캇포
かっぽう(割烹)。
캇포, 또는 캇포요리(割烹料理, 캇포료리)라고 한다. 특정한 요리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일본음식점의 스타일에 가까운 용어다. '캇', 즉 '카츠(たつ)'는 '자른다'는 뜻의 割(자를 할)이고, '포'는 찌거나 삶는 것을 뜻하는 烹(삶을 팽)이다. 말 그대로 풀어보면 '잘라서 찐다'는 뜻이지만 식칼로 재료를 자르고 열을 가해서 익히는, 요리의 기본 방법을 뜻하는 말이다.[1]
일본음식점의 스타일을 뜻할 때에는 주방과 손님의 공간이 같은 층이 있으며, 격리되어 있지 않고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주방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고 카운터석에 앉은 손님과 요리사가 대화도 할 수 있으며, 음식도 카운터 위로 바로 넘겨 받을 수 있는 스타일의 구조를 뜻한다.[2] 음식점에 따라 카운터석만 있을 수도 있고 카운터석과 테이블석이 모두 있을 수도 있는데 일단 카운터석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캇포'라는 말이 지금과 같이 카운터석을 갖춘 음식점의 스타일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된 메이지시대, 혹은 뒤이은 타이쇼시대 정도로 알려져 있다. 원래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에도요리에 대응하는 교토 중심의 카미가타요리(上方の料理)를 뜻하는 말로 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요정보다는 간소화된 고급요리를 뜻하는 말로 변해갔다.[2] 이전 에도시대에 크게 흥했던 고급음식점인 요정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요정보다는 좀더 부담없는 가격대의 일본음식을 원하는 수요가 늘어났으며 이를 충족시키는 음식점들이 오사카를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이 '캇포'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1] 메이지 후기 또는 타이쇼시대에 접어들면 지금과 같은 용법으로 정착되었다.
이전의 일본음식점은 손님이 언제 올 지 수요를 미리 예상해서 미리 요리를 준비하는 식이었다. 요정의 경우 주방은 손님이 볼 수 없도록 철저하게 격리되어 있었으며 요리사와 손님이 마주칠 일 없이 시중을 드는 나카이상이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 줬다. 손님의 공간도 방으로 분리되어 있었으며, 고급 요정은 게이샤가 시중도 들고 노래나 춤으로 흥을 돋우기도 했다. 캇포요리점은 손님이 오면 그 자리에서 주문을 받고 바로 요리를 만들기 시작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1] 그러다 보니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주방과 손님이 마주볼 수 있어서 바로 음식을 주문하고 넘겨받을 수 있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또한 카운터 너머로 직접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기다리며서 손님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요리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효과도 있었다. 손님의 테이블이 모두 방으로 분리된 요정과는 달리 카운터석이 있어서 혼자서도 부담없이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의 많은 일본음식점은 캇포요리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음식점들이 손님이 볼 수 있는 트여 있는 주방, 손님과 요리사가 마주볼 수 있는 카운터석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스시음식점은 회전초밥집을 제외하면[3] 거의 캇포 스타일이며, 센다이에서 시작된 로바타야키[4] 역시 그 구조는 영락없는 캇포요리점이다. 다만 캇포요리라고 하면 대체로 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용어의 기원 자체가 원래는 고급 요리의 대명사 중 하나인 교토요리를 뜻하는 것이었으며, 이후 뜻이 변하면서 과거의 요정을 좀 간소한 스타일로 바꾸되, 음식 자체는 요정만큼이나 고급스러운 것을 제공한다는 이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격대가 높지 않은 대중식당도 '캇포'라는 이름을 달아놓은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이기 때문에 캇포요리라고 해서 꼭 고급스러운 것을 뜻하지만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