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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 있는 펍 <더 블루 포스트>의 카운터.

Pub.

영국의 대중적인 선술집으로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가 줄어서 펍(pub)이 됐다. 미국에서는 바(bar)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영연방권에서도 펍이란 말을 주로 쓴다. 맥주를 위주로 하지만 위스키, 브랜디, 와인, 간단한 칵테일도 판다. 여러 가지 음식 메뉴도 있다.

영국의 대도시 시내 펍에서는 가게 바깥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선술집으로 번역하는데, 실제로 옛날 펍에는 의자가 아예 없거나 별로 없는 곳이 많았고, 지금도 영국의 펍에서는 바 앞에 서서 을 마시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대도시 시내의 펍은 가게 바깥에서도 삼삼오오 모여서 한잔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외국인 상대로 장사하는 이태원에서는 펍이라는 말을 많이 썼고, 요즈음은 아이리시 펍이니, 브리티시 펍이란 말 쓰는 술집이 여기저기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영국 스타일에 가까운 펍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 심지어는 요리마저도! 이제는 한국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낯익은 용어가 됐다.

영국에서는 밥도 도 펍에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침부터 문을 열어서 영국식의 풀 브렉퍼스트를 파는 펍도 꽤 많다. 우리나라에 사방에 카페 천지듯이 영국은 펍 천지다. 점심시간부터 낮술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학교 쉬는 시간에 선생들이 잠깐 펍에 가서 한잔 하고 온다고 할 정도니 뭐. 시골에도 웬만한 마을에는 펍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라 마을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한다.

종류

타이드 하우스

타이드 하우스(tied house)란 특정한 맥주 회사와 계약이 되어 있어서 그 회사의 맥주만 파는 펍을 뜻한다. 쉽게 말해서 노예 펍. 펍 간판에 맥주 브랜드가 딱 박혀있는 곳이라면 타이드 하우스. 가장 많이 알려진 회사는 영국 안에서 가장 많은 펍과 계약을 맺고 있는 그리니 킹(Greene King)과 런던 프라이드로 유명한 풀러스(Fuller's). 하지만 이는 캐스크 에일 한정. 타이드 하우스 계약을 하는 곳이 주로 에일 회사이므로 타이드 하우스라도 에일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다른 회사의 라거는 몇 가지 갖추어 놓고 있다.

프리 하우스

프리 하우스(free house)란 특정 맥주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지 않으며 팔고 싶은 회사의 맥주를 자유롭게 파는 펍을 뜻한다. 영국에서는 맥주 회사가 대형화되면서 소규모 펍을 상대로 돈 꽂아주면서 타이드 하우스로 끌어들이는 경쟁이 가속화됐는데, 그에 따라서 프리 하우스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당연히 소규모 회사나 양조장이 위축될 수밖에. 이 때문에 프리 하우스 살리기를 위한 시민운동까지 벌어져서 최근에는 프리 하우스가 좀 늘어났다고 한다. 그리니 킹에 이어 가장 많은 펍을 보유하고 있는 체인인 J D 웨더스푼 역시 프리 하우스를 표방하고 있다.

음식

펍에서는 식사 또는 안주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판매한다. 영국에서는 저렴하고 푸짐하게 정크푸드 먹을 수 있는 곳이 펍이다.

펍에서 파는 음식들은 물론 제대로 된 레스토랑의 음식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간편한 조리를 한다. 일단 튀기는 게 많은 편이고, 스테이크도 많이 판다. 피시 앤드 칩스 역시 펍의 인기 품목. 요즈음은 커리 같은 아시아 음식을 내놓는 펍들도 적지 않다. 하긴 영국인들은 커리가 지들 음식이라고 우기거든. 제일 싸고 양 많은 안주는 뭐니뭐니해도 감자튀김(칩스). 펍마다 많은 차이가 있지만 어느 지역에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아침부터 문을 여는 펍에서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같은 아침 메뉴도 판다. 그렇다고 을 굳이 달라면 안 파는 것도 아니니 아침 식사를 커피나 차 대신 에일과 함께 해 보는 모험도 가능하다. 실제로 큰 역이나 공항에 있는 펍에서는 아침식사를 맥주와 함께 먹어도 그닥 이상하지 않다.

런던 유스턴역에 있는 <The Signal Box>는 오전 8시부터 문을 여는데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도 팔고 맥주도 판다. 철도역 안에 있다 보니 가능한 일인 듯.

이름

영국 런던에 있는 펍 Shepherds Tavern의 간판.

영국의 펍 중에는 그림이나 초상화를 간판에 그려 넣은 곳이 많은데 옛날에는 문맹들이 많다 보니까 그림으로 쉽게 가게를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밖에

펍은 기본이 선불이다. 주문은 바에 가서 직접 해야 하고 주문할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 술은 곧바로 받아오고 음식은 테이블로 가져다 준다. 우리나라의 펍은 보통 후불제지만 이태원에 있는 펍 중에는 이렇게 선불제인 곳이 많다. 현금이 없으면 그때그때 카드 결제 하거나 신용카드를 맡겨놓고 나중에 한꺼번에 결제하든가 해야 한다. 팁은 필요 없다.

최근 영국의 펍들 상당수는 체인화 되어 있다. J D 웨더스푼이나 그레이트 브리티시 펍 푸드와 같은 곳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흔히 생각하는 체인점과는 많이 달라서 자유도가 상당히 높다. 메뉴를 보기 전에는 체인점이라는 걸 쉽게 알기 어려울 정도. 음식은 공통 메뉴를 사용하므로 비슷비슷한데 은 가게에 따라 제각각 차이가 꽤 나는 편으로, 체인점이긴 하지만 타이드 하우스는 아니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맥주 몇 가지와 지역의 소규모 양조장에서 나오는 캐스크 에일 여러 가지를 갖다 놓는다.

호주 멜버른의 펍 라이온호텔.

호주에서는 펍에 호텔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름은 '무슨무슨 호텔'이라고 되어 있는데 숙박 기능은 없고 그냥 펍인 곳이 많다. 물론 숙박 시설도 호텔이라는 말을 쓰니까 처음에는 헷갈릴 수 있다. 익숙해지면 분위기 보면 안다. 이렇게 '호텔' 이름이 붙어 있는 펍은 실제로 옛날에는 호텔 영업도 했는데, 호텔은 접었지만 호텔과 함께 가지고 있던 주류 판매 허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펍 영업은 했고, 이 허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상호도 그대로 유지한 것. 호주는 예나 지금이나 주류 판매 허가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기존 허가를 유지하는 게 여러 모로 낫다. 중국에는 거꾸로 주점(酒店)이라는 말을 호텔이란 뜻으로 널리 쓰는 걸 보면 역시 먹고 마시고 자는 건 밀접한 관계가 있다. 노리는 상대방을 로 떡실신시켜서 호텔로 데리고 가는 짓거리는 동서양 공통인 건가.

펍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 있다면 어느 지역을 갔을 때 그 동네 펍을 순회하는 펍 크롤을 해 보자. 자세한 것은 해당 항목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