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비
십자화목 → 배추과 → 고추냉이속 여러해살이풀이다. 일본음식에 다양하게 쓰이는 대표적인 일본계 향신료로, 영어로도 wasabi로 통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고추냉이'로 순화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방송에서도 와사비 대신 고추냉이라는 말을 쓰는데, 문제는 '고추냉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은 따로 있다는 것. 우리나라도 실생활에서 '고추냉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냥 와사비로 통하며, 국내 제품들도 하나같이 '와사비'라고 쓴다.
크게 일본이 주산지인 혼와사비(本山葵)와 유럽이 주산지인 서양와사비[1]로 나뉜다. 서양와사비는 호스래디시, 겨자무, 또는 와사비무라고도 부른다. 서브웨이에 있는 '홀스래디쉬' 소스가 바로 서양와사비이며, 훈제연어에 곁들이는 소스로도 쓰이고, 스테이크 소스로도 쓰인다. 일본에서는 스테이크에 와사비를 곁들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혼와바시는 재배조건에 따라 맑은 물이 계속 흐르는 곳에서 재배하는 사와와바시와(沢わさび), 밭에서 재배하는 하타케와사비(畑わさび), 그냥 땅에서 재배하는 오카와사비(陸わさび)로 나뉜다.[2] 당연히 사와와사비가 재배 조건이 훨씬 까다로우므로 가격도 비싸고, 그만큼 맛도 좋아서 최고급품으로 친다. 시즈오카현이 사와와사비의 최대 산지로 알려져 있는데[3] 그 중에서도 이즈시가 가장 유명하다. 나가노현의 아즈미노시도 사와와사비로 유명하다. 하타케와사비나 오카와사비는 품질은 사와와사비보다는 떨어지지만 조건을 덜 타서 대량재배를 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시즈오카와 같이 와사비의 주 산지, 혹은 고급음식점에 가면[4] 와사비 뿌리와 강판을 주고 직접 갈아서 먹으라고 하는데, 와사비를 가는 강판으로는 상어 뱃가죽으로 만든 것을 고급품으로 친다. 이렇게 뿌리를 바로 갈아서 먹는 경우는 정말 고급음식점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대부분은 제품으로 나와 있는 것을 쓴다. 말려서 가루를 낸 와사비분을 물에 개어서 쓰기도 하고, 가루를 물에 개어서 페이스트 형태로 포장한 연와사비도 있고, 말리지 않고 갈아서 만든 이른바 '생와사비'도 있다. 왜 '이른바'라는 말을 썼는지는 뒤에 나온다.
일본을 대표하는 향신료로 회, 스시에는 필수요소로 쓰이며 그밖에도 일본요리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회를 먹을 때 와사비를 간장에 풀어서 먹는 게 보통이지만 일본은 와사비를 조금씩 떼어 회에 얹고 간장을 찍어서 먹는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둘 중에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대체로 흰살생선은 와사비를 간장에 풀지 않고 먹는 게 좋고, 참치를 비롯해서 기름기가 많은 등푸른 생선류는 간장에 와사비를 넣고 먹는 쪽이 어울린다.[2]
와사비의 특징이라면 무엇보다도 코를 찌르는 듯한 강렬한 매운맛. 단 고추의 매운맛과는 달라서 콱 한번 찌른 다음 빠르게 사라진다. 이것도 나름 복불복이라서 회에다가 와사비를 조금씩 떼어서 먹어 보면 어떤 때는 별로 안 매운데 어떤 때는 눈물이 쏙 빠질만큼 강렬한 매운맛이 덮친다.
그밖에 자루소바에도 장국에 와사비를 풀어서 먹으며, 와사비의 주 산지인 시즈오카에는 밥 위에 바로 갈아낸 와사비와 간장을 풀어서 얹어 먹는 와사비덮밥도 있다. 일본에는 고기에도 와사비를 얹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디종 머스타드의 일본판인 셈. 우리나라에도 고기에 와사비를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와사비 잎도 무쳐서 먹는다.
가짜 와사비?
원래 '와사비'라고 하면 혼와사비를 뜻한다. 서양와사비, 혹은 겨자무는 진짜 와사비와는 거리가 있다. 문제는 우리가 먹고 있는 와사비 중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와사비는 얼마 안 들어 있고 겨자무가 대부분이라는 것. 진짜 와사비는 조금만 넣거나 아예 안 넣고, 겨자무를 갈아서 넣은 다음 식용색소로 색깔을 낸 제품이 다수다. 시중의 제품 중에는 '생와사비'라는 것도 있는데, 입자감이 있고 맛이 좀 더 낫기 때문에 이건 진짜 와사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역시 겨자무가 주 성분인 제품은 다수다. 혼와사비는 재배 조건도 까다로운 편이고 값이 비싸기 때문에 말은 와사비지만 실제로는 와사비는 안 들고 겨자무를 사용한 제품이 많은 것.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에 관련된 규정이 미비해서 그동안 식품회사들이 겨자무를 사용한 제품을 '와사비'라는 이름으로 팔아왔는데, 2020년 하반기에 식품표기법이 개정되고 2021년부터 발효되면서 와사비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제품에 '와사비'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제동이 걸렸다. 식약처에서 입법예고를 했지만 업체들이 제대로 대응을 안 하면서 2021년 들어 수십 년동안 이렇게 장사했던 업체들이 줄줄이 걸린 것.[5]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인데, 예를 들어 업소나 PB제품을 주로 공급해 오던 움트리는 보도자료를 내고 "'와사비'라는 식품의 명칭은 '와사비', '고추냉이', '서양고추냉이', '겨자냉이', '겨자무', '호스래디시' 등을 통칭해 혼용돼 사용돼 왔다... 표준국어사전 및 식품공전에서는 고추냉이와 겨자무를 다른 식물로 구분해 정의하고 있으나, 국내 가공식품 시장에 와사비가 알려지기 시작한 때부터 현재까지 일반적으로 이에 대한 엄격한 구분 없이 사용해 왔다... 겨자무라는 명칭은 대부분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6]
움트리 측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이런 제품들이 관행으로 '와사비'라는 이름을 달고 팔렸고, 관련된 법 규정이 미비했고, 관계당국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잘못된 것은 바로 잡는 게 맞다. 혼와사비와 겨자무는 엄연히 다르다. 톡 쏘는 듯한 매운맛 자체는 공통점이 있지만 혼와사비를 먹어보면 겨자무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혼와사비는 겨자무처럼 코가 아릴 정도로 매운맛이 강렬하지는 않다. 뭔가 약간 비누 같은 느낌이 있어서 겨자무 와사비 제품을 먹어보다가 제대로 된 와사비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호볼호가 엇갈릴 수도 있다. 또한 겨자무는 색깔이 하얀데, 시중의 제품은 와사비처럼 보이게 하려고 식용색소를 사용하고 덤으로 갖가지 첨가물들이 들어간다. 늦었지만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제품명도 바로 잡는 게 맞다. 식품회사들도 변경된 규정에 맞춰서 와사비를 첨가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와사비의 가격이 겨자무보다 5~10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을 대폭 올릴 수도 없으니, 그냥 규정에 맞추는 수준으로 최소한으로 넣을 것이다.
와사비와 관련된 음식들
- 고기구이 : 일본에서는 고기에 와사비를 얹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은근히 팬이 많다.
- 소바
- 스시
- 스테이크 : 고기구이와 비슷한 이유. 서양에서도 호스래디시 소스가 스테이크 소스로 인기가 많다.
- 타코와사비
- 회
각주
- ↑ 일본어로는 세이요와사비(西洋わさび).
- ↑ 2.0 2.1 "와사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에스비식품.
- ↑ 우리나라에는 일본 녹차의 주산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 ↑ 물론 시즈오카에서도 아무 데나 그런 것은 아니고 가격대가 좀 있는 음식점을 가야 한다.
- ↑ "40년 잘 팔았는데..와사비 없는 와사비 제품 이제와서 적발된 이유", 머니투데이, 2021년 8월 16일.
- ↑ "'와사비' 표기 논란 움트리 "고의적 위반 아냐"", 서울신문, 2021년 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