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소의 젖. 가축 중에서 살아 있을 때 계속해서 얻을 수 있는 식품으로는 달걀이나 메추리알 같은 알 종류, 그리고 우유나 양젖, 염소젖[1] 같은 젖 종류, 그리고 양털 정도가 거의 전부다. 알 종류에서 달걀이 압도적인 것처럼 젖 종류로는 우유가 확실히 압도적이다.
제조과정
균질화
소에게서 짜낸 젖은 우리가 먹는 우유와는 달리 덩어리가 져 있다. 주로 우유 안의 지방질이 뭉친 건데, 이걸 휘저어서 뭉친 것을 풀어헤치고 우유의 전체 상태를 균일한 액체로 맞춰주는 공정을 거친다. 이를 균질화라고 한다. 몇몇 우유들은 이러한 가공을 거치지 않은 '무균질 우유'를 내세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스퇴르우유가 가장 먼저 내세웠고, 정치인 박찬종이 광고에 나와서 '무균질 인간'을 외친 남양유업의 '다우'도 무균질 우유.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불규칙한 크림 느낌이 별로 입에 맞지 않았던지 마이너한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살균 또는 멸균
소의 젖꼭지에도 세균들이 득실거리고, 젖 자체에도 기본적으로 유산균이 들어 있다. 잡균을 죽이고 유산균과 같은 좋은 균은 어느 정도 살리는 방향으로 처리하는 것을 살균, 유익하고 나발이고 모든 세균을 싸그리 다 죽여서 보존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을 멸균이라고 한다. 살균한 우유는 냉장 유통 및 보관해야 하고 유통기한도 1~2주 정도로 짧지만 멸균 우유는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유통기한이 한 달 반에서 두 달도 간다. 다만 멸균우유는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포장을 좀더 밀폐되게 한다는 차이도 있다.
살균에도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저온살균법과 고온살균법, 초고온살균법이 있다.
- 저온살균법 : 63~65℃에서 30분간 살균한다.
- 고온살균법 : 72~75℃에서 15~20초간 살균한다.
- 초고온살균법 : 130℃에서 2초간 살균한다.
다만 초고온살균법도 한 방에 온도가 그리 올라갈 수는 없고 예열을 시킨 다음 135도까지 올리고 나서 살균 후 빠르게 식히는 방법을 쓴다.
살균법은 늘 논쟁이 붙는 떡밥 중 하나. 특히 저온살균법 지지자들은 초고온살균법은 유익한 균까지 많이 죽이고 특히 단백질 변성을 불러온다고 공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스퇴르유업이 '유산균이 살아 있는 진짜 우유'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면서 기존 우유 회사들과 제대로 한판 떴다. 아무래도 저온살균법은 온도 유지를 오래 해야 하고, 또 유익한 미생물울 최대한 살리는 것이 목적이므로 나쁜 균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젖소나 우유 짜는 과정의 청결도 중요하다. 초고온살균법은 대량 생산에 적당하고 비용이 적게 들며, 유통기한을 좀 더 길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멸균도 크게 저온과 고온멸균법으로 나뉘며, 저온멸균법은 80~85도에서 5~6분, 고온멸균법은 140~145 도에서 2초 처리한다. 고온멸균법 역시 예열 과정이 있다.
우유로 만드는 것들
그 자체로도 마시지만 응용 범위는 정말로 무궁무진하다. 갖가지 유제품의 원료가 되며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에도 거의 필수 요소로 들어가다시피 한다. 또한 커피 및 차 계열 음료를 만들 때에도 광범위하게 쓰인다. 커피의 쓴 맛을 부드럽게 잡아주는 효과가 있고 카페 라테나 카푸치노와 같이 풍부한 거품으로 보는 효과는 물론 마실 때의 부드러운 거품이 주는 질감 역시도 빼놓을 수 없다. 우유에 단백질과 지방 성분, 여기에 천연 유화제 성분까지 넉넉히 들어 있기 때문에 거품이 곱게 잘 만들어지고 오래 유지되는 효과가 있다.
서양에서는 요리에도 종종 쓰이는 재료로 전체적인 맛에 농도를 주면서도 부드럽고 약간 기름진 맛을 더해 준다. 밥을 지을 때도 우유를 넣을 수 있는데 의외로 상당히 잘 어울린다. 예전에는 우유 파동으로 우윳값이 엄청 쌀 때 소비촉진을 위해서 우유를 넣어서 밥 짓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 치즈
- 버터
- 요구르트
- 생크림 및 휘핑크림
- 아이스크림
- 카라멜 및 토피
- 타락죽
- 각종 커피 음료 : 카페 라테, 카푸치노, 카페 모카, 플랫 화이트, 카페오레 ...
- 셰이크
- 밀크 초콜릿
- 밀크티
우유주사[2]
우유에 딸기, 바나나, 커피, 초콜릿를 비롯한 여러 가지 과일이나 기호식품의 맛과 향을 첨가한 우유들도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인공향신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진짜 물질은 아예 없거나 정말 찔끔 넣는 수준.
알고 보면 잔인한 우유
소를 죽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덜 잔인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 보면 이놈도 만만치 않다.
젖소가 그저 우유 만드는 기계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놈도 생명체다. 새끼를 낳아야 젖이 나온다. 즉 우유를 얻기 위해 강제로 새끼를 낳게 한다. 짝짓기를 하는 게 아니라 바깥에서 인공수정을 해서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태어난 송아지는 엄마 젖 한 방울도 못 먹고 다른 곳으로 끌려가서 분유를 먹다가 젖 뗄 때가 되면 사료로 바꾼다. 암컷이면 젖소가 될 수 있지만 수컷이면 짤 없이 고기소의 운명. '국내산 육우'라고 나오는 소고기들이 주로 이런 쪽에 속한다. 그렇게 우유를 착취 당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우유 생산량이 떨어지므로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이 소들도 도축되어 싸구려 고기[3]로 팔려나간다. 수컷은 우유를 만들 수 없으므로 고기소로 키우는데, '국내산 육우'라고 표시되어 있는 소고기가 여기에 해당된다.
젖소로 개량된 품종은 극단적으로 우유를 많이 생산하는 쪽으로 품종개량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매일 젖을 짜 주지 않으면 젖이 퉁퉁 불어서 굉장히 아파한다.
우리나라에서 옛날에는 우유 구하기가 힘들었는데, 우유 생산을 위해서 품종 개량한 젖소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유생들의 반대도 컸다. 새끼 먹을 걸 왜 갈취하냐는 논리였는데, 그래서 임금조차도 우유를 많이 소비한다 싶으면 유생들 반발이 장난 아니었다고. 일찌감치 동물복지의 개념을 실천했던 우리 유생들.
그밖에
하얀 빚깔, 지방질 덕분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맛 때문에 종종 순수함, 깔끔함, 부드러움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오죽하면 부드럽고 순한 문체를 우유체라고 할까[4] 희고 말간 피부를 '우윳빛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 초코우유는?
새끼를 밴 암소가 출산 직전, 그리고 새끼를 낳고 며칠 동안 내는 젖을 특별하게 '초유'라고 부른다. 초유에는 일반 우유보다 영양소 및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물질이 더 많이 들어 있어서 건강식품으로 팔리며, 아기 분유에도 초유를 첨가한 제품이 팔리고 있다. 소만 그런 건 아니고 사람을 비롯해서 포유류는 대체로 출산 전후로 초유를 낸다.
대체품으로는 양젖, 염소젖과 갈은 것들이 있다. 양젖은 그냥 우유처럼 마시기보다는 치즈와 같은 유제품을 만드는 데 많이 쓰이는 편이다. 유럽에는 양젖으로 만든 여러 가지 치즈 제품들이 있다. 염소젖은 영어로는 goat milk라고 하는데, 우유 대체품으로 제법 팔리고 유제품으로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양유'라는 이름으로, 주로 아기 분유 쪽으로 팔리고 있다. 식물성 대체품으로는 뭐니뭐니해도 두유. 두유 라이크 두유? 우유와 맛은 상당히 다른 편이지만 우유가 들어가는 음식에 대체품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특히 채식주의자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