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와인
Rhone.
프랑스 남동부의 론 지방에서 나오는 와인을 뜻한다. 쉬라, 그레나슈, 무드베드르가 3대 포도 품종이지만 그밖에도 소량 섞는 품종들도 여러 가지 있다. 크게 북부와 남부 론으로 나뉘며 북부 론 쪽은 쉬라만 100% 쓰거나 다른 품종을 혼합하는 비율이 미미하지만 남부 론 쪽은 쉬라의 비율이 가장 높긴 해도 다른 두 가지 품종을 상당한 비율로 섞어 쓰며 많게는 10가지 이상 품종을 쓰기는 와인도 있다.
프랑스 와인 중에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지역으로 손꼽히는데, 14세기에 로마 교황이 약 70년 간 론 지역의 아비뇽에 머물렀던 아비뇽 유수가 그 계기. 그 이전까지는 프랑스 와인은 별볼일 없었고 이탈리아 와인이 가장 잘 나갔다. 천주교 미사에 포도주를 쓰기 때문에 천주교의 본진인 로마 교황청이 있는 이탈리아 쪽은 와인이 일찌감치 발달했다. 그런데 교황이 아비뇽으로 가는 바람에 그 주변 지역인 론의 와인이 빠르게 테크트리를 탔고, 지금은 프랑스가 이탈리아를 밀어내고 유럽 와인의 본좌를 차지하게 이르렀다. 론 와인이 비록 보르도나 부르고뉴에 밀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둘과는 또 구별되는 자신만의 단단한 캐릭터와 품질을 과시하면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론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맵다'(spicy). 마치 와인에 후추를 잔뜩 친 것처럼 자극적이다. 쉬라만 사용한 북부 론 와인들은 더더욱 향신료 향이 진하게 나타나며, 남부 론 쪽은 향신료 향도 강하지만 여러 품종을 블렌딩한 와인답게 좀 더 화려하고 쿨한 느낌이 있다. 무게감으로 본다면 보르도보다는 약간 가벼운 감도 있지만 고급 론으로 넘어가면 계속 깡술만 마시다가는 도대체 뭘 마시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혀가 얼얼해진다. 남부 론의 대표선수 격인 샤토네-뒤-파프는 속이 쓰릴 정도.
자기 캐릭터도 분명하고, 보존성도 좋아서 잘 상하지 않고 숙성도 오래 가는 편이다. AOC로 가장 대중적인 라인은 코드-뒤-론으로 가격이 저렴한 것을 골라도 무난하면서도 론의 특징이 잘 살아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런 스타일의 와인이 싫지 않다면 처음 보는 와인이라고 하더라도 실패 없이 고를 수 있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