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
Avignon.
프랑스 남동부의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쥬르에 속한 도시.
북쪽으로는 론강이 흐르고 남쪽으로는 뒤랑스강이 흘러서 도시의 남북 경계를 이룬다. 사실 이 두 강은 아비뇽 서쪽 끝에서 합쳐져서 남쪽으로 방향을 튼 다음 바다로 향한다.
2015년 기준으로 인구 9만 2천 명 정도인 중소 규모의 작은 도시지만 역사적으로는 아주 중요한 곳이다. 14세기에 로마 교황이 7대에 걸쳐 아비뇽에 머무르게 된 아비뇽 유수의 바로 그 무대이기 때문. 아비뇽에는 당시의 교황청(Palais des Papes)을 비롯해서 관련된 건축물이나 유적들이 시내 곳곳에 있으며, 시내는 지금도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거대한 교황청과 성벽들, 시내의 오밀조밀한 골목들만 돌아다녀도 관광 본전은 뽑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교황청을 비롯한 주요 유적은 다 도시 중심부에 있고 도시 중심부의 규모도 작으므로 하루 날 잡아서 당일치기 관광을 해도 무리가 없다. 그리고 프랑스 와인 중 나름 한 세력 형성하고 있는 론 지방의 도시 중 하나이므로 와인을 좋아한다면 꼭 론 와인 맛은 보도록 하자.
기후는 남프랑스답게 여름에는 30도 중반에 이를 정도로 덥고 겨울에는 춥다. 내륙에 있기 때문에 일교차가 큰 편이고 열대야는 없다. 여름에는 건조한 편이라서 한국의 여름과 비교하면 기온은 더 높아도 불쾌지수는 훨씬 덜하다. 그래서인지 집이나 숙소에 에어컨 없는 데가 은근히 많은데, 여름이 건조한 편이라서 실내에서 햇볕 안 들어오게 창문 가리고 있으면 한여름에도 별로 안 덥기는 하다.
교통
파리에서 온다면 십중팔구는 TGV를 타고 온다. 파리 리옹역에서 출발하면 열차마다 정차역 차이는 있지만 아비뇽 TGV역 환승시간을 감안해도 2시간 40분~3시간 정도면 아비뇽 중앙역에 도착한다. 다만 거의 모든 열차는 아비뇽 TGV역에 정차하는데 여기는 허허벌판 분위기다. 택시 혹은 우버를 타거나 렌터카를 빌리지 않는다면 지역 열차인 TER로 갈아타고 아비뇽 중앙역으로 온다. 아비뇽 중앙역에 서는 TGV는 아침 점심 저녁에 한 번씩 꼴밖에 없는 데다가 이 열차들은 정차역이 많은 편이라 갈아타는 불편이 없는 것 정도 빼면 시간 이득은 별로 없다.
항공편으로 온다면 일단 파리 직항편으로 온 다음 TGV 혹은 Ouibus 같은 장거리 버스를 타고 들어오는 방법이 있고[1], 파리에 일정이 없다면 유럽 항공사의 경유편을 활용하고 곧바로 리옹이나 마르세이유로 들어오는 방법도 있다.[2] 루프트한자, 터키항공을 비롯한 여러 유럽 항공사들이 이쪽으로 항공편을 넣고 있다.
아비뇽으로는 항공편이 없으므로[3] 항공편이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가 저 둘 중 하나다. 아비뇽으로부터 거리로는 마르세이유 쪽이 리옹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훨씬 가깝지만 시간만 맞으면 오히려 리옹에서 오는 게 10분 정도 시간이 덜 걸리는데, 마르세이유공항에서는 지역 열차인 TER를 타고 와야 하지만 리옹은 TGV로 오기 때문에 공항 옆 리옹-생텍쥐페리역에 TGV가 정차한다. 아비뇽 TGV역에서 아비뇽 중앙역으로 환승을 한 번 해야 하지만 그래도 시간만 맞으면 10분 절약된다. 물론 TGV 요금이 더 비싸고 환승을 한 번 더 해야 하는 귀찮음에 비하면 10분 차이는 큰 의미가 없으니, 마르세이유 쪽이 이점이 많다.
중소도시인만큼 대중교통은 버스가 유일하다. 관광객들을 위한 시내 순환버스는 무료니까 이걸 잘 이용해 보자. 또한 시내에 마치 코끼리열차를 연상시키는 관광객용 버스가 돌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밖에는 택시나 우버를 이용할 수 있다.
가볼만한 곳
아비뇽 유수로 유명한 곳인만큼 당연히 메인 관광지는 이 시기에 만들어진 크고 아름다운 교황청(Palais des Pape)이다. 교황이 여기에 머물렀던 기간은 70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정말로 거대한 건축물과 조각품들이 즐비하게 굉장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시내 한복판에 재래시장인 알 다비뇽(Halles d'Avignon)이 있다. 아랍 이름에 자주 나오는 그 '알'이 아니다. 실내시장으로 청과 가게, 정육점, 향신료 가게, 와인 가게, 빵집을 비롯한 여러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카페와 바도 있으니 지역의 정취를 느끼도록 한번쯤 가볼만 하다. 이 주위에도 노천카페, 슈퍼마켓, 바, 빵집을 비롯한 많은 상점들이 포진하고 있다.
문화 및 이벤트
7월에 열리는 공연예술 축제인 아비뇽페스티벌과 아비뇽오프페스티벌이 유명하다. 원래는 아비뇽페스티벌이 먼저 시작했지만 지나치게 경직되고 제한된 분위기에 젊고 자유분방한 예술가들이 반발하여 만들어진 게 '오프'(off) 페스티벌이다. 기존의 아비뇽페스티벌은 '인'(i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같은 시기에 열리는 두 페스티벌은 지금은 오프 페스티벌이 훨씬 규모가 커서 아비뇽페스티벌은 존재감이 확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명맥은 유지하고 있으며 교황청을 비롯해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형 공연장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냥 둘을 구분 안하고 기존 페스티벌을 '공식' 아비뇽페스티벌, 그리고 나머지를 off로 보기도 하지만 둘은 주최 조직이 다르므로 별개 행사로 보는 게 맞다. 이 시기에는 예술가와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기 때문에 숙박 구하기도 힘들고 값도 많이 뛴다. 페스티벌 보러 올 게 아니면 이 시기는 피해서 관광을 오는 게 낫다. 물론 단순 관광 목적이라면 당일치기로 와도 되는 곳이므로 페스티벌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느껴보거나 여유가 되면 공연이라도 한 편 보면 확실히 독특한 체험일 것이다.
그밖에
중소도시이고 시내도 작은 편이라 치안은 안전한 편에 속한다. 남쪽에 있는 프랑스 제2의 도시인 마르세이유가 프랑스에서 가장 치안이 나쁘기로 손꼽히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밤늦게 으슥한 곳만 피하면 안전하다. 문제는 시내에도 으슥한 골목길이 너무 많아서... 다만 해진 뒤만 아니면 골목길이라고 해도 딱히 위험한 곳은 별로 없다.
대도시는 아닌지라 영어가 은근히 안 통하는 곳들도 꽤 있다. 흔히 프랑스인은 영어를 알아도 일부러 안 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건 옛날 얘기고, 영어가 안 통하면 정말 몰라서 안 통하는 것이다. 오히려 어설픈 프랑스어로 얘기하면 눈치채고 영어로 대답해 주는 사람들도 꽤 있다. 안내 표지판에 영어가 없는 곳이 많아서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상점에는 최소한 간단한 영어는 잘 통하는 편이라서 어차피 너도 간단한 영어가 한계잖아. 관광 다니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