곳을 포함시킨 단체 관광 코스도 여럿 있다. 단, 여권을 들고 가야 한다. 입국 절차는 거치게 되며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지만 그냥 현장에서 4 달러 내고 받을 수 있다. 그냥 입장료인 셈. 여권에 스탬프도 찍어준다. 업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라고 정부 웹사이트에서 안내하고 있다. 숙박 시설은 없으며 1박 이상을 하고 싶으면 캠핑을 해야 한다. 약간의 사용료만 내면 캠핑장을 쓸 수 있다.
반대로 허트리버공국에서 발급하는 여권도 있지만 이걸 인정해주는 국가가 없다는 게 함정. 공국으로 가려면 직접 차를 몰고 가거나 관광 상품을 이용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철도나 항공편 같은 건 없다.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호주 정부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걸 딱히 막거나 하고 있지도 않다. 호주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어디서도 인정받는 국가도 아니고, 호주에 위협이 되는 존재도 아니고, 화제성 때문에 관광객들은 오니까 어느 정도는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국 안에 국제공항이 있는 것도 아니니 여길 가려면 결국 호주를 거쳐 가야 하니 호주 정부로서는 관광 수입에는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자체 통화인 허트리버 달러가 있다. 호주 달러와 1대 1 가치로 묶여 있다. 하지만 공국에 여행을 가기 위해서 환전을 할 필요는 없다. 공국에 따르면 호주 뿐만이 아니라 주요 국가의 현금은 모두 받지만 원화도 설마? 걔들한테 한국이 '주요 국가'인가가 문제지. 신용카드는 안 받으니까 공국에 오려면 현금을 챙겨 오라고 권고하고 있다.
2017년 대공 레너드 1세가 45년 동안 유지해 오던 군주직에서 퇴위할 것을 선언했다. 그의 자리는 막내아들인 그레이엄 왕자에게 양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