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
보리를 비롯한 곡물의 싹을 틔운 것. 발아시키는 과정에서 당화효소가 만들어지므로 곡물의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는 작용을 한다. 맥주를 만들 때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주요 재료이며 몰트위스키나 스카치 위스키(스카치 위스키가 어차피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섞은 것이다)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몰트 비어니 몰트위스키니 할 때의 몰트(malt)가 바로 맥아다. 넓은 의미로는 보리 말고도 밀, 호밀, 귀리, 쌀과 같은 다른 곡물의 싹을 틔운 것도 몰트에 들어가지만 보리가 워낙 압도적이라 몰트 하면 그냥 맥아로 통한다. 명확하게 보리를 싹틔운 맥아를 뜻할 때에는 발리 몰트(barley malt)라고 부른다.
보리를 비롯한 곡물은 싹이 틀 때쯤 많은 양의 아밀라아제를 만들어낸다. 엄마, 보리가 침뱉어요! 아직은 광합성으로 영양을 얻기도 부족하고, 뿌리도 영양을 빨아들이는 것도 힘에 부치는 어린 싹은 씨앗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어서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어야 하므로 당화효소의 항량이 크게 늘어난다. 싹이 터서 당화효소의 양은 크게 늘어났지만 녹말은 별로 소비되지 않았을 때 열을 주고 말리는 것이 맥아의 원리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부터 즐겨 썼던 재료다. 식혜와 엿을 만드는 데 쓰이는 엿기름이 바로 맥아다. 옛날에야 설탕이 귀했고, 꿀도 귀했으니 그럭저럭 구하기 쉬웠던 감미료가 엿기름을 이용한 엿이나 물엿이었다. 그런데 왜 한국 맥주는 그따위야? 다만 요즘 시중에서 파는 엿기름은 20% 정도 밀맥아가 들어가는 제품이 많으니 완전히 맥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한국 맥주가 그 따위인가? 아니지, 밀맥아가 20%면 20% 호가든 맛이 나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다음과 같은 음식 또는 음료를 만들 때에는 꼭 필요한 재료 중 하나다.
맥아와 비슷하게 밀의 싹을 틔워서 만드는 것이 밀맥아로, 밀맥주를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 서양에서는 맥아와 밀맥아 모두 맥주를 만들 때 쓰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술울 만들 때에는 누룩을 주로 쓰고 맥아는 잘 안 쓴다. 누룩의 원료는 통밀이긴 한데, 싹을 틔우는 게 아니라 누룩곰팡이를 이용하는 거라 맥아와는 다르다, 맥아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