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Espresso.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 또는 이러한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 드립 커피와 함께 가장 널리 쓰이는 커피 추출 방법이다. 드립 커피는 중력을 이용해서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데 반해 에스프레소는 강한 압력으로 물을 커피로 통과시켜서 액을 추출해 낸다.[1] 드립 커피는 2~4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물에 커피를 우려내는 것에 가깝다면 에스프레소는 30초 안팎의 짧은 시간 안에 쥐어짜내듯이 추출한다. 일반 커피잔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데미타스[2] 잔에 내는 게 정석이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커피 회사인 일리(illy)가 밝히는 정통 에스프레소의 공식(Espresso’s authentic formula)은 다음과 같다.
88°-93°C의 뜨거운 물줄기가 9 기압 또는 그 이상의 압력으로 7 그램의 케이크 모양으로 갈고 다진 커피 층을 통과한다. 잘 되었다면 그 결과는 30 ml을 넘지 않는 순수한 감각적 즐거움의 농축액이다.[3]
추출하는 도구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가정에서는 물을 끓여 수증기의 압력을 이용한 모카 포트를 사용해서 에스프레소를 내릴 수 있고, 업소에서는 펌프의 힘으로 강한 압력을 만들어내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한다. 과거에는 사람이 긴 레버를 누르는 수동 펌프 방식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머신은 전기 펌프를 사용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격도 점점 내려가서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쓸 수 있는 가격대의 머신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물론 가격에 따라서 성능에는 차이가 여러 가지로 날 수밖에 없는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물탱크의 용량과 펌프의 압력이다. 압력이 높을수록 강하게 커피를 추출할 수 있으며, 보통은 9 기압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가정용 중에는 여기에 못 미치는 것도 있는데 그러면 커피를 조금 더 굵게 갈아야 하므로[4] 커피의 성분들이 충분히 뽑혀 나오지 않는다. 또한 단순히 물을 담아두는 곳이 아닌, 보일러로 물을 끓여서 보관하는 탱크의 용량이 충분한 것이 좋다. 특히 업소용은 계속해서 커피를 뽑아내야 하므로 이 부분이 중요하다.
드립 커피보다는 커피를 좀 더 곱게 갈고, 단단하게 다진다. 펌프의 압력으로 짧은 시간 안에 강제로 쥐어짜기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맹탕이 된다. 다만 어느 정도로 곱게 갈 것인지는 추출 도구나 압력에 좌우된다. 압력이 낮은 모카 포트나 압력이 낮은 가정용 소형 머신으로 추출할 때에는 좀 '덜' 곱게 갈며, 추출 압력이 높은 머신을 사용한다면 더욱 곱게 가는 게 보통이다. 또한 탬퍼로 다질 때에도 압력이 높을수록 더욱 강하게 다져 준다. 압력이 낮은 머신에 압력이 높은 머신처럼 커피를 갈고 탬핑을 하면 물이 커피를 뚫지 못해서 옆으로 줄줄 새거나 심하면 안에서 물이 터져버릴 수도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라고 하면 일단 에스프레소를 뜻한다. 카페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외국 문물을 잘 모르는 이탈라아인이라면 그게 뭔지 잘 모를 수도 있다. 아침 출근길에 동네 에스프레소 바에 들러서 에스프레소 한 잔 들이키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카페(Caffè)를 주문하면 에스프레소 한 잔, 물, 그리고 설탕을 준다. 처음부터 설탕을 녹여서 마시기도 하고 반쯤 마신 다음 설탕을 넣기도 하고, 아예 설탕 없이 마시기도 하고, 마시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아침에 각성 효과를 주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차원으로 마시는 것이라 역시 설탕을 넣어 먹는 사람들이 많다. 다 마셨을 때 바닥에 녹지 않은 설탕이 깔려 있을 정도로 설탕을 퍽퍽 넣는 사람들도 많다. 이탈리아인들은 주로 이렇게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신다.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는 쇼트블랙(short black)이라고 부른다. 카페 룽고 또는 아메리카노에 해당되는 건 롱블랙(long bl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