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톨랑
Ortolan (bunting).
야생 새의 일종. 우리말로는 '회색머리멧새'라고 쓴다.
프랑스에서는 귀한 식재료 중 하나로 여긴다. 이미 로마시대 때부터 먹었던 것인 만큼 역사가 오래 되었다.
인간들이 돈 된다 하면 자제를 모른다. 남획으로 개체수가 확확 줄어들다 보니 멸종이 걱정될 정도가 되어 프랑스에서는 1999년부터 사냥을 금지하긴 했는데, 법 적용이 허술해서 오르톨랑 사냥이 그치지 않았다. 해마다 4만 마리 가량의 오르톨랑이 아르마냑에 취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아르마냑 술독에 빠져서 세상을 하직했다. 이러다 보니 2001년에서 2011년 사이 10년 동안 개체 수가 40%나 줄어들었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연합 차원에서 압력이 점점 강해졌고, 아예 유럽연합 차원에서 강력한 사냥 금지 규정을 만들었다. 결국 2007년 9월 프랑스 정부는 오르톨랑 사냥 및 유통, 판매 금지 규정을 강화하고 제대로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래도 오르톨랑 요리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건 아닌 듯. 대신 값이 엄청나게 뛰었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여름철에 대략 해마다 3만 마리의 오르톨랑이 불법으로 포획되고 있으며,[1] 무게로 따지면 30 그램도 안 되는 녀석이 암시장에서 한 마리에 150 유로에 거래되고 있다 한다.[2]
프랑스 안에서는 일부 유명 요리사들과 식도락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오트롤랑을 다시 허용해 달라는 요구나 운동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거느리고 있는 음식점이 받은 미슐랭 스타가 18개나 되는 알랭 뒤카세를 비롯한 네 명의 프랑스 유명 요리사들은, 오르톨랑은 프랑스의 오랜 식문화 전통이라 없앨 수도 없는 건데 법으로 오트톨랑 사냥이나 유통을 금지시키면서 오히려 암시장에서 가격만 잔뜩 부풀리는 결과만 낳았다고 주장했다. [2] 그러니까 암시장에서 가격이 뛰면 돈을 노리고 오트톨랑을 몰래 사냥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오르톨랑 보호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 오트톨랑을 죽이는 과정이 잔인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푸아그라보다는 낫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2014년에 1주일에 한 마리 정도는 사냥해서 요리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청원했으나 거부당했다.[3]
요리법
- 덫을 놔서 산채로 잡는다.
- 항아리에 넣고 입구를 막아서 안을 캄캄하게 만든다.
- 모이를 많이 준다. 안이 항상 어두우면 오르톨랑은 시간 개념이 없어지고 모이를 많이 먹게 된다. 로마시대에는 아예 눈을 파버렸다고 한다. 그러면 더 많이 먹었다나. 모이로는 주로 수수를 준다.
- 몸무게가 두 배쯤 될 때까지 통통하게 살을 찌운다.
- 운명의 그날이 왔다. 날지도 못할 정도로 동글동글하게 살찐 오르톨랑을 아르마냑 브랜디에 푹 담가서 죽인다.
- 손질한 다음 오븐에 8분 정도 통째로 구워낸다. 털을 뽑고 굽는 게 아니라 구운 다음에 털을 뽑는다.
- 소스 따위 없다. 이미 아르마냑을 몸 속에 잔뜩 머금고 죽은 녀석이다. 그대로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참새를 통구이로 해서 통째로 먹긴 한다. 이 정도로 고급 음식 취급 받지는 않고 한때는 포장마차 단골 음식이기도 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파는 곳이 많이 드물어졌다. 그리고 요즘은 통구이보다는 배를 갈라서 내장은 빼고 넓적하게 펴서 꼬치 형태로 구워서 파는 게 보통.
요즘 유럽의 음식점에 있는 건 키프로스에서 들어오는 것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오는 건 식초와 향신료에 절여서 오는 거라서 당연히 위의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먹는 법
먹을 때에는 큼직한 흰 천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그 아래에서 먹는다. 식탐에 사로잡힌 모습을 하느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는데 겨우 천쪼가리로 전지전능한 하느님에게 안 들킨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하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 오르톨랑의 끝내주는 향을 그냥 날려버리기 싫어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잡아놓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있다.
먹을 때는 나이프고 포크고 없다. 어차피 크기가 아주 작은 놈인 데다가 나이프로 가르거나 포크로 찌르면 몸 안에 듬뿍 들어 있는 아르마냑과 육즙이 흘러 나간다. 이게 오르톨랑의 진미인데 이걸 흘리면 곤란하다. 손으로 집어서 통째로 먹어야 한다. 머리를 잡고 다리 쪽부터 먹으며, 부리 빼고는 머리까지 다 먹는. 굵은 뼈는 뱉어낸다.
살이 잔뜩 쪄 있으므로 온몸에 기름이 잔뜩 끼어 있을 것이고, 아르마냑에 빠뜨려 죽였으니 몸 안에 아르마냑이 꽉 차 있을 것이다. 부서지는 잔뼈, 톡톡 터지는 내장, 꽉 차 있는 기름과 아르마냑의 휘발성 향이 혀를 거쳐 목구멍으로 흘러 넘어가면 그야말로 천국을 맛보게 한다고 한다. 머리는 안 먹는 사람도 있지만 제대로 먹으려면 머리까지 홀라당 먹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밖에
오르톨랑이 새삼 유명해진 것은 프랑스 대통령을 역임하신 프랑수와 미테랑 때문. 이 분이 살아 생전에 간절히 먹고 싶어 했다는데, 1996년에 전립선암으로 죽기 겨우 며칠 전에야 소원 성취를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최후의 만찬. 원래 관례로는 한 사람이 절대 한 마리 이상은 못 먹는데,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주는 마당에 죽어가는 사람 소원은 못 들어줄까 해서 두 마리 드셨다고 한다. 이 날 오르톨랑 말고도 이 분이 드신 것은 30개의 굴, 푸아그라, 거세한 수탉 요리였고[1] 굴과 푸아그라에는 소테른를 곁들였고 메인 요리에는 1900년산 샤토 레스타쥬 시몽(Château Lestage Simon)과 1994년산 샤토 푸조(Château Poujeaux)를 곁들였다고 한다.[4]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이렇게 대식에 술까지 드시다니, 누가 보면 꾀병인 줄 알았겠다.
각주
- ↑ 1.0 1.1 "Chefs Fight for Songbird", The New York Times, 13 October 2014.
- ↑ 2.0 2.1 "Why French chefs want us to eat this bird – head, bones, beak and all", Telegraph, 18 September 2014.
- ↑ Jimmy Im, "The illegal delicacy Axe ate on ‘Billions’ is a real thing — here’s the story behind it", CNBC, 6 May 2018.
- ↑ Michael Paterniti, "The Last Meal", Esquire, 28 June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