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
명태를 주 원료로 만든 건어물. 이름에 누를 황(黃) 자가 들어가는 것처럼 노란 빛깔이 선명한 살을 특징으로 한다.
주로 강원도 영동지방, 그 중에서도 대관령과 한계령, 미시령을 비롯해서 속초에서 강릉에 이르는 계곡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건어물이다. 황태를 말리는 곳을 '덕장'이라고 한다. 보통 나무 기둥을 세우고 두 층으로 줄을 걸어서 명태를 말리는데 겨울 덕장을 보면 정말로 장관이다. 특히 인제군 용대리가 유명해서 전국 황태 생산량의 70%가 여기서 나온다고 하고, 아예 황태마을로 부른다. 2010년에는 지리적표시까지 등록했다.[1]
명태를 말려서 만드는 것이므로 북어와 같은 계통이라 할 수 있지만 만드는 과정은 훨씬 손이 많이 간다. 명태의 내장을 빼고 손질한 다음, 살벌한 겨울 바람을 맞히면서 말린다. 날이 추운만큼 명태가 얼어버리는데 동태? 그러면 계곡물에 씻어서 얼음을 녹인다. 그리고 또 말려서 얼리고 씻고를 되풀이한다. 명태 안의 수분이 얼면 부피가 커지기 때문에 조직에 많은 틈을 만드는데, 이걸 계곡물에 씻으면 다시 그 틈으로 물이 스며들어가고, 그 물이 얼어서 또 조직에 더욱 많은 틈을 만든다. 이 과정을 여러 차례 되풀이하면 조직을 미세하게 찢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보통 북어보다 식감이 부드럽다. 말리고 씻고를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살에서 노르스름한 빛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북어는 둔기로도 쓸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지만 황태는 손으로도 쉽게 찢을 수 있고, 따라서 북어처럼 방망이로 팡팡 두들길 필요도 없다. 애초부터 통으로 나오는 북어는 그냥 명태 그대로의 모습으로 말려서 나오지만 황태는 반을 갈라 펼쳐놓은 모습으로 나온다. 당연히 그냥 말리는 북어보다는 손이 훨씬 많이 가므로 가격도 그만큼 비싸다. 옛날에 동해에서 명태가 많이 잡힐 때에는 동해산을 썼지만 지금은 거의 씨가 마르다시피 해서 러시아산을 사다가 덕장에서 말린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황태'라는 말이 들어갔다고 해서 다 강원도에서 가공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지리적표시 등록을 한 제품도 있지만 '황태'라는 이름 자체는 보호 받지 못한다. 따라서 값싼 중국산 황태도 있다. 그런데 명태 자체는 거의 러시아산이라 국내에서 만든 것도 원산지 표시를 '러시아산'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원산지 표시만으로는 국내 가공인지 중국 가공인지 알 수 없다. 국내 가공이면 반드시 황태를 만든 덕장이 어디인지 표시해 놓고 있으므로 이걸로 구별해야 한다. 또한 국내든 중국이든 말로만 황태라고 하고 실제로는 기계를 사용해서 속성으로 비슷하게 만든 제품도 있다. 이런 곳은 제조원이 국내로 표기되어 있지만 '덕장'이라는 말은 없다. 아무튼 제대로 만든 황태를 사고 싶다면 지리적표시 인증이 있는 제품을 사거나, 어느 덕장에서 만든 건지 표시가 제대로 있는 제품을 사는 수밖에 없다.
북어가 들어가는 곳이면 황태를 대신 쓸 수 있고, 더욱 고급스러운 맛을 자랑한다. 잘 찢어서 국물을 만들면 뽀얗게 국물이 나와서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북어보다 조직이 성기게 풀어져 있기 때문에 국물이 잘 나온다. 그냥 찢어서 고추장에만 찍어 먹어도 좀 푸석푸석한 듯한 조직이 씹을수록 감칠맛이 있어서 맛있다. 맥주 안주로는 정말로 그만. 매운 양념을 발라서 석쇠 혹은 그릴에 구워 먹어도 맛나다. 산지 인근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도 황태 전문점이 많이 생겨서 여러 가지 황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황태를 만들다가 색깔이 짙게 변한 것을 먹태라고 부른다. 일종의 B급품인 셈인데 당연히 황태보다는 싸게 풀린다. 그래도 맛은 좋기 때문에 맥주 안주로 꽤 인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