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락
우유를 말려서 가루를 낸 것.
한자로 쓰면 乾酪이다. 즉 마를 건 + 소젖 락이다. 그런데 타락죽의 '타락'은 '말린 우유'를 뜻하는 몽골어 '토라크'를 음차한 타락(駝酪)에서 온 것이다. 타락이라고 해도 될 것 굳이 건락이라고 하고 있다. 타락한 것 같아서 싫은 건가 치즈를 뜻하는 한자어로도 쓰인다.
쉽게 말하면 분유인 셈이지만 그냥 우유를 말린 것은 아니고, 유산균으로 발효된 우유를 말린 것이다. 옛날에야 살균 개념이라는 게 없었으니 우유를 두면 금방 상했는데, 우유에 원래 유산균이 있어서 놔두면 요구르트 같이 발효가 되었다. 옛날에는 가열해서 말리려다가는 태워먹기 쉬웠을 것이고 동결건조 기술도 없었으니, 우유를 햇볕에 넓게 펼쳐서 말렸을 것이다. 따뜻해진 우유에서 유산균이 왕성하게 발효를 했을 것이고, 건락은 자연스럽게 발효 우유를 말린 결과가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말려 가루로 빻은 건락은 몇 년 정도 갈만큼 보존성이 좋아진다.
한편으로는 유당불내증 문제도 있다. 유럽인보다 아시아인들이 유당을 소화하지 못해서 각종 소화불량 증상을 겪는 비율이 높은데, 발효를 시키면 유산균이 유당을 분해하기 때문에 유당불내증을 일으키지 않는다.[1]
옛날에는 우유가 귀했기 때문에 건락도 무지하게 비쌌다고 한다. 옛날에 젖소가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고, 송아지 먹을 걸 빼앗아먹는다는 게 유교 윤리에도 어긋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궁중에서조차 왕이 너무 우유를 좋아하면 신하들이 불만을 제기했던 모양이다. 건락은 궁중에서는 타락죽의 원료로 썼고, 약재로도 썼다. 요즘은 그냥 우유로 타락죽을 만들지만 궁중 정통은 건락으로 만들어야 한다. 돈 많은 집도 건락을 살 수 있었는데, 특히 먼 길 갈 때 원기를 보양하는 식품으로 썼다. 수분을 제거한 우유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고 여러 무기질도 들어 있으니 좋은 보양식이었다.
돈 좀 있는 집에서 과거 보러 갈 때에는 건락을 약간 가지고 갔는데 워낙에 비싼 물건이다 보니까 상투 속에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뭐 좀 아는 산적들이 돈 좀 있어 보이는 놈을 털 때에는 상투 속에 건락이 있는지 꼭 봤다고 한다. 이게 돈보다 더 값나가는 물건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