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죽
궁중에서 만드는 원래 방식은 쌀을 곱게 간 다음 그냥 우유가 아니라 유산균으로 발효된 우유를 말려서 가루를 낸 건락을 넣어서 만든다. 지금은 그냥 우유로 만드는데 과거 궁중 레시피와는 안 맞는 셈. 타락(駝酪)이라는 말 자체가 '말린 우유'를 뜻하는 몽골어 '토라크'를 음차한 것이므로, 타락죽은 생우유가 아닌 건락으로 만드는 게 정석이다.
지금이야 우유가 흔하지만 옛날에는 우리나라에 젖소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송아지가 먹을 젖을 사람이 빼앗아 먹는 게 윤리에 어긋난다고 반발하는 유생들도 많다 보니,[1] 왕도 우유나 건락은 눈치 보면서 먹어야 했다고 한다.
타락죽은 음식인데도 불구하고 궁중에서 음식을 담당하는 주방상궁이 만들지 않고, 내의원에서 만들어서 바쳤다. 음식이라기보다는 약으로 본 셈이다. 우유를 짜는 일도 내의원 의관 담당이었으니 우유를 약으로 관리하고 '처방'한 것이다.
왕이 검열삭제를 하기 전에 먹는 보양식이었다고 한다. 당연이 왕이 먼저 먹는데 만약 반만 먹고 나머지를 궁녀에게 주면 '너를 다시 부르마' 하는 뜻이고 임금이 혼자 다 먹으면 안 부른다는 뜻이다. 여기서 나온 '분락지간(分駱之間)'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타락죽을 나눠먹는 사이라는 듯이다.
궁중에서만 먹던 고급 음식이었지만[2] 만들기는 쉽다. 쌀가루를 곱게 갈아서 건락 넣고 간 하고 끓이면 끝. 우유가 아무나 못 먹는 음식이었을 때나 궁중 음식이었지, 지금은 먹고자 한다면 쉽게 먹어볼 수 있다. 전통 한정식 집에서도 종종 에피타이저로 나오고, 본죽 메뉴에도 있다. 건락으로 제대로 만드는 데가 없어서 그렇지. 전통 타락죽을 제대로 만들라면 건락을 구하는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우유 가루니까 분유 아냐? 할 수도 있지만 진짜 전통방식은 발효된 우유를 말려 가루낸 것이다. 가열해서 말리다가는 태워먹기 쉽고, 급속건조 기술도 없었으니 볕에 말리는 과정에서 우유가 자연스레 유산균으로 발효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우유로만 만든 요구르트를 말려서 쓰면 비슷하게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