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소시지
뱀파이어가 이 글을 좋아합니다.
피가 들어간 소시지다. 채소, 고기, 곡물을 비롯한 재료와 함께 도축된 피를 넣어서 버무린 후 내장이나 비닐 같은 케이싱에 채워서 모양을 잡는 게 기본. 우리나라의 순대도 블러드 소시지인 셈. 피가 굳어지면 색깔이 적갈색 혹은 거무스름하게 되어서 소시지의 색깔도 거무칙칙한 게 공통점이다. 색깔로 보자면 그리 먹음직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맛은 고소한 감칠맛이 장난이 아닌 데다가 짭짤하기까지 하니 많은 나라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발달해 왔다.
피를 먹는다는데 거부감도 있고, 큼직큼직한 선지 덩어리가 들어간 선짓국을 먹는 한국 사람들을 보고 경악하는 외국인들이 많다지만, 유럽 각국에도 은근히 블러드 소시지가 많다. 알고 보면 대부분 대륙에 나름대로 다양한 블러드 소시지가 있다. 유럽의 블러드 소시지는 순대보다도 피가 훨씬 많이 들어가서 적갈색을 띠는 게 많다. 사실 요즘처럼 공장식 대량 축산으로 고깃값이 왕창 싸지기 전에는 가축 한 마리를 잡으면 어떻게든 알뜰하게 다 먹으려고 했는데 피같은 피를 그냥 버렸을 리가...
가장 대표적인 예가 영국에서 먹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 자주 들어가는 블랙 푸딩. 원래 스코틀랜드 음식이다. 영국인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엇갈리는 음식이라 영국 본토에서 먹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도 블랙 푸딩이 들어가 있는 곳도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영국 밖으로 나가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라고 해도 블랙 푸딩 보기는 정말 보기 드물다. 같은 스코틀랜드 출신인 해기스에 비하면 블랙 푸딩이야 얌전하긴 하지만...
독일의 블러드 소시지는 블루트부르스트(Blutwurst)[1]라고 부르며 돼지껍질과 곡물, 그리고 피를 버무려서 속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