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 앤드 칩스
Fish and chips.
쉽게 말해서 생선튀김과 감자튀김. 영국요리가 얼마나 시망인지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쉽게 말하면 한국의 길거리 오징어 다리 튀김이 한국 요리의 대표인 거나 마찬가지다.
흰살 생선에 두툼한 밀가루 튀김옷을 입히고 기름에 튀겨낸다. 그리고 감자튀김을 곁들인다. 끝... 원래 길거리에서 사먹는 음식이다. 과거에는 신문지에 싸주는 게 당연했다 .생선튀김에 'THE TIMES'라고 찍혀 있을지도. 요즘은 스티로폼 도시락 상자에 담아주는 게 보통.
깔끔한 생선맛이 아닌 기름을 잔뜩 먹은 튀김옷의 느끼한 맛이 메인이다. 펍에서 시키면 감자튀김 말고도 완두콩을 걸쭉하게 으깨어 만든 머시피(mushy peas)가 나온다. 이쯤 되면 느끼함의 삼합. 식초도 나오는 데 무지하게 뿌려 먹는 사람들이 많다. 엄청나게 느끼하다 보니 [[[식초]]로 좀 잡아주는 건데, 궁합이 꽤 괜찮다. 식초 대신에 레몬이 나오면 좀 더 고급이고. 하지만 바삭한 맛이 없어지고 눅눅해진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 입맛은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니까 정답은 없다. 유일한 정답은 영국요리는 쉣이라는 거.
생선튀김이고 감자튀김이고 기름에 팍팍 튀기는 거니까 기름덩어리라고 생각할 텐데, '의외로' 지방 함량이 높지 않다고 한다. 지방 함량이 7.3% 정도인데, 포크파이(pork pie)의 10.8%에 비하면 훨씬 적다는 얘기. 피시 앤 칩스가 적은 게 아니고 포크 파이가 너무 많은 거겠지. 나름대로 영양 균형이 괜찮다는 주장도 있다. 생선 덕분에 단백질이 풍부하고, 감자 덕분에 질 좋은 탄수화물이 많다. 섬유질과 철분, 각종 비타민이 들어 있어서 균형잡힌 영양식이라나. 이 양반들이 피시 앤 칩스를 너무 드시더니 머리가 어떻게 됐나.
튀김옷을 반죽할 때 맥주를 넣는 곳이 많다. 조금 느끼함을 잡아주는 효과는 있다. 그래봤자 워낙에 기름 범벅이라. 영국에서는 튀김 기름으로 돼지기름, 곧 라드유를 많이 쎴다. 맥주 좀 넣는다고 느끼함이 잡히겠나? 어쨌거나 맥주와 궁합은 무척 잘 맞는다. 한국에 치맥이 있다면 영국에는 피맥이 있다!
영연방에는 피시 앤 칩스만 파는 전문점이 많다. 영국에서는 피시 앤 칩 숍(fish and chip shop), 호주에서는 피시 앤 치퍼리(fish and chippery) 또는 줄여서 그냥 '치퍼리'라고 불러버린다.
영국 밖으로 나가면 훨씬 맛있다. 영연방 아니랄까봐 호주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다. 도시가 대부분 해안을 따라 형성되어 있어서 해산물이 풍부한데, 열나게 튀긴다. 호주는 고를 수 있는 생선의 폭이 다양하고 새우, 오징어, 조개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도 고를 수 있다. 좀 규모 있는 치퍼리에 가면 수산시장을 방불케 한다. 가장 저렴하고 인기 있는 생선이 플레이크(flake)인데, 상어의 일종이다. 먹어 봐서는 평범한 생선 맛이다. 그저 흰살 생선이겠거니 하고 먹었다가 상어의 일종이라는 걸 알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 많다.
호주 어르신들 얘기에 따르면 70년대까지만 해도 테이크아웃으로 살 수 있는 게 피시 앤 칩스 아니면 고기파이 뿐이었다고 한다. 이후 아시아인들의 이민이 늘면서 중국음식, 태국음식을 비롯한 아시아 요리들을 테이크아웃해 갈 수 있어서 좋아졌다나... 결국 먹을 것 앞에서는 백호주의도 소용없었다.
이런저런 통계들
영국에는 1만 개가 넘는 피시 앤 칩 숍이 있는데 맥도날드가 1,200개, KFC가 840개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로 가장 많은 패스트푸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맥도날드는 단일 회사의 체인점이고 피시 앤 칩숍은 독립된 개인 소유 가가게 많기 때문이 단순 비교는 그렇지만 햄버거 가게를 다 긁어모아도 안될거야 아마... 호주도 동네마다 피시 앤 치퍼리가 있기 때문에 상황은 비슷할 듯.
영국인의 80%가 1년에 한 번은 피시 앤 칩 숍에 들르고 22%는 매주 들른다고 한다.[1]
영국에서 소비되는 흰살 생선 가운데 25%, 감자 가운데 10%가 피시 앤 칩스로 소비된다고 한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피시 앤 칩스 가게는 영국 리즈 근처의 이든에 있다고 한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