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 (기업)
Investor relations.
기업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을 홍보하며, 상호소통을 하며, 증권법이나 그밖에 증권시장의 관련 법령과 시장감시제도를 준수하기 위해 벌이는 활동을 뜻한다. 상장기업이라면 각종 시장감시제도를 챙겨야 하며 개인 및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소통 및 홍보, 그리고 각종 문의에 응답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IR을 담당하는 팀이 필요하며 연락처도 공개되어 있다. 비상장기업이라면 기업공개가 가시화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다면 상대적으로 IR에 소홀한 편이다.[1] 영어 표현을 직역하면 '투자자 관계'가 되겠지만 어감이 너무 어색해서 거의 쓰이지 않으며, '기업설명활동' 정도로 번역해서 쓰기도 하지만 보통은 그냥 IR이라고 부른다.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투자한 종목의 주식이 올라야 한다. 이는 기업도 마찬가지여서, 기업의 경영진을 비롯한 대주주들도 다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주가가 오르면 자산이 크게 증가한다. 또한 시가총액은 회사의 평판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국에서는 어떤 회사를 평가할 때 시총을 우리나라보다 훨씬 중시한다. 따라서 국내 기업이라고 해도 해외 진출, 외국계 자본의 자사 투자, 외국계 회사와 합작법인 설립과 같은 부분들을 생각한다면 주가 관리는 아주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주가는 결국에 가서는 실적에 수렴하지만 종종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거나, 반대로 실적이나 성장 전망에 비해 제대로 평가를 못 받고 소외된 종목들도 있다. 따라서 기업의 IR은 투자자들이 회사의 실적과 향후 전망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자들이 궁금한 부분들을 해소하면서 투자자들이 자사에 대한 올바른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2]
IR는 보통 재무팀이나 경영기획팀, 혹은 경영지원팀 소속이다. CFO 직속으로 편성되어 있는 곳도 있다. 기업의 규모가 작고 IR 팀을 따로 두기 어려운 경우에는 외주를 줄 수도 있다. IR 대행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이 있다. IR 관련 연락처가 회사의 다른 전화번호와 지역번호나 국번이 아예 다르다면 외주를 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본사가 지방에 있을 때 IR만 서울이나 IR 활동을 하기 좋은 곳에 두고 있을 수도 있으므로 속단은 금물이다. 중소기업 중에는 임원이 직접 IR 응대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극소수지만 대표이사가 직접 IR 응대를 하는 기업도 있다.[3]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미국을 비롯한 주주자본주의 선진국들에 비하면 IR이 약한 편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기업들은 아예 IR 부분을 별도의 웹사이트로 만들어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컨퍼런스 콜 녹취록을 올리거나 기업 관련 각종 소식들을 열심히 제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대기업조차도 IR 부분을 기업 웹사이트의 한 코너 정도로만 제공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내용도 기업공시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 곳이 많다. 그냥 금융감독원의 기업공시 웹사이트인 DART를 붙여 놓고 땡치는 기업들도 꽤 많다. 물론 짐 로저스가 극찬했던 것처럼 기업들의 공시정보를 한곳에 모아서 볼 수 있는 DART가 편리한 서비스이긴 하지만 개별기업이 단순히 DART 공시정보로 퉁치고 마는 것은 주주자본주의 선진국의 IR 웹사이트와 비교하면 날로 먹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주요한 활동
일단 가장 주요한 활동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PR은 주로 회사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켜서 회사의 이미지를 최대한 좋게 만드는 데 있지만 IR은 좀 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편이다. 투자자는 회사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모두 따져셔 판단을 해야 하는데, 기업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줘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물론 IR도 가급적이면 투자자들이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좋게 보고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 하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부분은 숨기고 긍정적인 부분은 뻥튀기를 하면 당장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사실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기업을 불신하고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불성실한 IR이 관련 법령과 시장감시제도를 위반에 해당하면 과태료, 거래정지, 심지어는 상장폐지를 당하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IR은 개인 투자자도 상대하지만 아무래도 기관 투자자 쪽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기관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 컨퍼런스 콜, NDR(Non-deal Roadshow)과 같은 활동을 한다. 기관 투자자들은 직접 투자도 투자지만 증권사가 내놓는 기업 관련 리포트는 다른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참고자료다 보니까 아무래도 이쪽에 신경을 쓰게 된다. 다만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개인 투자자들을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유상증자나 무상증자 역시도 결정은 경영진 차원에서 하지만 실제로 이를 진행하는 실무는 CFO 지휘로 IR 파트가 담당한다. 유상증자의 경우 회사 측에서 자금조달이 필요해서 구주주 우선배정 또는 공모 방식으로 추진할 수도 있고, 사모펀드를 비롯한 투자자가 먼저 제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일단 경영진이 큰 틀에서 조건을 정하고 나면 블록 딜이라면 구체적인 내용을 협상해서 계약을 체결하거나 공모방식이라면 투자설명서를 작성하고 최대한 홍보 활동을 펼쳐서 공모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IR의 업무다.
투자자 이익과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한 무상증자, 액면분할, 자사주 매입과 같은 조치도 역시 IR이다.
기업이 내는 각종 공시도 역시 IR의 몫이다. 분기보고서, 사업보고서, 대주주의 지분 변동, 그밖에 각종 풍문에 대한 해명[4]과 같은 것들도 IR에서 내게 된다. 주주총회의 공고 및 준비 역시 IR의 업무다. 공시업무는 정말로 지겹다고 한다.
IR 담당자
기업의 IR 담당자를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주식담당', 줄여서 '주담'이라고 부른다. 투자자가 기업의 현황이나 전망, 회사와 관련된 사건이나 소문에 관한 회사의 입장을 듣고 싶다면 주담에게 전화를 걸어서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는다. 다만 IR 담당자 중에는 주식담당 또는 주담이라는 말을 안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IR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포괄적인 활동을 뜻하는데 주식담당이라고 하면 마치 주가 관리만 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가급적이면 주담보다는 IR 담당이라는 말을 써 주는 게 낫다. 주담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IR 담당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IR 담당자의 성격이나 태도도 정말로 천차만별인데, 투자자의 질문에 대답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공손하고 성의 있게 대답해 주는 담당자도 있는가 하면 정말 태도가 나쁜 담당자도 있다. 거의 모든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거나,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개인 투자자의 경우에는 기관 투자자들에 비해 티나게 태도가 나쁘거나 얕잡아보는 게 티가 가는 경우도 있다.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는 아예 전화도 안 받는 기업도 있다. 물론 거대기업이라면 투자자가 워낙에 많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는 물론 기관 투자자의 수도 엄청 많아서 일일이 다 전화 받고 Q&A 해 주기가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케바케라서 다들 알만한 대기업이라도 전화는 잘 받아주는 기업도 있는가 하면, 기업의 규모도 작고 기관 투자자들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데[5] 저 혼자 개인 투자자를 무시하는 IR 담당자도 있다. 태도 자체는 나쁘지 않으면 지나치게 방어적인 IR 담당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피곤하다. 뭘 물어봐도 기밀사항이라거나, 고객사 요구로 말씀드릴 수 없다는 식의 대답만 돌아오면 허탈할 수밖에 없다. 그냥 대답하기 싫으니까 뭐든 기밀사항이라고 둘러대는 건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 수는 있어서, 기밀사항에 해당하는 것만 집요하게 물어보는 투자자도 있다.[6] 또한 질문하는 쪽의 기술도 필요하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투자자와 IR 담당자의 Q&A는 심리전이기도 하다.
다만 개인 투자자도 개인 투자자 나름인 경우도 있다. 기업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이해한 다음에 질문을 준비해서 전화를 하는 투자자는 쉽게 무시하지 않는다. 기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기본적인 것도 잘 모르면서 전화해서 우격다짐식으로 질문을 하면 IR 담당자도 그에 맞는 수준으로 대처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기업의 기밀에 해당하는 사항을 알려달라고 억지를 부리거나[7], 다 공개되어 있는 기업의 실적이라든가 주요한 사업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요즘 주가가 왜 이렇게 떨어지냐'는 식으로 밑도 끝도 없이 물어보면 IR 담당자가 얘기할 게 별로 없다. 회사의 실적이 나빠서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냥 시장 분위기가 나쁘거나, 그 회사의 섹터가 전반적으로 침체 상태라서 덩달아서 떨어지거나, 그밖에도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지는 이유는 정말 많고 불확실성도 크다. 단기적인 주가의 흐름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법이다. IR 담당자도 투자자를 예의 있고 성실하게 대해야 하면 투자자 역시 IR 담당자를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좋은 관계를 형성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호재를 직접 얘기는 못 해줘도 간접적으로 힌트 정도는 주는 IR 담당자도 있고, 같은 내용을 얘기하더라도 좀 더 자세한 부분들까지 알려주기도 한다.
IR 담당자의 성실성이나 자세는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창구가 IR 담당자이기 때문에 그의 자세나 성실성, 업무 능력은 투자자들이 기업을 보는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IR 담당자가 지나치게 방어적이라면 기업에게 좋은 호재가 있어도 제대로 홍보를 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잘 모르며 그에 따라 기업이 저평가 받는 원인이 된다. 반대로 할 말 안 할 말 안 가리고 너무 많이 이야기는 IR 담당자도 있는데, 투자자들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자칫 기밀사항이 새어나간다든가 하면 기업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기업과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절대 비밀을 엄수하도록 요구 받는 내용이 있는데, 얼떨결에 투자자에게 그 내용을 얘기해 버리면 상대 기업의 항의를 받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계약 파기, 혹은 고객사를 잃는 사태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투자자가 뭔가를 물어봤을 때 기밀사항이라서 답을 드릴 수 없다고 하면 갑갑하긴 하지만 막무가내로 요구하지는 않는 게 좋다. 논리적으로 설득하거나, 우회적으로 힌트를 얻어 보려고 하거나, 아예 넘겨짚어버리고 반응을 보는 방법도 있다.
IR 담당자도 알고 보면 고달픈 직업이다. 주가가 많이 떨어지는 날에는 그야말로 온갖 욕을 다 먹는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 중에는 전화를 걸어서 다짜고짜 욕부터 하거나[8], 밑도 끝도 없이 주가를 올려놓으라는 막무가내식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꼭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상습적으로 전화를 걸어서 괴롭히는 악성 투자자도 있다. 그야말로 감정노동이다.[9] 그렇다고 주가가 많이 오른다고 해서 IR 담당자한테 고맙다고 하는 사람도 없고... 물론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피 같은 돈을 투자했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겠지만 IR 담당자도 그냥 회사의 직원일 뿐이다. 아무 회사 직원이나 붙잡고 화풀이를 하는 것은 일종의 갑질이다. 회사에서 실적에 대한 전망을 냈는데 실제 실적이 그에 미치치 못할 때에도 IR 담당자는 욕받이 신세가 된다. 전망은 전망일 뿐이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전망을 내놓았다던가 전망의 근거에 관해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10] 모를까 단순히 전망이 틀렸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사업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있고 기업 혼자 잘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는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증권사가 내놓은 전망치는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이고 투자 판단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각주
- ↑ 다만 이는 주식이 상장되지 않았다면 거래소 시장에서 주식매매가 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가 제한되어 있으며, 굳이 공개적으로 IR을 할 필요가 적기 때문이다. 오히려 비상장 상태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들은 기업의 수익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규모 확장을 위한 투자자금의 필요성이 더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좋은 투자자를 찾는다.
- ↑ 그래서 정신이 제대로 박힌 IR 담당자라면 자사 주식이 테마주나 수혜주 같은 데에 엮여서 별다른 실체 없이 주가가 급등하거나 할 때에도 정직하게 상황을 설명해 준다. 단기간으로 보면 주가가 급등해서 좋을 수는 있어도 길게 보면 오히려 회사가 정당한 가치 평가를 못 받고 그저 단타꾼들이나 가지고 노는 주식으로 취급 당할 수 있으며, 실체 없이 단기간에 급등한만큼 단기간에 급락할 위험도 크다.
- ↑ 이럴 때부터 좋은 관계를 쌓아 두었다면 시간이 지나 기업이 커졌을 때에도 임원이 계속 응대를 해 주거나 팀장급이 응대를 하더라도 말투나 대접이 일반적인 투자자와는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다.
- ↑ 기업에서 자진해서 해명 공시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증권시장에서 기한을 정해서 해명을 요구할 때도 있다.
- ↑ 예를 들어 증권사의 기업 리포트가 거의 안 나오는 기업들.
- ↑ 그런 정보를 솜씨 좋게, 혹은 운 좋게 알아낸다면 그만큼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니. 반면 말 괜히 잘못 했다가 계약 상대방과 맺은 비밀유지협정에 해당하는 부분을 발설하고 그게 인터넷 같은 곳으로 퍼지면 최악의 경우 계약 파기나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 ↑ 물론 투자자가 어떤 게 기밀이고 어떤 게 아닌지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IR 담당자가 그건 기밀, 혹은 계약상 비밀을 지켜야 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고 하면 물러나야 한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힌트를 얻거나 해야지 막무가내로 얘기해 달라고 하면 IR 담당자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할 것이다.
- ↑ "IR담당의 눈물 : ①주가 떨어지면 “XXX야” 윽박에 욕설까지", 이데일리, 2018년 7월 12일.
- ↑ 이렇게 IR 담당자가 시달리는 데에는, 주주들은 자기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연히 주주 자본주의에서 주주는 자신이 가진 지분만큼 회사의 주인이다. 그렇다고 막말과 욕설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요즈음은 회사 경영진도 직원들에게 잘못했다가는 인터넷에 녹취가 까발려져서 개망신 당하는 세상이다. 회사가 IR에 너무 소홀하다든가 담당자의 태도가 너무 나쁘다던가 할 때 주주로서 정당한 항의는 당연히 할 수 있지만 항의와 폭언 및 욕설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 ↑ 만약 회사 차원에서 주가를 띄우기 위해 정말로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 당연히 주가조작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