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초밥
일본어로는 回転寿司(かいてんずし, 카이텐즈시)라고 부른다.
식당에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해 놓고 스시를 만들어 접시에 놓은 다음 벨트 위에 올리면 접시는 벨트를 타고 카운터 좌석이나 손님 테이블 옆을 돌아다니게 되고, 손님은 먹고 싶은 접시를 집어서 먹으면 되는 방식의 초밥. 초밥 자체를 만드는 방법이 다른 건 아니고 서비스 방식의 차이에 가깝다. 저렴한 가격으로 스시을 맛볼 수 있도록 인건비를 대폭 절감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일본에는 이른바 '100엔 초밥집'도 많다. 말 그대로 한 접시에 100엔이다. 광고용으로 싸구려 몇 개만 100엔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메뉴가 100엔이다. 물론 대부분이 싸구려란 얘기긴 한데, 우리나라 회전초밥집 같으면 두세 배 이상의 가격을 줘야 하는 것들도 많다.
역사는 나름대로 꽤 된 편인데, 1958년에 일본 오사카부 후세시(지금의 히가시오사카시)에 문을 연 겐로쿠스시(元禄寿司)가 원조다. 맥주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병을 태우고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를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오사카 관광객들이라면 겐로쿠스시가 낯익을 텐데 오사카 제1 번화가인 도톤보리에 이 가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건물 바깥에 큼직하게 걸린 초밥 잡은 손 피규어가 압권.[1] 하지만 본점은 히가시오사카시에 있고 도톤보리에 있는 건 분점이다. 겐로쿠스시를 개업한 시라이시 요시아키(白石義明)는 이에 관한 특허를 받아냈고 저렴한 가격과 캐주얼한 서비스를 무기로 일본 전역에 200여개 이상의 지점을 둘 정도로 잘 나갔다. 1978년에 특허가 만료되면서 더 이상 로열티를 낼 필요가 없게 되자 회전초밥집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고 일본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다. 일본 최대 규모의 회전초밥 체인점은 겐로쿠스시가 아니라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 진출한 스시로(スシロー)다.
아주 비싼 오토로 같은 게 아닌 한은 한 접시에 같은 종류의 초밥 두 개가 올라가는 게 대부분이다. 스시 말고도 튀김이나 죽, 디저트와 같은 다양한 음식들이 있고, 우동이나 소바를 비롯한 일부 음식들은 별도로 점원에게 혹은 터치스크린을 통해서 주문하도록 되어 있다. 계산은 접시의 수를 세어서 하게 되는데, 보통은 한 접시의 가격에 따라 접시의 색깔이나 무늬, 모양이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서 접시의 개수에 종류별 단가를 곱해서 계산을 한다. 가격이 두 배인 초밥은 접시를 두 개 겹쳐 놓고 계산할 때 접시 2개 분량을 먹은 것으로 계산하기도 한다. 보통 다 먹고 나서 점원이 접시를 확인하고 세어서 계산을 하지만 자동화가 많이 된 곳은 테이블 한켠에 있는 슬롯에 접시를 밀어넣으면 자동으로 카운트가 된다.[2] 몇 접시마다 미니 게임을 해서 선물을 준다거나, 보너스를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것저것 자잘한 이벤트를 하는 가게들도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하는 것이므로 제대로 된 스시집에 비해서는 맛이 떨어진다. 원가 절감을 위해 재료나 밥의 품질도 차이가 있고, 장인의 실력이나 경력에도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게다가 스시는 갓 만들어서 손님에게 제공될 때가 가장 온도도 적당하고 수분도 적당해서 맛이 좋다. 미리 만들어 놓고 벨트에 태우면 시간이 지날수록 온도도 떨어지고 밥과 네타(밥 위에 올리는 재료)도 마른다. 뚜껑을 덮어서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막는 게 보통이지만 아무래도 벨트를 타고 돌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 차이는 생긴다. 어느 접시가 만들어진지 얼마나 지났는지도 알기 어렵다. 회전초밥이 가진 신선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 주는 곳도 많다. 여기에도 또 일본의 기술이 들어가는데, 예를 들어 터치스크린으로 주문을 하면 별도로 만들어 놓은 컨베이어벨트가 딱 테이블까지 초밥을 가져다 주는 곳도 있다.
만드는 과정도 아무래도 정통 스시집에 비하면 간략화 되어 있어서 아예 밥을 미리 많이 뭉쳐 놨다가 네타만 위에 올려서 내기도 하고, 밥을 뭉치는 것까지 기계로 해 버리는 곳도 있다. 하지만 제대로 초밥을 만들어서 내고 요리사의 실력도 괜찮은 곳이라면 가격도 좀 센 편이다. 이런 곳이라면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면 바로 만들어 주므로 웬만한 초밥집 부럽지 않은 좋은 품질의 초밥을 먹을 수 있다. 특히 수산물 재료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그 지방 특산 재료들을 주문해서 먹어 보자.
분위기 자체도 일반적인 스시집과는 좀 다른 느낌인 곳이 많다. 보통 스시집은 일식집 가운데서도 대체로 고급에 속하는 편으로 정갈하고 장인정신에 넘치는 진지한 분위기인 곳이 많다. 반면 회전초밥집은 대체로 분위기도 밝고 캐주얼한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회전초밥집이 꼭 싸느냐 하면 그렇지만은 않다. 회전초밥집은 단품을 여러 개 먹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단품끼리 비교를 한다면 회전초밥이 쌀 지 몰라도 한 끼 해결할 만큼 먹다 보면 평균 수준 초밥집보다 오히려 더 비싸게 나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100엔 초밥집처럼 거의 다 균일가라면 몰라도 단품별로 가격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먹으면서 얼마 어치가 되는지 계산하는 것도 헷갈리고, 싸다고 이것 저것 집어먹으면 결국 많이 먹게 돼서 계산할 때 뒷목 잡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넉넉하게 한끼 먹을 요량이면 일반 초밥집의 점심 세트 같은 것들이 더 저렴한 선택할 수 있다.[3]
그래도 싼 가격을 무기로 한 회전초밥집들이 인기가 있다 보니 일본에서도 스시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예 1인당 만엔은 우습게 넘어가는 고급 오마카세 스시집이나 값싼 회전초밥집으로 양극화되면서 그 중간의 중가격 스시집들이 망해 나가고 있다는 뉴스들이 종종 나오고 있다. 장사가 안 되는 것도 있지만 후계자를 못 구해서 문을 닫는 집들도 적지 않다. 워낙에 장인정신을 강조하다 보니 스시집에 들어가서 허드렛일을 한동안 해야 하고 밥이라도 쥐어 보려면 몇 년이 걸리는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초고급 스시집이 아니라면 그렇게 밥 한 번 쥐어보기까지 몇 년을 썩느니 차라리 몇 달짜리 스시 스쿨을 다니고 말지, 하고 생각한다는 것.
우리나라에도 회전초밥집들은 꽤 있는 편으로, 일본 최대 규모의 회전초밥 체인인 스시로(スシロー)도 들어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