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링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특히 환장하는 소고기의 형태. 살코기에 하얀 기름이 고르고 촘촘하게 퍼져 있는 모습이 꼭 대리석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
꽃등심이라는 이름도 등심에 마블링이 안개꽃처럼 피어 있는 모습을 뜻하는 것. 일본의 고베규 같은 것은 진짜 심해서 특등품은 살코기보다 마블링이 훨씬 많다 싶을 정도로 하얀 점들이 촘촘하게 고기를 뒤덮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고기 등급을 결정할 때 가장 중시하는 요소다. 등급이 낮을 수록 살코기에 기름 분포가 적다는 얘기. 아무래도 먹어 보면 기름이 적고 살코기가 많으면 좀 퍽퍽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마블링을 선호한다. 고기를 구울 때 기름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고 고소한 냄새를 확학 풍기는 건 보너스.
하지만 건강에는 절대 좋을 수 없다. 소고기 기름은 포화지방 덩어리인데, 마블링이 좋다는 것은 그만큼 기름이 많이 낀, 쉽게 말하면 비만이 심한 소라는 뜻이다. 넓은 초원애서 유유자적하게 돌아다니면서 풀 뜯어먹고 사는 소는 마블링이 별로 안 생긴다. 와규나 앵거스 같이 다른 품종보다 마블링이 잘 생기는 품좀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키우는 방법이다. 고기에 마블링이 많다는 것은 지방이 많다는 것, 곧 비만이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인간과 같다.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는 것이다.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서 좁은 우리에 소를 가둬놓고 옥수수와 같이 탄수화물이 듬뿍 들은 곡물사료를 먹인다. 운동이 적으니 질긴 근육도 안 생기고 먹은 게 소모될 여지도 별로 없어서 곡물 속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바뀌어 몸에 축적된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등급이 낮은 소고기가 포화지방이 적다. 이런 이유로 마블링을 기준으로 소고기 등급을 매기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주로 풀밭에 방목해서 키우기 때문에 기름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풀냄새 난다고 호주산 소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 수출용으로는 도축하기 석 달쯤 전부터 우리에 가둬놓고 곡물 사료를 먹인다. 그 중 일부는 자국 안에서도 소비되는데 이런 소고기에는 곡물을 먹여 키웠다는 뜻으로 grain-fed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아무래도 사료값도들고 그냥 풀밭에 풀어놓고 키우는 것보다 사람 손도 가기 때문에 비싸다.